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내 인생이 어떻게 풀려나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내가 보낸 하루하루가 내일을 향한 이정표라는 것 이외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면서 겪게 되는 인생의 아름다움과 갈등이 작품으로 거듭나기를 몇 번 하다 보면 인생은 편안함을 맞이할 준비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예측 불가능한 인생이 작품으로 함께한다는 기대감이 충만함으로 함께한다. 고통이 고통이 아니듯 기쁨이 기쁨이 아니듯.
녹색 (2022)
녹색이라 할 것이 없음을 말하기 위해 녹색을 사진으로 찍는다. 녹색은 다른 색과 구분하기 위해 이름 지었을 뿐 "녹색"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 역시 나란 이름으로 존재하지만, 실제 "나"란 존재하지 않는다.
내 작품은 현대미술이 짊어지고 있는 현대사회의 반영 혹은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비판적 시선이라는 무거운 짐과는 아무 관계없는 작품이다. 인간의 삶이 끊임없이 자신을 비우고 내려놓고 살아가도 아무것도 아닌 듯 그저 나무 아래 녹색과 빛을 모아갈 뿐이다. 빛으로 그려내는 녹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생이 아름답다고 한다.
오랫동안 인간의 갈등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어 왔다. 정확히 말해 내 삶이 갈등의 최고조에 있을 때마다 작품을 만들어 그 순간들을 객관화시켜 왔다. 예술이라고 명명하며 감당하지 못할 감정들을 그 아래에 묻어두었던 것이다.
이런 행위를 그 누구는 내려놓음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비워내기라 해도 될 듯하다. 그렇게 작품화하고 나면 그 일이 마치 남의 일처럼 느껴지며 나 자신에서 한 발치 멀어지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을 내려놓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인생을 살아간다. 그렇게 가장 낮은 곳에 내가 머물 때 그래도 인생은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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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to me (2018)
톡투미는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가슴 속 비밀 이야기를 작가인 나에게 함으로써 자신의 내면 갈등과 마주하게 하는 프로젝트이다.
크고 작은 충돌의 연속이었던 뉴욕에서의 삶에서 진정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가슴 속 갈등을 입 밖으로 꺼내어 대상화하며 직시하는 것 그리고 마음에서 풀어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개인적 경험에서였다.
인생이 의외로 공평하다면 누구에게나 말하지 못할 이야기가 있다는 것. 그래서 우리의 고통은 의외로 특별하지 않다는 것에 서로 위로받으며.
Talk to me #01

Talk to me #02

Talk to me #03

You are not speaking, but I’m listing (2015)
이 작품 역시 인생에서 겪게 되는 갈등의 한 시점을 객관화하기 위해 만든 프로젝트이다. 인생의 가장 큰 꿈을 쫓기 위해 건너간 뉴욕은 내게 기쁨과 절망을 동시에 주었다.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 아티스트로서 내 모든 정체성과 그동안 쌓아 올린 욕망의 끝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혼란스러운 모든 언밸러스한 상황을 표현한 작품이다.
셀프 포트레이트를 포함하여 뉴욕에서 알게 된 50명의 동양인 여성과 함께 한 이 프로젝트는 실제로 그들과 많은 시간 거리를 걷고 대화를 나누다 그들의 꿈과 어긋나는 현실, 혼동이 최고조에 이를 때 즉 모든 사연과 상황이 매치하지 않는 정점에서 찍은 포트레이트이다. 늘 그렇듯 우리 인생이.
You're not speaking, but I'm listening #01

You're not speaking, but I'm listening #02

You're not speaking, but I'm listening #05

강미현 작가

2011년 일본 오사카예술대학에서 예술학 박사학위 취득, 2013년 뉴욕으로 거점을 옮겨 자아 상실과 자아 탐구에 대한 사진 작품 “You are not speaking, but I’m listing (2015)”으로 아시아 여성을 보는 또 다른 시선으로 주목받게 된다.
인간의 갈등을 직면하는 인터뷰 작품 "Talk to me (2018)"를 거쳐 최근에는 녹색(2022∼) 연작을 발표하며 이성으로 쌓아 올린 현대사회에서 생각을 멈추게 하는 것, 즉 감각의 세계에 머물기 위해 녹색 프로젝트를 만들어 가고 있다.
청년타임스 정수연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