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부유한 이들이 선택한 전기차, 메르세데스-벤츠 EQS SUV 580 4MATIC
EQS SUV의 기본 메커니즘은 EQS와 같다. 공간과 스타일이 다를 뿐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제시한 전기차 SUV 버전의 핵심은 호화롭고 특별한 공간이 주는 여유다.
글 | 이승용 사진 | 최재혁
해외 출장이나 여행을 갈 때 일반석에 앉으려면 일등석과 비즈니스 객실을 지나야만 한다. 비즈니스 좌석도 언감생심 과분한데 일등석을 지나며 그 공간을 보면 돈이 주는 격차를 새삼 느끼게 된다.
경제적 등급에 따라 달라지는 객실의 차이는 비행기, 열차, 여객선, 호텔 방뿐만 아니라 자동차 안도 그렇다. 나와 가족, 그리고 나를 아는 일부 사람들과 이동하면서 공유하는 통제된 공간이 자동차 안이다.
그렇기에 매우 안전하고 아주 특별해야만 한다. EQS SUV는 사회적·경제적으로 일등석에 오를 수 있는 부유층을 위해 만들어졌다. 다른 공간은 다른 경험을 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돈 많은 고객들을 능숙하게 찾아낸다. 그들 부류의 취향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세분화한 정보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유한 이들의 지갑을 여는 방법을 신통하리만큼 잘 알고 있다. 소수의 갑부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 온 자동차 브랜드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 꼭지별 브랜드의 모든 S클래스는 자동차계의 특별한 존재로 인정받고 있다.
화려한 백화점을 세련된 장소로 만들어 주는 명품매장들처럼 메르세데스-벤츠 EQS SUV도 온갖 명품 브랜드들의 고급스러운 패션 트렌드를 모아놓은 듯 세련되게 꾸며진 인테리어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전용 EVA2 플랫폼에서 만들어진 최첨단 혁신 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메르세데스-벤츠의 특별한 고객들에게 제공한다. EQS SUV는 돈 많은 고객들에게 특별한 영감과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메르세데스-벤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값비싼 재화를 만드는 브랜드다. 시장에서 화폐로 거래되는 자동차 가격도 단순히 필요한 재화를 넘어서 질적 가치를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에 의해 값비싸게 매겨진다. 일정한 범주에서 성립된 가격을 상류층에서 인정하니 다수의 구성원이 사회적 통념으로 이를 합당하게 여겨 왔다.
세 꼭지별 엠블럼이 달린 차를 저렴한 가격에 파는 곳은 지구상에 한 군데도 없다. 한정된 삶에서 메르세데스-벤츠를 소유한다는 자기만족에 드는 비용은 꽤나 많은 값을 치러야 한다. EQS580 4매틱 SUV 역시 1억8330만원으로 만만치 않은 가격대다.
명품은 비싸다. 재화의 교환 가치가 높다는 의미고 그만큼 최고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의 값비싼 노동력이 많이 들어갔단 뜻이다. 의미는 잘 알지만, 쉽게 와닿지 않는 게 사실이다. 사치의 개념은 분명 상대적인 정의일 수밖에 없다. 시시콜콜하게 이런저런 썰을 늘어놓은 데는 럭셔리카 부분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의 최고급 전기 SUV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다.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선사하는 일등석 메르세데스-벤츠가 EQS와 EQE 같은 세단 스타일 다음으로 3번째 내놓은 전기차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SUV 스타일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고 화려한 7인승 대형 SUV이다. 내연기관차인 메르세데스-벤츠 프리미엄 대형 SUV인 GLS와 같은 세그먼트의 기함급 전기차 버전이다.
부유한 사람들이 멋진 스타일과 혁신적인 기술을 경험하는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EQS 세단의 판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니 SUV에 대한 호응도 차츰 커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EQS SUV의 플래시 도어 핸들을 열고 실내로 들어가면 대시보드의 형태가 마치 두 팔을 벌리고 반기는 다정한 사람의 모습처럼 운전석과 동승석을 감싸고 있어 편안함을 준다.
호화로운 요트에 오른 것 같다. 원목에 인레이 방식으로 알루미늄을 주입해 만든 스트라이프 패턴의 우드 베니어는 최고급 리조트의 스위트룸 거실에나 쓰일 법한 장식물이다. 눈에 보이는 곳곳을 색상이 다른 가죽과 엄선된 고급 소재들로 장식했지만, 아쉽게도 도어 트림의 맵 포켓이나 센터 터널을 없애고 만든 수납함 등 플라스틱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곳도 제법 있다. 하지만, 실내의 컬러 매칭은 기가 막힐 정도로 세련되고 우아하다.
