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세, ‘오정세라서’ 할 수 있는 캐릭터 활주[★인명대사전]

어떤 배우가 전작과 전혀 다른 성격으로 다음 작품에 나와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하면 보통 대중은 ‘얼굴을 갈아 끼웠다’고 표현한다. 이는 그 배우의 캐릭터 해석력이나 몰입력, 전혀 다른 인격을 받아들이는 흡수능력 등으로 칭송받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행위가 일상이 되고, 꽤 오랜시간 동안 이런 연기를 계속해 온 배우에게는 어떤 칭호가 붙어야 할까. ‘변신이 일상?’ 아니다. 오히려 ‘연기에 진심’이라고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칭호는 요즘 배우 오정세에게 당연히 붙어야 한다. 그는 작품마다 널을 뛰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음에도 그 기대치에는 널뛰지 않는 만족감을 주고 있고, 심지어 그 위치조차 다 다르다. 주연이 돼 극을 지탱하기도 하면서, 조연으로 조력도 한다. 필요하다면 특별출연도 마다하지 않는다.
1997년 영화 ‘아버지’에서의 단역으로 데뷔한 그는 27년이 훌쩍 지난 요즘 각종 매체에서 가장 높은 주가를 선보이고 있다. 올해에만 해도 공개된 작품을 기준으로 tvN ‘눈물의 여왕’ 이민우 역, 넷플릭스 ‘스위트홈 3’에서 임박사 역으로 나왔다. 넷플릭스 ‘Mr. 플랑크톤’에서 어흥 역을 연기한 후 당장 1월부터 tvN ‘별들에게 물어봐’에서 강강수 역을 연기할 계획이다.

이전에도 각광을 받았던 연기자이지만,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그 쓰임새가 더욱 핵심으로 올라갔다. 이전 작품 조, 단역에서 특별출연에 머무르던 비중이 주연급으로 올라선 것이다. 2019년 KBS2 ‘동백꽃 필 무렵’에서 넉살 좋던 노규태 역으로 나온 것이 그 시발점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이후 주요 출연작 중에서 한 번도 전작과 비슷한 이미지를 답습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노규태를 연기한 그는 이듬해 SBS ‘스토브리그’에서 만악의 주역이었던 ‘악덕 구단주’ 권경민 역을 해냈다. 그러다 그해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문상태 역으로 천진함과 천재성을 동시에 내보였다.

악에서 선으로 갔던 이미지는 JTBC ‘모범형사’에서 돈과 권력을 가진 오종태 역을 하면서 다시 악으로 돌아선다. 2021년 tvN ‘지리산’에서는 순애보를 가진 구조대원 정구영을 연기했다 2022년 SBS ‘악귀’에서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추적하는 냉철한 민속학자 염해상을 연기한다.
그 사이 넷플릭스 ‘스위트홈’ 시리즈를 통해 광기 어린 과학자 임박사 역을 찍은 그는 다시 ‘Mr. 플랑크톤’에서는 어수룩하지만 강단있고, 고지식하지만 뚝심있는 한의사 어흥 역으로 인상을 남겼다. 이런 이미지가 굳어지기도 전에 미리 공개된 ‘별들에게 물어봐’ 스틸에서는 재벌 2세 출신 우주과학자 강강수를 연기하며 날렵해졌다.

‘Mr. 플랑크톤’에서 오정세와 함께했던 우도환은 오정세에 대해 “명배우”라고 정의했다. “사람 자체가 사랑스럽고, 아이디어가 많으시다. 대본을 깊게 분석하면서도 즉흥성을 받아들인다. 심지어 형님은 충동적인 연기조차 준비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는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연기할 때 실제 증상을 가진 남매를 만나 소통의 방법을 배웠고, 이 연기를 좋아하는 팬에게 문상태의 분장을 하고 함께 놀이공원에서 즐겼던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그가 연기를 대하는 방식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을 보면 알 수 있다. 오정세는 절친한 동생인 최다니엘이 최근 13년 만에 팬미팅을 연다는 사실을 듣고 곰돌이 탈을 쓰고 팬인 척 위장해 그를 놀라게 했다. 올해 ‘눈물의 여왕’ 특별출연은 4년 전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인연을 맺었던 김수현을 응원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실제로 만나면 말이 세련되지 못하고, 숫기가 없는 모습이지만 연기에 있어 눈을 빛내며 주위를 아우르는 그의 모습은 그가 27년의 세월 어떤 자리에서도 빛나는 원동력이 됐다. 그는 그의 자리를 항상 한정하지 않고, 가치가 있는 장면이라면 지금도 조, 단역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작품에 진심이다.

결국 좋은 배우는 좋은 사람인 경우가 많다. 좋지 않은 사람이 좋은 배우인 경우에는 작품을 거듭할수록 주변에 사람이 남지 않는다. 하지만 오정세는 스스로 드러내지 않더라도 모두의 사랑을 받고, 이는 결국 작품 안 캐릭터로 시청자, 관객에게 받는 사랑으로 이어진다. 그 어떤 역할도 가능하고 그 어떤 관객도 설득할 수 있는 배우. 그의 ‘캐릭터 활주’에는 다 이유가 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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