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흐름이 자주 끊기는 대표 원인은 급차선 변경과 저속 주행이다.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차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를 도입하며 기존 운전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새 정책을 내놨다.
멈추는 흐름을 어떻게 끊을 것인가… 정부가 주목한 근본 문제

한국 고속도로에서 가장 자주 목격되는 장면은 갑작스러운 속도 저하다. 정체가 생긴 지점으로 다가가 보면 원인은 대부분 비슷하다. 출구를 앞둔 차들이 급하게 차선을 여러 번 가로지르거나, 1차로에서 느리게 달리는 차량 때문에 전체 차로가 연쇄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러한 현상을 단순한 운전 매너 부족으로만 해석하지 않았다. 설계 구조 자체가 운전자의 선택을 과도하게 열어놓았고, 그 틈에서 위험한 움직임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행동을 규제하는 법’이 아니라 ‘행동을 제한하는 도로’라는 완전히 다른 접근으로 이동했다.
장거리·단거리 차량을 강제로 분리하는 새로운 방식

이번 정책의 핵심은 ‘차선 선택을 체계적으로 제한하는 구조’다. 기존처럼 페인트로 구획만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물리적 장치를 설치해 장거리 주행 차량이 이용할 상위 차로와 진입·진출이 잦은 단거리 차량의 하위 차로를 확실히 갈라놓는 형태이다.
이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 상위 차로는 꾸준한 속도를 유지한 채 직진 흐름을 이어갈 수 있고, 출구와 가까운 차량은 하위 차로에서만 움직이며 전체 교통량의 변동을 최소화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어느 차로로 들어갔는지에 따라 ‘돌아갈 수 없는 도로’가 된다는 점이다.
위빙을 원천 차단하는 설계… 선택의 여지를 없앤다

운전자들이 갑작스럽게 차로를 넘나드는 이유는 대부분 심리적 불안이다. “출구를 놓칠까?”, “좀 더 빨리 가고 싶은데?” 이런 생각이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면, 뒤따라오는 차량까지 영향을 받으며 파동처럼 정체가 퍼져나간다. 정부는 이 문제를 단속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고속도로 일정 구간에서는 장거리 전용 차로로 들어가면 중간에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만들고, 반대로 단거리 차로에서도 쉽게 중앙으로 진입할 수 없게 설계할 방침이다. 이는 운전자의 ‘선택지 자체를 줄여 흐름을 안정시키는’ 방식으로, 기존 추월 차로 규범에 의존하던 시스템과 완전히 결이 다르다.
해외는 규칙, 한국은 구조… 서로 다른 철학이 만든 차이

유럽 국가들은 교통 법규와 운전자 준수 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아 있다. 독일은 추월 후 반드시 우측 차로로 복귀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강력한 제재가 따른다.
프랑스는 기상과 교통량에 따라 실시간으로 속도를 조절하며 흐름을 제어한다. 일본은 차로별 속도 제한이 세분화돼 있고, 운전자들도 규제를 자연스럽게 따른다.

한국의 고속도로는 이러한 규범 중심 모델의 한계가 뚜렷하다. 출구 간 간격이 짧고 복잡하며, 진출입 빈도가 높아 운전자의 선택 폭이 지나치게 넓다. 여기에 규범 준수율도 상대적으로 낮다 보니 기존 추월 차로 개념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다.
결국 한국은 ‘문화’가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방식을 선택했다. 규칙을 어길 여지를 아예 없애서 흐름을 유지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단거리 차로 정체는 더 심해지나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면 전체 흐름이 매끄럽게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특히 과속·저속·급차선 변경이 동시에 일어나는 구간에서는 체감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우려도 있다.

• 잘못된 차선 선택의 부담 증가: 한 번 잘못 들어가면 출구를 놓칠 수 있어 불편이 늘어날 수 있다.
• 전용 차로의 속도 메리트 부족: 장거리 차로가 특별히 빠른 속도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이용률이 낮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네비게이션 시스템과 안내 표지판 개선이 필수이며, 실제 운전자들이 혼란 없이 적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사전 홍보도 요구된다.
‘도로 문화 대전환’ 실험… 성공 여부는 아직 미지수

정부의 이번 정책은 단순한 차선 개편이 아니라 한국 고속도로 운영 철학 자체를 다시 짜는 시도에 가깝다. 오랫동안 반복된 정체의 원인을 운전 습관 탓으로 돌리기보다, 구조가 문제인 점을 정확히 짚어낸 셈이다.
다만 이것이 실제로 효과를 발휘할지는 앞으로의 데이터가 결정한다. 장거리 차로가 전체 흐름을 얼마나 안정시키는지, 위빙 감소가 체감 가능한 수준인지, 하위 차로 혼잡이 얼마나 줄어드는지가 핵심 평가 기준이 될 것이다.
이번 실험이 성공한다면 한국 고속도로는 ‘운전자 행동에 의존하는 도로’에서 ‘구조적으로 안전을 강제하는 도로’로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하게 된다. 반대로 문제점이 반복되면 추가 보완 또는 재설계가 불가피하다. 지금은 그 첫걸음을 내딛는 단계이며, 향후 운용 결과가 고속도로 문화의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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