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가는 이동환 목사 “차별 용인 안 된다는 걸 꼭 보여주고파”

오세진 기자 2024. 3. 1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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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 목사, ‘성소수자 축복’했다고 출교뒤
공동대책위 등 ‘복직투쟁’ 의미 논의 좌담회


이동환 목사(오른쪽)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법정에 간 성소수자 환대 목회, 어떻게 볼 것인가’ 긴급 좌담회에서 자신의 근황을 알리고 있다. 성소수자 환대 목회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공동대책위원회 제공

“저는 감리회 목사라는 타이틀을 되찾기 위해 복직 투쟁을 결심한 것이 아닙니다. 법원 문을 두드리겠다고 결심한 건, 이것이 개신교 내에 좋지 않은 선례로 남기를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동환 목사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평온했다. 이 목사는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 강당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퀴어퍼레이드 등에서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지난 4일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로부터 ‘출교’ 처분을 받은 이후의 심경 등을 천천히, 또박또박 전했다. 교회가 아닌 일반 법정에서 복직 투쟁에 나서기로 한 이유를 설명하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강당에 모인 90여명의 시민들이 귀를 기울였다.

좌담회는 ‘성소수자 환대 목회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공동대책위원회’와 크리스천 퀴어·앨라이 운동단체 ‘큐앤에이’가 이 목사의 복직 투쟁에 시민들이 왜 주목해야 하는지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이 목사는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자신의 근황을 짧게 전했다. “(출교 판결 이후) 많은 분의 위로가 겹치고 겹치면서 제 안에 광명이 찾아와서 (밥은) 다시 잘 먹고 있고요. 잠은, 자다깨다를 반복해서 피로하긴 한데, 그래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 목사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성소수자에 대한 축복식을 집례했다는 이유 등으로 기독교대한감리회로부터 출교 판결을 선고받은 이동환 목사(앞줄 가운데)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감리회 본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목사는 2019년 8월, 인천퀴어문화축제 때 ‘함께 하는 축복식’을 집례(진행)하며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2022년 10월 감리회로부터 ‘정직 2년’ 처벌을 받았다. 당시 축복식에서 “이 땅의 모든 성소수자들과 사회적 소수자들을 향한 낙인과 혐오, 차별과 배제에 반대한다”고 밝힌 게 문제로 지적된 것이다. 감리회는 이 목사의 축복식 집례가 감리교회 법인 ‘교리와 장정’에서 금지하는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그를 기소하고, 감리회가 부과할 수 있는 최대 정직 기간인 2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 목사는 지난해 2월 감리회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이 정직 판결이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감리회 쪽은 이 소송이 끝나기도 전에 또다른 건을 제시하며 이 목사에게 최종 ‘출교’ 판결을 했다. 이 목사가 정직 2년 징계 이후에도 추가로 성소수자 축복식을 세차례나 더 하고, 언론 인터뷰와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지금 한국 교회의 소수자 혐오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고 밝힌 일 등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 목사는 “결과적으로는 성소수자를 환대했다는 이유만으로 교단으로부터 파문을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이 판결이 한국 교회에 미치는 악영향은 지금 보이는 것보다 앞으로 훨씬 더 크고 집요할 것”이라고 봤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법정에 간 성소수자 환대 목회, 어떻게 볼 것인가’ 긴급 좌담회에서 이 목사 싸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성소수자 환대 목회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공동대책위원회 제공

이 목사의 우려대로 최근 개신교 일각은 성소수자를 향해 다양한 형태의 혐오를 쏟아내고 있다. 이날 좌담회에선 대표적인 혐오 사례들이 제시되기도 했다. 차별금지법(평등법) 발의에 참여한 국회의원실에 항의 전화를 퍼붓거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학생을 차별할 수 없도록 규정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압박하고 있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2022년 11월엔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반대 단체(한국정직운동본부)가 대전시 인권센터를 맡아 지난해 12월까지 운영한 일도 있었다. 또 지난해 충남을 시작으로 충북, 부산, 대구, 경북, 인천, 경기, 서울 등의 공공도서관에는 성평등, 성소수자, 포괄적 성교육 등을 주제로 하는 도서를 빼라는 압박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차별금지법을 철회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 전방위적으로 공세를 펼치는 이들의 행보는 결코 우스운 수준이 아니다”라며 “‘교회 일이니까’라고 이대로 방치할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 목사 변호인단이 감리회의 출교 판결 이후 일반 법정에 징계 무효 확인소송을 내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목사는 “제 (복직 투쟁) 결심에 큰 영향을 미친 건, 개신교 내에서 일어나는 이런 일들이 우리 사회 인권 문제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혐오하면서도 오히려 자신들은 (성소수자를) ‘사랑’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그 뒤틀린 사랑을, 단순히 종교 내의 일로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라며 “저는 법정 투쟁에서 이겨서,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선고된) 출교 판결을 우리 사회가 결코 용인하면 안 된다는 것을 교회에 꼭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법정에 간 성소수자 환대 목회, 어떻게 볼 것인가’ 긴급 좌담회에 모인 시민 90여명이 이 목사가 그동안 받았던 재판 진행 과정을 듣고 있다. 성소수자 환대 목회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공동대책위원회 제공

이 목사의 바람은 “한국 교회가 성소수자를 환대하고, 포용하고, 긍정하는 데 앞장서는 공동체가 되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학생)인권조례를 지키기 위해 힘쓰는 집단이 되는 것”이다. “교회가 바뀌면 세상이 바뀔 것입니다. 세상이 바뀌면 교회가 바뀔 것입니다. 그 일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함께 힘을 모아주십시오. 함께 지금의 어둠을 헤치고, 우리 시대를 바꾸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이 목사가 호소로 발언을 마무리하자, 시민들의 박수 소리가 강당을 가득 채웠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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