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옛날, 나는 중학생이였음.
막학년 막학기 시험은 무슨 고등학교 내신 안들어간다고 해서,
모든 휴먼이 그렇듯 공부를 안할까 라고 생각하던 시기.
교실에서는 이 때가 태어나서 마지막으로 만점 맞을 수 있는 기회 뭐시기 하면서 반강제로 공부시키려는 분위기였거든.
태생이 반골기질이 있던 어린 나는 만점 따위 보다 좀 더 스팩타클한걸 원했음.
결국에는 내가 생각해도 ㅂㅅ같은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기말고사 정오표에 시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정오표가 무엇이냐??

이렇게 오답에 어떤 오답을 냈는지 숫자로 나오는 컴퓨터 초벌구이 성적표임.
여기서 특이한 점이 하나 있는데, 그냥 답을 틀리면 위 그림처럼 숫자가 나오는데,
중복답안으로 틀리면 아래와 같이 영어 알파벳이 나옴.

ADHD에 찌들어 살아온 내 뇌는 재미있는 일에는 급발진, 과몰입을 하게 되었고,
할 거면 각 잡고 하자 느낌으로 밀어 붙임.
-전개-
띄어쓰기를 하려면 '맞아야' 한다.
정오표 상에 띄어쓰기는 점(.)으로 찍히는데,
그건 객관식 정답을 맞춰야만 출력된다.
그래서 구절의 띄어쓰기를 위해 전 과목 공부함.답안 조합은 ASCII 대응으로 작동한다.
중복 정답 숫자 조합이 영문 알파벳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패턴을 직접 분석해서 중복표기 체계를 암기함전 과목 '출제 문항 수'와 '정오표 순서' 조사
과목코드 순서대로 정오표가 인쇄되기 때문에,
학교 선생/지역 학원들의 시험지까지 입수해서
각 과목 문제 수를 전수조사함.
영어 과목은 구절 길이 맞추기 위해 '전부 정답' 처리
어차피 잘하던 과목이라, 그냥 플렉스 + 완성도 확보.일본어는 몰랐지만 '엔딩 정렬'을 위해 새로 공부함.
마지막 줄 정렬을 위해 특정 구절이 필요했기 때문에
생판 모르는 일본어 킬러문항까지 풀기 위해 공부.시험 당일마다 어떤 과목에 어떤 문장 심을지 리허설.
실제 시험 순서는 과목 코드 순서와 다르므로,
시험 시간표에 따라 메시지 순서 사전 계획.가사 선택은 그냥 ‘포탈1’이 생각나서.
메시지 분량, 시험 수 문제 수, 정서까지 잘 맞아서 채택.
당연히 암기.부모님께 사전 양해.
정오표에 이상한 문장 나오면 소환될 거라 예상하고
어머니께 미리 말해둠.
담임이 어머니 직접 면담 요청하심. 뭐라 했는지는 기억 불가.

-번역-
This is a triumph
이건 진정한 승리야.
leaving a note here
난 여기다 메모를 남기는 중이야.
Huge Success
정말 대단한 성공이지.
It's hard to overstate my satisfaction.
내 만족감을 표현하기조차 어려워.
Don't get mad. I did what I must
화내지 마. 난 내가 할 수 있는 걸 했을 뿐이야.
because I can
왜냐면 난 할 수 있으니까.
For the fun of all of us.
그게 너희를 놀리는 재미잖아.
원곡: Still Alive (Portal OST)
https://www.youtube.com/watch?v=Y6ljFaKRT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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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졸업식 날 반 친구들한테 표창장 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