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일, 귀 적시랬더니 녹여버렸다 [커튼콜]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열린 정준일의 목소리는 공연이 끝난 후에도 귓가를 맴돌았다. 장장 2시간 30분 동안 한시도 쉬지 않고 들었더니 그의 목소리 연주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정준일은 지난 7월 신보 ‘어떤 무엇도 아닌’을 발매한 데 이어 동명의 이번 콘서트까지 열었다. 그는 3일 공연 전석을 매진시키며 약 2000여 명이 넘는 관객들과 호흡했다. 현재 가요계를 주름잡고 있는 화려한 댄스가수나, 아이돌이 아닌 정통 발라더의 공연에 이같은 팬들의 운집은 놀라웠다. 정준일이 활발히 방송 활동을 하지 않음에도 그의 음악을 찾아 듣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는 방증이었다.
2009년 그룹 메이트로 데뷔한 이후 2011년 솔로 정규 1집을 낸 정준일에게는 주옥같은 음악들이 넘쳐났다. 이번 공연에서도 정준일은 고심 속 추린 끝에 무려 22곡을 선사, 자신의 음악세계로 관객들을 초대했다.
“안녕하세요 정준일입니다”라는 첫 인사가 나오기까지 공연 시작 후 무려 5곡이 지나갔다. 시시콜콜한 입담과 재미에 치중하지 않았고 자신의 목소리, 지금 당장의 무대에 대한 소감 등에 대해 나열했다. “제가 원한 만큼 (노래가) 안 나온 것 같아 불편한 마음입니다.” 당최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으나 정준일이 이 공연에 얼마나 진심이고 무대 하나 하나에 혼신을 쏟는지 알게 되는 대목이었다.
정준일의 말과는 달리 곡이 끝날 때마다 관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수많은 아이돌 공연, 내한 공연, 페스티벌 등 흥과 도파민 과다분비를 이끌어내는 공연들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정준일의 목소리에 집중하게 됐고 음절 하나 하나 애써 부르는 그의 표정과 제스처, 동작 모두 발라드 감성에 깊게 취하는 순간이었다. 5곡씩 4번을 나눠불렀고 중간 중간 짧은 멘트로 숨을 돌리니 어느덧 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무대만을 비추는 옅은 조명과 정준일의 목소리는 1평 남짓한 공간 안에서 계속됐다. 거를 타선 없이 박수받아 마땅한 곡이었음에도 선뜻 박수 치기 어려울 정도로 관객들의 고요한 집중도가 공연장을 감싸안았다.
여타 공연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휴대폰 촬영 역시 없었다. 공연 마지막 무대 이후, 정준일이 무대에서 잠시 내려가고 신곡 음원이 깜짝 공개된 순간이 돼서야 관객들은 조심스레 휴대폰을 들고 녹화하기 바빴다. “제 얼굴이나 어떤 퍼포먼스를 보러 오신 게 아니잖아요. 제 노래, 제 목소리 들으려고 하시는 거니까...”라는 정준일의 말이 와닿는 순간이었다.
엄청난 고음의 부재, 잔잔한 멜로디가 주를 이루는 노래라고만 여겼던 기자의 안일한 판단에 뼈를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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