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입장 "뉴진스 팔지 말라고요? 저는.."

민희진과 뉴진스
진흙탕 싸움 가열, 방시혁의 빅픽처 '멀티 레이블' 시험대에
민희진 대표, 기자회견 통해 억울함 호소
하이브, 민 대표 주장에 "답변 가치 없어"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왼쪽)과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이들은 적나라하고 가감 없는 폭로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하이브·어도어

하이브는 가감 없는 표현을 담은 보도자료를 통해,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욕설하면서 2시간 넘도록 진행한 전례 없는 기자회견을 통해 쌍방 폭로전을 펼쳤다.

이들이 적나라하게 서로의 치부를 공개함에 따라 진위 여부와 함께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하이브 방시혁 의장의 빅픽처인 '멀티 레이블'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어도어는 그룹 뉴진스가 소속된 하이브 산하 레이블이다.

앞서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와 일부 경영진이 어도어 경영권과 뉴진스 멤버들을 빼내려 했다고 의심하며 지난 4월22일 이들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하이브는 25일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해 민 대표와 어도어 부대표 A씨가 카카오톡으로 나눈 대화 등을 "경영권 탈취"의 증거라고 제시했다. 어도어 부대표가 지분 취득 방안을 공유하자 "대박"이라고 답하는 민 대표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도 함께 공개했다. 하이브는 어도어의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고, 민 대표는 18%의 지분을 갖고 있는 2대 주주다.

하이브는 민 대표 등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25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그룹 뉴진스의 프로듀서인 민희진 대표. 민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입은 초록색 스트라이프 티셔츠과 파란색 캡모자가 품절되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제공=어도어

● 민희진, 2시간 넘는...욕과 눈물이 오간 기자회견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 민희진 대표는 "경영권 찬탈을 계획하거나, 의도하거나, 실행한 적이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논란이 된 카카오톡 대화 발췌본 등에 대해 민 대표는 "우리 노는 이야기를 '진지병 환자'처럼 '사우디 국부펀드' 운운하며 이야기했다"면서 경영권 탈취 시도 증거로 나온 자료들은 자신과 하이브 사이 불합리하게 맺어진 '주주 간 계약'에 대한 푸념이자 사적 대화 수준이었다고 강조했다.

민 대표는 "사담을 진지한 뭔가로 포장해서 저를 매도하려는 의도가 진짜 궁금하다"면서 "(제가)하이브를 배신한 것이 아니라 하이브가 저를 배신했다. 써먹을 만큼 써먹었다. 실적을 잘 내고 있는, 주주한테 도움이 되는 사장을 찍어내리는 게 배임이 아닌가 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기자회견에 자리한 민 대표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 측 변호사도 "지분율 80%(하이브) 대 20%(민 대표 측) 상황에서 경영권 찬탈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무려 2시간15여분에 걸쳐 진행됐다.

민 대표는 뉴진스 멤버들을 언급하며 눈물을 쏟거나 하이브 일부 경영진을 향해 'X저씨' '미친X' 등 비속어를 섞어가며 비난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런 기자회견은 난생처음" "민희진 데뷔 쇼 같다"와 "논점을 너무 흐리는 것 같다" 등 다양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이어 민희진 대표는 26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도 출연해 같은 입장을 반복했다. 전날 사전 녹음 형식으로 진행돼 이날 공개된 방송에서 민 대표는 "뉴진스를 팔지 말라"는 팬덤의 요구를 의식한 듯 "뉴진스를 팔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다가 진행자인 김현정 앵커로부터 "기자회견에서 여러 차례 뉴진스를 거론하지 않았냐"는 질문을 받은 뒤 사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 시험대에 오른 방시혁의 빅픽처 '멀티 레이블'

하이브와 어도어 사이의 갈등이 극에 달하자 하이브의 지배 구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시스템에 대한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2021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하이브로 회사명을 바꾸면서 "레이블과 솔루션, 플랫폼 세 축의 조직 구조를 명료화"하면서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레이블 영역에는 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모로우 등이 속한 빅히트 뮤직과 엔하이픈, 아일릿의 빌리프랩, 르세라핌의 쏘스뮤직 그리고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KOZ 엔터테인먼트, 하이브 레이블즈 재팬 등이 포함됐다. 당시 하이브 측은 "각 레이블은 독립성과 독창성을 유지하며 크리에이티브 활동에 집중해 최고의 콘텐츠를 선보인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번 갈등으로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민희진 대표에 따르면 방시혁 의장과의 갈등은 뉴진스를 기획할 때부터 비롯됐다.

방시혁 의장이 하이브 첫 걸그룹을 만들자고 제안해 이를 수락하고 오디션을 개최했지만, 약속과 달리 쏘스뮤직에서 하이브의 첫 번째 걸그룹을 냈다. 또한 르세라핌이 데뷔하기 전까지 뉴진스는 홍보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민 대표는 뉴진스가 흥행할 때에는 축하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 과정서 방시혁 의장과 나눈 휴대전화 메신저 대화를 공개했다. 이 가운데 방 의장이 민 대표에 "에스파 밟으실 수 있죠?"라고 적어 눈길을 끌었다.

민희진 대표는 멀티 레이블 시스템 개선 방향에 대한 견해를 묻자 "(방)시혁님이 (프로듀싱에서)손을 떼야 한다"면서 "의장이면 산하 레이블을 두루 봐야 하는데, 의장이 주도하면 알아서 기는 사람이 생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고 결정권자가 위에 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율적으로 경쟁하고 서로 건강하게 운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23일 박지원 하이브 대표는 사내 구성원에게 메일을 보내 "이번 사안을 통해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에)의문을 가지시는 분들도 있으실 것"이라면서 "이번 사안을 잘 마무리 짓고 멀티 레이블의 고도화를 위해 어떤 점들을 보완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고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하이브 사옥 전경. 사진제공=하이브

● 민희진 기자회견 이후...하이브 "답변 가치 없어"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내용에 대해 "사실이 아닌 것들이 너무나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라며 "시점을 뒤섞는 방식으로 논점을 호도하고, 특유의 굴절된 해석 기제로 왜곡된 사실관계를 공적인 장소에서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주장에 대하여 증빙과 함께 반박할 수 있으나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일일이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경영적으로 반드시 밝혀야 하는 사실에 대해서는 성실히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또한 민희진 대표를 향해 "'대화 제의가 없었다' '이메일 답변이 없었다'는 등의 거짓말을 중단하고 정보 자산을 반납하고 신속히 감사에 응해줄 것을 요청한다"면서 "이미 경영자의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한 만큼 어도어의 정상적 경영을 위해 속히 사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아티스트와 부모님들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아티스트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니, 중단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