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도 못 꺾은 근본 빵집의 비결

얼마 전 온라인에서는 “10월 17일 대전에 가지 마세요”란 제목의 글이 퍼졌다. 대전의 유명 빵집 성심당 전 매장이 직원 연수 때문에 문을 닫기 때문이라는 것. 댓글 반응은 “이런 건 재난경보로 알려주세요” “17일 KTX 도착지 ‘대전’ 누르면 팝업창 떠야되는 거 아니냐”였다.

이런 반응은 국내 대다수의 베이커리에 대한 인식과는 다른 분위기인 게 한국에서 빵집은 이미 프랜차이즈가 장악해 개성이 사라진 지 오래고, 한국의 빵값은 왜 이렇게 비싸야 하는지 소비자들은 납득이 안되는 상황. 게다가 최근엔 주요 프랜차이즈 생산공장에서 발생한 청년노동자 사망사고로 불매 움직임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메일로 “지역 아이콘이 된 빵집들은 어떻게 오랫동안 살아남았는지 취재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전국 O대 빵집’ 이런 수식어에 꼭 포함되는 빵집들이 있는데 대전 성심당, 군산 이성당, 안동 맘모스제과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빵집들의 인기 비결은 뭘까. 첫째, 지역에 뿌리내린 그 오랜 세월동안 재료를 아끼지 않고 유지해온 특유의 ‘맛’이 꼽힌다.

홍종흔 전 대한제과협회장
“(지역 빵집이 성공하려면) 첫째도 맛, 둘째도 맛, 셋째도 맛이다 마케팅은 그 다음의 얘기죠. 동네빵집은 좋은 재료로 빵을 자주 구워내는 방법 밖에 없죠. 자체 개발 열심히 하고 또 자주 구워내는 것밖에 없어요”

세월이 변해도 기본을 지켜온 그 노력이 널리 인정받기 때문이라는 것. 군산 이성당의 시작은 무려 1945년, 대전 성심당은 1956년, 안동 맘모스제과는 1974년 문을 열었다.

둘째, 가격이 혜자인 것도 큰 역할을 했다. 성심당 튀김소보루는 한 개에 1600원, 6개가 든 한 박스 가격은 만원이다. 요새 빵집 가서 빵 3~4개만 집어도 만원 훌쩍 넘는데.. 맘모스제과 크림치즈빵은 2500원, 이성당 단팥빵과 야채빵은 각각 1800원, 2200원으로 이 빵들 역시 프랜차이즈 빵집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다.

홍종흔 전 대한제과협회장
“(프랜차이즈 빵집은) 빵을 생산하는 사람 말고 마케팅이라든가 점포 관리 슈퍼바이저라든가, 그런 인원이 엄청나게 많잖아요”

프랜차이즈 빵들이 본사 인건비나 임대료, 유통 과정에서의 뻥튀기 등 비용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측면이 많은 반면 지역 빵집들은 상대적으로 재료 이외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빵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셋째, 프랜차이즈와 비교되는 개성과 희소성이다. 일단 메뉴를 보면 성심당 하면 ‘튀김소보루’가 연상되는 것처럼 그 빵집만의 트레이드 마크격인 빵이 있다. 맘모스제과의 크림치즈빵, 이성당은 단팥빵과 야채빵 등이 대표 메뉴로 꼽힌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소비자의 뇌리 속에는 오랜 세월 많이 트라이(try)하고 연구해서 나온 생산물은 나름대로의 어떤 특별한 퀄리티가 있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 거죠”

또 흔히 접할 수 있는 가맹점 체제와 달리 직접 그곳에 가서 빵지순례를 하는 것도 특별한 경험으로 인식된다. 성심당과 맘모스제과는 분점이 있지만 전부 대전과 안동에만 뒀다. 성심당의 경우 대전 시내에만 매장이 4곳 있고 케익부띠끄 등 디저트 샵이나 테라스키친 등 레스토랑으로도 영역을 확대했지만 매장이 전부 다 대전에 있다. 이들 빵집 제품을 먹고 싶으면 대전과 안동을 가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코로나로 택배 배송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온라인에서도 주문해서 먹을 수는 있다.

그나마 다른 지역으로 진출한 게 이성당이다. 이성당은 2013년부터 잠실 롯데백화점 등 수도권과 충청권에 총 7곳의 분점이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군산 본점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고 한다.

지역사회에선 대박 빵집들의 윤리경영도 주목받고 있다. 성심당은 매일 팔고 남은 빵을 고아원이나 양로원 등의 시설로 보내고, 맘모스제과도 꾸준히 지역 시설에 매출 일부를 기부한다고 한다. 이런 점들이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프랜차이즈 빵집에 비해 차별점으로 부각되는 거다.

특정 기업이 장악한 프랜차이즈 위주 빵 시장, ‘고급화 전략’을 고수하는 개인 빵집들의 증가로 빵 하나 사먹기가 겁나는 요즘, 이런 근본 빵집들의 존재는 소중할 수밖에 없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특히 현대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게 사실은 다양성이에요. 프랜차이즈도 필요하지만, 각 지역의 장인들이 계속적으로 좋은 물건과 상품을 소비자들한테 경험하게 하고 그 노하우가 전승되도록 하는 건 특히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