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환자 “서울 안 가게 해달라”…尹 “그러려고 여기 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제주특별자치도를 방문해 “제주대병원이 빠른 시일 내에 상급 종합병원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두 차례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서 ‘세계로 열린 청정한 섬, 글로벌 휴양 도시 제주’를 주제로 민생 토론회를 열어 “제주도의 의료 환경을 확실하게 개선해야 한다”며 제주도의 상급 종합병원 부재(不在)를 문제로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제주도에 70만명이 거주하고 있고 매년 1000만명 이상이 방문해서 의료 수요가 늘고 있는데, 서울과 진료 권역이 묶여 있어 상급 종합병원이 하나도 없다”며 “제주도민들은 부족한 의료 인프라 때문에 가족이 크게 아프기라도 하면 서울을 비롯한 육지로 나가서 진료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기상 여건이 나빠서 이동이 불가능하면 응급 환자와 가족 분들이 얼마나 애가 타겠느냐”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제주도에 상급 종합병원이 조속히 지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역 특성을 감안해서 진료 권역을 (서울과 묶이지 않게) 재설정하고, 상급 종합병원에 관한 제도를 개선하고, 상급 종합병원에 필요한 물적 의료 시설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중증 환자와 감염병 대응을 위한 제주대병원, 서귀포의료원의 기능 확충을 차질없이 신속하게 지원하겠다”고 했다.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민생 토론회 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제주권 상급 종합병원 지정은 지체하지 말고 빨리 시행하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상급 종합병원 지정을 반드시 하겠다는 의미에서 “정부 측 답변에 (애매한) ‘검토’라는 말도 쓰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어서 제주대병원을 방문해 의료진을 비롯한 병원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어느 지역에 살더라도 중증 필수 의료의 접근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며 “제주도에 상급 종합병원이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제주대병원이 빠른 시일 내에 상급 종합병원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제주대병원 김우정 진료부원장이 “중환자실 전담 전공의 유치를 위해 운영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하자, 윤 대통령은 즉석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상급 종합병원 지정을 위해서는 적정한 인력도 필요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검토해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송성욱 응급의료센터장은 “최근 제주대병원이 거점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면서 권역센터 수준의 수가를 적용받아 상당히 도움이 되고 있지만, 이런 지원이 한시적인 만큼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 건의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즉석에서 조 장관에게 “비상 진료 체계 내에서만 한시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닌, 제도화를 통한 안정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며 “지역완결적 의료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제주대병원이 하루빨리 상급 종합병원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속도를 내달라”고 조 장관과 장상윤 사회수석에게 재차 당부했다고 한다.
간담회 후 윤 대통령은 병원 로비에서 한 환자를 만났다. 이 환자가 “제주 지역 환자가 서울까지 가지 않도록 해주십시오”라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그러려고 여기 왔습니다. 걱정 마십시오”라고 답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상급 종합병원이란, 중증 환자 비율 34% 이상, 필수 진료 과목 9개를 포함한 20개 이상의 진료 과목, 입원 환자 10명당 1인 이상의 의사, 소아·신생아 중환자실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종합병원이다. 통상 해당 지역의 응급 환자, 중환자 치료를 전담한다. 정부는 매년 상급 종합병원을 지정하고 있고 지난해 말 11개 진료 권역 47개 병원이 지정됐으나 이 가운데 제주도 병원은 없다. 제주~서울 항공편을 이용해 120분 내에 환자가 서울의 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돼 제주가 서울과 같은 진료 권역으로 묶여 있다보니, 제주도 병원이 상급 종합병원으로 지정되기 위해선 서울의 ‘빅5′ 병원들과 경쟁해야만 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제주도 내 상급 종합병원 지정을 공개리에 약속해 정책 추진력을 높이기 위해 이날 간이식으로 끼니를 때우며 강행군을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곧바로 경기 성남 서울공항으로 이동해 항공편으로 제주도로 이동했다. 점심은 기내에서 김밥 한 줄로 때웠다. 민생 토론회 직후엔 곧바로 제주대병원 방문 일정이 이어져, 저녁 식사도 서울공항으로 돌아오는 항공편에서 샌드위치로 대신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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