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추천 여행지

외지인은 쉽게 모른다. 소백산 자락에 자리한 이 고찰은 입장료도 없고, 주차비도 없다. 홍보물에 등장하지 않아 눈에 띄진 않지만, 가을이 되면 조용히 찾아오는 이들이 많아진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면 전쟁과 화재를 견뎌온 세월만큼 깊은 풍경이 드러난다.
단순한 사찰이 아니라 역사 자체인 이곳은 수백 년간 사라졌다가 다시 세워진 기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전각 하나하나가 복원과 소실을 반복하며 지금의 자리를 지켜낸 결과다.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10월, 이 절은 관광객보다 오히려 지역 주민에게 더 익숙한 산사로 조용히 열린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무료 관람지이자 역사적 가치가 응축된 공간, 비로사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비로사
“입소문만으로 알려진 조용한 사찰 나들이 장소”

경상북도 영주시 풍기읍 삼가로 661-29에 위치한 ‘비로사’는 소백산 비로봉 남쪽 자락에 자리한 고찰로, 신라 문무왕 20년인 680년에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되었다.
이후 임진왜란 당시 승병의 거점으로 활용되었고, 전쟁 중 전각 대부분이 불타면서 석조불상과 탑비만이 남았다. 1609년 경희의 중건, 1684년 월하의 중창을 거쳐 40여 칸의 전각이 복원되었으나, 1907년 다시 화재로 주요 건물을 제외한 대부분이 소실됐다.
이후 1919년 희방사 주지 범선이 법당을 중수하고, 1927년 요사를 복원했으며 1932년 다시 법당을 중수했으나, 1950년 6·25 전쟁으로 모든 건물이 또다시 사라졌다.
현재의 모습은 1992년부터 주지 성공이 주도한 재건 활동을 통해 형성되었으며 적광전, 나한전, 반야실, 망월당 등 주요 전각들이 이 시기 새롭게 조성되었다.

비로사는 단지 건물만 복원된 공간이 아니다. 이 절에는 보물로 지정된 유물이 남아 있다. ‘영주 비로사 석조아미타여래좌상’과 ‘영주 비로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은 각각 독립적으로 지정된 불교 조각 문화재다.
또한, ‘비로사 아미타후불탱화’와 ‘비로사 진공대사보법탑비’도 함께 보존되어 있으며 이 문화재는 통일신라와 조선 시대 불교 예술의 특징을 비교하며 관람할 수 있는 가치를 지닌다. 특히 탑비는 조선 후기 고승 진공대사의 업적을 기록한 석비로, 학술적 중요성도 크다.
사찰의 입지 또한 눈길을 끈다. 비로사는 산세 깊은 소백산 비로봉 남쪽 기슭에 놓여 있어 외부의 소음과 단절된 구조다. 덕분에 가을철에는 단풍이 주변 산림과 절 경내를 차분히 물들인다.
붉은빛과 노란빛이 혼재된 숲은 고즈넉한 전각과 조화를 이루며 절로 오르는 길마저 하나의 단풍길이 된다. 그러나 이 절은 관광객 중심의 대규모 행사를 열지 않아 단풍철임에도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운영은 일출부터 일몰까지 가능하며 연중무휴로 개방되어 있다. 입장료와 주차요금은 모두 무료다. 별도의 예약 절차도 없으며 일반 참배객과 방문객 모두 자유롭게 경내를 둘러볼 수 있다.
올가을, 비용 없이 들를 수 있고 역사를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이색 명소 ‘비로사’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