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왕조 재건…절치부심 두 OB

유새슬 기자 2026. 3. 19.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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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정수빈(왼쪽)과 양의지가 이달초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꼭 다시 우승하겠다는 각오로 뭉쳐 인터뷰 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정수빈
의지 형과 함께 나도 최고참
후배들 이끌고 KS 우승 또 하고파
타노스처럼 6개 보석 끼우는게 꿈
두산팬들 표현대로 ‘두버지’로
우리 팀 큰 존재 돼주길
▲양의지
후배들이 이기는 맛 알아야
자신감 붙어 과거 영광 만들수 있어
반지 2개 추가해 손가락 꽉 채우고파
구단 역대 최다출장 수빈이 그 꾸준함‘리스펙’

양의지(39)와 정수빈(36)은 두산의 역사이자 현재다.

최고참인 주장 양의지는 2006년 두산에서 데뷔해 2019년부터 4년간 NC에 몸담았다가 팀으로 복귀했다. 지난해 개인 통산 두 번째 KBO리그 타격왕에 올랐다. 2009년 입단해 구단 역대 최다 출장 기록(1811경기)을 보유한 ‘원클럽맨’ 정수빈은 여전히 대체 불가한 중견수이자 테이블 세터로 활약하고 있다.

두산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세 차례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양의지와 정수빈은 팀이 가장 찬란했던 시기에 대한 기억을 묻자 나란히 미소지으며 입을 뗐다.

양의지는 “그때는 이기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우리 팀이 야구를 제일 잘한다고 생각했었다”며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 뒤 선수들의 자신감이 상당히 많이 올라왔던 것 같다. 그 경험을 계기로 선수단 기량이 전체적으로 더욱 좋아졌다. 경기장에서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를 다들 알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정수빈도 “경기를 하면 3번 중에 2번은 그냥 이길 것 같은 분위기였다.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았고 다들 누가 지시하기 전에 알아서 자기 역할을 잘했던 것 같다. 재밌었다”고 돌아봤다.

길게는 10년 이상 지난 얘기가 됐다. 양의지·정수빈과 함께 왕조의 주역으로 활약한 투수 장원준과 유희관, 유격수 김재호 등은 현역에서 은퇴했다. 선수단 구성도 크게 바뀌어 현재보단 미래를 기약하는 어린 선수들이 많아졌다. 두산은 지난해 9위로 떨어져 가을야구에서 제외됐다.

두 베테랑은 젊은 선수들이 이기는 경험을 많이 쌓아야 이기는 법을 체득하고 이를 통해 자신감과 실력을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난해 성적은 상처로 남았다. 고참들은 그 책임을 스스로에게서 찾는다.

양의지는 “작년이 주장 첫해였는데 팀 성적이 크게 떨어져서 마음이 안 좋았다”며 “올 시즌은 개인 성적보다도 팀 성적이 좀 좋았으면 좋겠다. 경기에서 많이 이겨야 자신감이 붙는다. 한 경기 한 경기를 어떻게든 이기려고 해야 거기서 얻는 게 생긴다”고 했다. 이어 “후배들에게 조금 더 다가가서 후배들이 귀찮아하더라도 조언을 많이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선수들이 각자 알아서 움직일 수 있도록 가르치는 역할을 선배들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지금 후배들이, 과거 팀의 영광을 이끌었던 두산의 선수들처럼 성장하도록 돕는 게 고참들의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수빈도 “베테랑으로서 모범이 돼야 하는데 작년은 좀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과거나 지금이나 야구장 안에서는 팀을 받쳐주는 게 내 역할이다. 주자로 나가서 득점해야 하고 타석에 나가서 판을 흔들어야 하는 위치”라고 했다. 이어 “다만 야구 외적으로는 팀 내 역할이 분명 바뀌긴 했다. 평소 성격은 먼저 나서서 후배들에게 가르쳐주기보다 내 할 일을 묵묵히 하는 편인데, 문득 이젠 그렇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도 최고참 대열이 됐고 후배들한테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두산 양의지(왼쪽)와 정수빈. 두산베어스

‘왕조 재건 절치부심’ 양의지&정수빈

이번 겨울 구단의 행보는 ‘절치부심’, 네 글자로 표현된다.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경력이 있는 김원형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고 리그 최강의 코치진을 한 데 모았다. 두산의 2026시즌 슬로건은 ‘지금부터 다시’라는 뜻의 ‘타임 투 무브 온’(Time to MOVE ON)이다. 어쩌면 왕조의 기억을 안고 뛰는, 팀의 정신적 지주인 둘이 가장 절실할지도 모른다. 선수로 뛴 시간이 앞으로 뛸 시간보다 훨씬 길다는 점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양의지는 두산에서 두 번(2015·2016년), NC에서 한 차례(2020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는 “우승이 쉬운 건 아니다. 그래도 야구를 그만두기 전 한 번은 더 그런 설레는 긴장감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며 “우승 반지를 딱 두 개만 더 끼고 싶은데 우선 한 개라도 더 껴보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수빈은 2015·2016·2019년 두산의 우승 반지를 갖고 있다. 정수빈은 “두산이라는 팀에는 분명 강한 이미지가 있다. 나도 은퇴하기 전 한 번 더 그 영광스러운 한국시리즈 우승을 해보고 싶다”며 “타노스(마블 유니버스의 캐릭터)처럼 손에 액세서리를 6개 낄 수 있으면 좋겠지만 4개라도 어떻게 좀 갖고 싶다”고 웃었다.

오랜 시간을 함께해왔고 여전히 잠실 센터 라인의 양 끝을 듬직하게 지키고 있는 서로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물었다. 낯간지러워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둘 다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형인 양의지가 먼저 말했다.

“수빈이가 큰 부상 없이 한 팀에서 십몇 년 동안 꾸준하게 자리를 지켜줘서 너무 대견스럽다. 두산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출장한 선수다. 정말 리스펙(존경)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앞으로도 둘이 센터라인을 잘 지켜서 팀을 같이 좋은 방향으로 이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수빈은 “팬들이 의지 형을 ‘두버지’(두산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팀에서 의지 형의 존재는 워낙 크다. 또 같이 얘기하다 보면 형은 두산에 대한 애정도 정말 큰 사람이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다치지 않고 오랫동안 두산의 큰 존재로 남아주면 좋겠다”고 팬심으로 화답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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