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환수' 국감 패싱하더니…노재헌, 노태우 추모 행사는 챙겼다

이성락 2024. 10. 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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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서거 3주기 추모 심포지엄 개최
노재헌 이사장 참석해 직접 챙겨
'국감 패싱' 관련 질문에 묵묵부답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이 12일 오후 2시 두원공대 파주캠퍼스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모'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파주=장병문 기자

[더팩트ㅣ파주=이성락 기자] '노태우 비자금' 관련 국정감사(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아무런 사유 없이 불출석해 정치권의 강한 질타를 받은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이 부친인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과거 행적을 조명하는 행사에는 모습을 드러냈다. 노 이사장은 '국감 패싱' 이유, 추후 재출석 여부 등과 관련한 질문에 직접적인 답을 피했다.

자유로평화포럼은 12일 오후 2시 두원공대 파주캠퍼스 대강당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모를 위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노 전 대통령 기일(10월 26일)에 앞서 열린 이 행사는 노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의 업적을 다각도로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2회째인 올해 행사에는 노 이사장을 포함해 총 70여명이 참석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노 이사장은 행사 시작 20분 전인 오후 1시 40분쯤 도착해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영접했다. 행사에서는 직접 환영사를 통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아버지의 과거 업적을 재조명하는 심포지엄이 열려 감회가 새롭다"며 "아버지 서거 이후 '노태우 정부 시절은 남아 있는 게 별로 없어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아팠다. 한 시대를 정리하는 일이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이뤄져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이 12일 오후 2시 두원공대 파주캠퍼스에서 열린 '노태우 전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모' 행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이성락 기자

당초 노 이사장이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최근 불거진 비자금, 은닉 재산과 관련한 논란을 의식해 몸을 숨길 것이란 예상이었다. 앞서 노 이사장은 지난 8일 누나인 노 관장과 함께 '노태우 비자금'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진행된 법무부 국감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특히 두 사람은 증인 출석 요구서를 받지 않기 위해 자취를 감추고 휴대전화를 꺼두는 등 국감 출석 요구를 고의로 회피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날 노 이사장은 '별도 불출석 사유서 제출 없이 국감장에 나오지 않은 이유'를 묻는 <더팩트>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추후 재출석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오늘은 그런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아닌 만큼,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노 이사장 등 노 전 대통령 일가를 둘러싼 비자금 논란이 불거진 시점은 지난 6월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 관장의 '세기의 이혼' 소송 2심에서 노 관장이 '선경(SK) 300억'이라고 적힌 어머니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법원에 제출한 사실이 외부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노 관장 측은 이 메모를 통해 재산 분할 1조3808억원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지만, 현재로서 추징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부정한 돈의 존재를 스스로 알리게 됐다.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그간 알려지지 않은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을 국고로 환수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지난 8일 검찰과 국세청이 지난 2007~2008년 당시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존재를 알고도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 위원장은 지금까지 드러난 노 전 대통령 일가의 은닉 자금이 메모로 알려진 300억원 등 김 여사의 904억원, 2007~2008년 적발했지만 덮은 214억원+α,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동아시아문화센터로 기부된 147억원, 지난해 노태우센터로 출연된 5억원 등이라고 설명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 출석 요구를 고의로 회피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팩트 DB

'노태우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시민단체의 검찰 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환수위)는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에 노 관장과 김 여사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환수위는 "노 전 대통령 일가가 그동안 은닉해 오다가 이번에 노 관장이 스스로 세상에 공개한 것은 다름 아닌 감춰왔던 '노태우 비자금'"이라며 "노 관장의 진술과 김 여사의 메모는 노 전 대통령 일가가 범죄 수익을 은닉해 왔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반드시 국고로 환수해 사법 정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5·18기념재단도 고발 대열에 합류했다. 재단은 오는 14일 노 이사장, 노 관장, 김 여사를 조세범처벌법·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대검찰청에 고발할 예정이다. 재단은 마찬가지로 이혼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내용을 근거로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부정 축재 은닉 재산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한 정계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 일가의 은닉 자금을 환수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모이고 있다"며 "그러나 노 이사장 등 자녀들은 노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행사를 여는 등 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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