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ㅂㅅ' 되고 'ㅅㅅ' 안돼…모욕에도 급나누기? '판사들도 몰라요'

'ㅅㅅ' 'ㅂㅅ' 'ㄲㅈ'

이 초성들을 보면 무슨 단어들이 떠오르시나요? 핫플레이스로 유명한 ‘성수’, 매년 여름이면 생각나는 바다를 품은 ‘부산’, 아주 달게 자는 잠을 일컫는 ‘꿀잠’ 등 다양한 단어들이 있죠.
tvN <놀라운 토요일> 캡처

하지만 인터넷 공간과 카카오톡 등 메신저가 발달하면서, 이 초성들이 부정적 의미 즉 상대방을 ‘모욕’할 때 쓰이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초성을 이용한 모욕이 불특정 다수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인터넷 게시글이나 댓글, SNS 등에서 무분별하게 발생하면서 ‘모욕죄’ 성립 여부를 둘러싼 갑론을박도 함께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이미지투데이
'ㅅㅅ'을 '세수'라고 썼을 뿐인데요..

“ㅅㅅ할 때 분명 저 자세로 하겠지? 아, 서 버렸다”

대구 수성구에 거주하는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 베스트’에 접속해 ‘손XX의 아침스트레칭’이라는 글에서 악성 댓글을 적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대구지법 김미란 판사는 유명인과 관련된 게시물에서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A씨는 재판에서 해당 댓글 ‘ㅅㅅ’은 세수를, ‘서 버렸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는 의미라며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A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게시물 내 A씨가 작성한 댓글을 종합해 보면 모욕적 표현으로 보기 충분하다”라고 밝혔는데요, 아무리 다른 의미로 썼다고 주장해도 피해자에 대한 성적 비하 및 성적 대상화의 의미를 내포하는 맥락은 피할 수 없었던 것이죠.

매경 DB
'ㅅㅅ' 말고 'ㅂㅅ'은 써도 무죄?

시민단체 회원이었던 B씨는 2020년 10월 단체 대표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언쟁을 벌이던 중 “ㅂㅅ같은 소리”, “ㅂㅅ아” 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재판부는 1심에서 ‘ㅂㅅ’이라는 표현이 ‘병신’과 동일하다고 판단했지만, 2심은 무죄를 선고했는데요. 문언상 ‘ㅂㅅ’과 ‘병신’을 완전히 동일시 하기 어렵고, 욕설이라기보다는 상대방의 언행에 대응하면서 부정적 감정을 표현한 정도라는 것입니다.

더불어 'ㅂㅅ'은 부정적·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이 담긴 경미한 수준의 표현일 뿐, "피해자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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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ㅅ'은 되고 'ㅅㅅ'은 안 되는 세 가지 이유

두 건의 재판에서 판결이 엇갈리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일까요? 법조계에서는 '공연성', '피해자 특정', '모욕·명예훼손' 등 세 가지를 핵심 포인트로 짚었습니다.

우선 개인 간 카카오톡은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지만, 3인 이상의 카톡의 경우 대화방, 오픈채팅방 등에서 한 표현이나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게시글은 공연성이 인정되는 걸로 볼 수 있는데요.

여기서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성명을 언급하지 않거나 초성 또는 이니셜만 사용한 경우라도, 종합적으로 그 표시가 피해자를 지목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면 피해가 특정되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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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모욕 및 명예훼손의 여부입니다.

모욕의 사전적 정의는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 중 단순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욕설‘로 표현하는 것’인데요. 이를 일일이 사건에 맞춰서 판단하기에는 의미가 굉장히 모호합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받아들이는 '모욕'의 정의가 무엇인지 해석과 판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짚었는데요.

tvN <식스센스> 캡처

뿐만 아니라 법조계에서는 이런 모욕 여부 판단 자체의 모호성은 물론,

이런 개별적인 사례가 등장할 때마다 나오는 초성 표현에 의미를 부여해야 하고 대화자 간의 맥락을 다각적으로 따져야 하는 등 재판마다 변수가 너무 많다고 지적합니다.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다양한 판결이 선고될 수 있는데, 자칫 잘못 판결이 나면 당사자들이 결과를 선뜻 수용하지 못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별 사례마다 다양한 검토가 요구되는 '초성 모욕죄'는 일관된 규칙이나 기준을 설정해도 완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데요. 당사자들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초성 모죄'에 대한 대법원의 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위 콘텐츠는 매일경제 기사
<“인터넷에 ㅅㅅ 썼다가 벌금 냈습니다”...ㅂㅅ 되고 ㅅㅅ 안 되는 이유>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전형민 기자 / 박보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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