3개의 대형 스크린을 하나로 합쳐놓은 MBUX 하이퍼스크린은 고급스러운 소재로 정성스레 다듬어 놓은 인테리어의 세심한 디테일을 시선에서 사라지게 하는 마력을 가졌다.
섭씨 650°의 온도에서 성형된 디스플레이 유리 패널은 3차원으로 구부러져 있어 운전석이나 동승석, 하물며 뒷좌석에서 봐도 왜곡 없는 화면을 볼 수 있다. 긁힘에 강한 알루미늄 실리케이트로 스크린 유리 표면을 코팅했다.
12개의 햅틱 액추에이터가 터치스크린 뒷면에 장착되었다. 카메라 센서와 라이트 센서로 주변 환경에 따라 실내의 밝기가 달라져도 알맞은 화면 밝기를 유지해준다.
물리 버튼이 없어도 불편함이 없다. 운전 중에 스크린을 터치하며 메뉴 기능을 뒤적거릴 필요 없다.
하이퍼스크린 안에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8개의 CPU 코어와 24GB 램, 초당 46.4GB 램이 있다. 운전자의 운전 습관을 학습해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맞춘 듯이 디스플레이 화면에 구성하는 제로 레이어 인터페이스를 통해 운전의 편의성을 높이고 피로를 줄였다.
7인승 3열 시트가 놓인 실내 공간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한 구조로 넉넉한 공간을 알차게 활용할 수 있다.
운전석 시트 아래에 소화기가 장착되어 있는데 시트에 앉으면 종아리에 닿아서 불편하다. 그것 빼고는 운전석에 앉았을 때 다른 아쉬움이 없다. 제스처 기능이 있어서 선루프 터치 버튼에 손가락을 대지 않고 뒤쪽으로 쓸어내는 동작에 루프가 여닫힌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헤드룸은 1035mm이고, 2열는 1031mm, 3열 시트는 900mm다. 숄더룸과 무릎 공간도 평균 이상이다. 2열 시트는 최대 130mm까지 앞·뒤로 조절이 가능하며 그로 인해 830mm에서 960mm의 무릎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2열은 열선 시트와 안마 기능도 포함되었다. 3열은 무릎 공간이 좁은 편이지만, 억지로 끼워 맞춘 좌석이 아니다. 2개의 충전 포트도 있다. 2열은 전동으로 폴딩 되고 3열 시트는 수동으로 조작해 50:50으로 나누어 접을 수 있다. 3열을 접은 상태에서 골프채 4개가 들어간다.
브랜드 플래그십 SUV의 계보를 잇는 전기차 EQS SUV는 크고 우아하고 역동적인 자태를 뽐낸다. EQS 세단과 같은 플랫폼에서 생산되는 EQS SUV는 길이×너비×높이가5125×1959×1718(mm)로 EQS 세단보다 200mm 높을 뿐 3210mm의 긴 휠베이스를 공유한다.
전반적인 디자인 언어도 비슷하다. 자신만의 개성을 잘 드러낸 외관 디자인이다. 한눈에 보아도 차체가 큰 SUV지만, 공기 흐름을 타는 보디의 디자인을 공기역학적으로 치밀하게 계산했음을 알아챌 수 있다. 보닛부터 윈드스크린, 루프 라인, 리어 해치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곡선과 조약돌처럼 매끄러운 면으로 이루어졌다.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을 위해 라디에이터 그릴은 막혀있고 언더보디 커버를 적용했으며 유려한 선과 볼륨감 있는 면으로 정교하게 다듬어진 외관 디자인 덕분에 공기저항계수(Cd) 0.26을 실현한 SUV다. 공기저항 계수 세계 챔피언은 EQS 세단이다. 양산 차로 항력계수(Cd) 0.20을 기록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공기역학 디자인 면에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해왔다. 내연기관차 S클래스는 0.24의 기록을 갖고 있다.
1930년부터 풍동 실험실에서 공기의 흐름과 자동차 표면 마찰을 연구해온 메르세데스-벤츠는 2011년 독일 진델핑겔에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 공기저항을 측정할 수 있는 풍동 시험장을 마련했다. 시속 265km의 풍속을 만드는 거대한 프로펠러가 시험장에 설치되어 있다.
