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망하게 한다는 연고의 원리가 뭘까?
피부 관련한 문제가 얼굴에 주로 발생하고, 먼저 보여지는 부위라서 얼굴 피부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을 겁니다.
스킨케어는 기본이고, 뷰티 디바이스를 사용하거나 피부과에 가기도 하는데, 피부과는 비용 등의 문제와 다닐 때만 잠깐 좋아진다는 이야기들 때문에 방문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피부에 적합한 관리도 잘할 거고, 병원의 전문 기기들로 좋은 시술도 받을 텐데, 피부에 바르는 건 직접 만들지 않는 이상 다른 사람들과 같은 제품을 바를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뭘 바를까요?
수많은 제품 중 이것만큼은 의사들도 많이 사용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인터넷상에서 피부과를 망하게 하는 연고라고 알려진 그 제품입니다. 과장 광고에서나 볼 법한 표현이 사용되어서 의심이 드나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원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처음 이름을 알렸던 제품의 이름은 '스티바A'입니다. 피부 관리에 관심이 많거나 여드름 때문에 고생한 사람이라면 알 텐데, 이 제품의 성분명은 트레티노인(tretinoin)입니다.
트레티노인은 레티노이드(retinoid)의 일종으로 레티노이드는 비타민A에서 추출되거나 이와 구조 및 기능적 유사성을 나타내는 화합물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레티노이드는 천연 물질도 있고, 합성 물질도 있는데, 보통 의약품에는 합성된 레티노이드를 사용합니다.
트레티노인을 피부에 사용하기 시작한 때는 1969년 펜실베이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Pennsylvania)의 앨버트 클리그만(Albert Kligman) 교수 연구팀에서 피부에 발랐을 때 여드름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게재하고, 1971년 미국 식품의약청(FDA)에서 최초의 여드름 치료 연고로 승인하면서입니다.
해당 제품은 성인 여드름 환자에게 주로 사용됐는데, 사용 이후 피부가 전반적으로 개선됐을 뿐만 아니라 노화에 따른 주름이나 피부 얼룩까지 개선됐다는 사례들이 보고됩니다. 이에 여러 병원에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고, 1995년 미국 식품의약청(FDA)에서 트레티노인을 태양 노출로 생기는 광노화 피부의 주름 개선과 피부톤·피부결 개선 치료제로 승인합니다.
이때부터 피부 노화에도 효과가 있는 연고로 주목받았는데, 임상적으로 그 사실을 알고 있어도 작용 기전까지는 몰랐습니다.
작용 기전은 2017년이 되어서야 밝혀졌고. 설명해보면 레티놀(Retinol)이 RBP(레티놀 결합 단백질)에 의해 피부 속 타겟 세포(Target cell)로 운반된 뒤 RDH(레티놀 탈수소효소)에 의해 산화되면 레티날(Retinal)을 생성합니다.
레티날은 RALDH에 의해 산화되어 레티노산(ATRA)을 생성하고, CRABP II에 의해 운반되어 세포핵 내부의 레티노산 수용체(RAR)에 결합합니다
이후 RAR/RXR 복합체가 DNA의 RARE 서열에 결합하여 최종적으로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게 됩니다.
그러면 피부 표피층에서는 각질형성세포의 분화가 빨라지고, 표피는 튼튼하고 두꺼워지며, 노화에 의해 약화된 피부 장벽이 회복되어 상처 회복 속도가 빨라져 피부가 건강해집니다.
또한, 피부 진피층에서는 피부의 재생과 치유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프로콜라겐(=Type1 콜라겐 전구체)이 증가하여 콜라겐 합성을 촉진하고, 콜라겐 분해 효소(*MMP-3, MMP-13)들의 활성을 억제하여 진피층 콜라겐을 더욱 튼튼하게 지켜줍니다.
보다시피 기능적인 측면에서 피부에 좋은 효과들을 보이기에 피부과를 망하게 하는 연고라고 불리는 것인데, 문제점도 있습니다.
트레티노인이 결합하는 레티노산 수용체(RAR)에는 알파(α), 베타(β), 감마(γ)의 세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이중 피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레티노산 감마 수용체(RAR-γ)인데, 트레티노인은 각각의 수용체에 동일한 결합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효과를 선택적으로 집중해서 발휘하기가 어렵고, 부작용이 일어날 확률도 더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트레티노인은 레티노이드X 수용체(RXR)와 CRABP II에 결합해 피부 자극과 접촉성 피부염을 발생시키기도 했고, 비만 세포(Mast cell)의 레티노산 알파 수용체(RAR-α)에 작용해 염증성 사이토카인(*IL-1β, TNF-α, IL-8 등)의 분비를 촉진하여 염증 반응과 알레르기 자극을 심하게 일으키는 부작용도 나타났습니다.
이외에도 트레티노인은 자외선에 노출되면 파괴되고, 햇빛에 민감한 증상인 광과민성을 유발했습니다. 그래서 해당 제품을 바르고 햇볕을 쬐면 발진이나 발적, 통증 등이 나타나 밤에만 발라야 했습니다.
이와 같은 부작용 때문에 새로운 레티노이드가 개발됐는데, 레티노이드는 구조와 기능에 따라서 1세대부터 4세대까지 존재합니다.
잘 알려진 1세대 제품 스티바A(*성분 : 트레티노인)는 2023년에 단종됐고, 출시된 제품 중 3세대 제품에 디페린(*성분 : 아다팔렌)과 4세대 제품에 아크리프(*성분 : 트리파로텐)가 있습니다.
3세대 레티노이드인 아다팔렌(adapalene)은 레티노산 수용체 중 베타(β)와 감마(γ)에 선택적으로 결합하여 트레티노인의 단점을 일부 보완했고, 분자 구조에서 페녹시 아다만틸 부분이 피부에 서서히 흡수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 부작용의 발생 정도를 낮춰주었습니다.
또한, 화학 구조적으로 아로마틱 링(aromatic ring)이 트레티노인보다 3개가 더 추가되어 햇빛에도 분해되지 않는 안전성을 보였습니다.
4세대 레티노이드인 트리파로텐(trifarotene)은 레티노산 감마 수용체(RAR-γ)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하여 피부세포를 조절하는 유전자의 발현을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장점들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고, 주목할 특징은 MME(membrane metalloendopeptidase)라는 것의 활성을 낮춰 피부 속 엘라스틴이 잘 분해되지 않도록 하여 피부 주름을 예방해주고, 피부결과 탄력을 유지해준다는 부분으로 다른 레티노이드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던 특성입니다.
여기까지 제품의 역사와 원리, 효과들을 정리해봤는데, 해당 제품은 국내에서 전문의약품에 해당해 의사 처방과 약사 조제가 필요합니다. 다만, 일부 함량이 낮은 제품은 해외 직구로도 구매할 수 있는데,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사용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처음 사용할 때는 제품을 저녁에 한 번 쌀알 한톨 크기로 짜서 보습제와 섞어 사용하는 게 좋고, 자극을 관찰하며 피부가 적응할 수 있도록 2주 정도는 격일로 사용하면 좋습니다. 적응 후에는 쌀알 한톨~두톨 정도의 크기를 꾸준히 발라주면 피부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 피부과 전문의 임슬기 (유튜브 '스킨 나이 연구소' 채널 운영)
Copyright. 사물궁이 잡학지식.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