"16억 대출 받아 23억원 송파 아파트 구입, 잘한 걸까요?"

다시 급증하는 영끌족

40대 중반 맞벌이 직장인 김모 씨는 지난 7월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를 23억5000만원에 매수했다. 주택담보대출 11억원에 신용대출 1억3000만원, 예금담보대출과 보험약관대출을 합쳐 4억3000만원 등 빚만 16억6000만원을 냈다. 자기자본은 6억9000만원이 전부였다. 김씨는 “매달 이자만 400만원이 넘어 생활이 빠듯하지만, 부부 중 한 명 월급은 없는 셈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녀 교육이나 미래 자산 가치를 위해 무리해서라도 강남3구에 입성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올해 1~7월 5억원 이상 대출을 받아 서울에서 집을 산 30~40대가 2021년 연간 전체의 3.7배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30세대 영끌족이 대세였던 2021년과 달리 올해는 김씨 같은 3040 세대가 영끌 매수의 주축으로 떠올랐다. 대출 금액도 3년 전보다 급등했다.

◇영끌 주도층이 된 40대

3040세대가 영끌을 주도하면서 올해 서울 전체 주택 거래에서 대출을 낀 거래 비율은 62.2%에 달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조선일보가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실과 올해 1~7월 서울에서 거래된 주택 3만2870건의 자금조달계획서를 전수 조사한 결과, 3040세대가 5억원 이상을 빌려 집을 산 거래가 총 6562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1년 내내 3040세대가 5억원 이상 대출을 끼고 한 거래(1785건)보다 268% 증가한 것이다. 3040세대가 대출을 낀 전체 주택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2.1%로 4.5%였던 2021년보다 급증했다.

3040세대가 영끌을 주도하면서 올해 서울 전체 주택 거래에서 대출을 낀 거래 비율은 62.2%에 달했다. 평균 대출 금액은 4억7000만원으로 2억7900만원이었던 3년 전의 1.7배로 늘었다.

올해 강남권을 중심으로 서울 인기 지역 아파트 값이 급등한 데는 40대의 영끌 매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강남권을 중심으로 서울 인기 지역 아파트 값이 급등한 데는 김씨 같은 40대의 영끌 매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대출로 서울에서 집을 산 거래 중 4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26.5%에 그쳤지만, 올해는 38.3%로 늘었다. 평균 대출 금액도 40대가 모든 세대 중 가장 많았다.

올해 1~7월 40대의 평균 대출 금액은 5억800만원으로, 2억8800만원이었던 3년 전보다 76.4% 급증했다. 30대가 4억6200만원으로 뒤를 이었고, 50대(4억2900만원), 60대(4억700만원) 순이었다. 10억원 이상 빚을 내서 서울에 집을 산 경우도 40대가 681건으로 가장 많았다. 30대(301건)나 50대(216건)보다 배(倍) 이상 많다.

◇2024년 영끌 매수 쏠린 지역은

집을 사들이는 지역도 3년 전과 달라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집을 사들이는 지역도 3년 전과 달라졌다. 3년 전엔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에 20대를 포함한 젊은 층의 매수가 집중됐다. 올해 영끌 매수는 고가 아파트 지역에 집중됐다. 3040세대가 5억원 이상 대출을 내 주택을 가장 많이 사들인 지역은 강남구(734건)였고, 이어 송파구(705건), 서초구(550건), 성동구(525건), 강동구(453건) 순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 들어 15억원 넘는 고가 주택을 살 때도 대출이 가능해졌고, 올해 초부터 서울 아파트 값이 오름세로 돌아서자 대출을 활용한 ‘상급지 갈아타기’가 활발해진 것으로 분석한다. 똘똘한 한 채는 다시 오른다는 것을 학습한 것도 한 몫 했다.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집값이 무섭게 뛰는 것을 경험한 30~40대는 10억원씩 대출을 받는 것에 별로 거리낌이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경제 활동의 중심축인 3040세대의 영끌 열풍이 향후 국내 경제 전반의 취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택 구매 시 자기자본 비중이 낮은 영끌족이 늘면 소득 중 상당 부분을 원리금 상환에 쓸 수 밖에 없고, 이는 전반적인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021년과 비교해 더 높다는 것도 내수 위축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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