헤드램프는 3개의 LED 램프 모듈로 구성되었다. 계급장처럼 빛나며 EQS SUV의 지위를 뽐내는 듯하다. 130만 개의 마이크로 미러들이 빛을 영리하게 굴절시켜 260만 픽셀 이상의 해상도로 어두운 밤길을 비춘다. 보닛 위에 마치 두 개의 산맥처럼 솟아오른 파워 돔 라인과 22인치 알로이 휠을 품고 있는 커다란 휠 하우스는 이 차가 얼마나 역동적인 성능을 지니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운명처럼 타고난 성능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손금 같은 것으로 차고 넘치는 퍼포먼스는 플래그십 SUV라면 태생적으로 당연히 갖추어야 할 덕목인 동시에 고질적인 강자의 교만이기도 하다.
4매틱이라서 앞·뒤 바퀴 축에 두 개의 전기모터 드라이브 트레인(eATS)을 적용하고 있다. 후륜 축을 기본으로 하는 사륜구동 시스템이다. 네 바퀴의 회전력을 분당 1만 회 측정한 값을 토대로 노면 상황이나 차체 움직임에 따라 각각의 바퀴에 알맞게 토크를 분배해준다.
모터 최고출력은 400kW이고 최대토크는 858Nm다. 최고시속은 210km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를 4.6초 만에 주파한다. 107.1kWh의 배터리 용량은 1회 충전으로 447km를 이동할 수 있다. 200kW까지 급속 충전을 지원하며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급속충전기를 이용하면 31분 만에 충전이 가능하다.
제원으로 표기한 수치들도 의미심장하다. EQS SUV의 섀시는 연속으로 쇼크 업소버의 댐핑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에어 스프링을 기본 사양으로 하는 ADS+ 에어매틱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되었다. 어지간한 노면의 잘고 큰 충격은 엉덩이 시트까지 올라오지도 못하고 섀시에서 사그라진다.
에어 스프링의 체임버 안의 공기를 조절해 차량의 최저 지상고를 올릴 수 있어 오프로드 주행에서도 사륜구동 장치와 함께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특히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자주 찾는 장소에 도착하면 최저 지상고를 자동으로 조절해준다.
앞쪽은 4링크 액슬 타입이고 뒷바퀴에 멀티링크 타입의 서스펜션 구조다. 다이내믹 셀렉트 모드는 에코, 컴포트, 스포트 및 개인 설정 이외에도 4매틱의 경우 오프로드 주행을 위한 오프로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조향각이 최대 4.5도인 후륜 조향이 기본으로 적용되었다.
리어 액슬 스티어링 기능은 도심에서 유턴하거나 회전 구간을 고속으로 주행할 때 차체의 움직임을 민첩하게 해준다. 험하고 좁은 오프로드에서도 회전반경이 줄어들어 운전에 큰 도움이 된다. 옵션으로 OTA 업데이트를 통해 뒷바퀴의 각도를 최대 10도까지 조향하는 버전을 구매하면 원선회 시 회전 원은 11.9m에서 11m로 줄어든다.
아무리 심한 굴곡의 와인딩 로드에서도 스티어링 휠을 감아대도 휠베이스가 3210mm나 되는 거대한 몸집을 날렵하게 움직였다. 휠베이스가 길수록 차체 거동은 둔해지기 마련인데 뒷바퀴 조향장치와 자세제어장치 등 무수한 첨단장비 때문에 거세게 몰아도 몸놀림이 안정적이었다.
강한 회생제동으로 원 페달 운전도 가능하고 패들 시프트를 통해 3단계로 조절되는 회생제동을 약하게 조절하고 크리핑 기능을 켜놓으면 일반 내연기관차처럼 운전도 가능하다. 12기통 대배기량 엔진의 폭발적인 힘과 박력 넘치는 배기 사운드가 사라지는 시대에 살고 있는 질적 사치를 욕망하는 부자들에게 메르세데스-벤츠가 제시하는 전기차의 새 기준은 매력적일 것이다. EQS SUV는 진정한 리더들에게 어울리는 차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5125×1959×1718mm | 휠베이스 3210mm
공차중량 2920kg | 엔진형식 전기모터 | 모터 최고출력 400kW 모터
최대토크 858Nm | 구동방식 AWD | 0→시속 100km 4.6초
복합연비(전비) 3.5km/kWh | 가격 1억 833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