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넘어 거점: 밀양의 '문화공급기지' [컬처노믹스: 청학서점]

최아름 기자, 이민우 문학전문기자 2024. 9. 13.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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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대한민국 문화혈관 복구 프로젝트 11편
현장 탐방 6편 밀양 청학서점
소멸위험지수 높은 경남 밀양
책 읽지 않는 사람들과 쇠퇴한 도심
본도심 서점 자리는 문화공간으로
신도심 서점 자리는 문화중심으로

밀양의 청학서점은 1961년 문을 연 이래 63년간 지역의 대표 서점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2대째 운영 중인 이 서점은 2019년 과감한 결정으로 구도심에서 신도심으로 이전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단순한 책 판매를 넘어 다양한 문화 활동의 중심지로 발전하고 있는 청학서점의 변화와 도전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남 밀양의 청학서점은 1963년 문을 열었다. 예전 자리에서 지금의 자리로 옮겨 문화 거점 역할을 해내고 있다.[사진=더스쿠프 Lab. 리터러시]

영남 지방의 산길을 지나 경남 밀양으로 가면 넓은 평야가 펼쳐진다. 그 평평한 땅에 밀양강이 흐르고 있어 농사에 적합한 밀양은 2010년까지도 11만명 이상의 인구가 있었지만, 2024년 7월 기준으로 10만1145명으로 1만여명 줄었다. 인구가 계속해서 감소하면 올해 안에 10만명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시로 승격할 수 있는 인구 기준은 5만명이다. 밀양은 이 기준의 2배인 10만명 이상의 인구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소멸위험지역이다. 새로 태어나는 인구가 많지 않아서다. 밀양의 소멸위험지수(가임 여성 인구 수를 65세 이상 인구수로 나눈 값)는 0.195로 소멸고위험 지역에 해당한다.

청학서점은 1961년 밀양 내일동에서 문을 열었다. 창업자인 고故 신상화 사장의 뒤를 이어 현재는 아들 신찬섭ㆍ며느리 이미라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신 대표는 아버지의 건강 악화로 대학 졸업 전에 가업을 이어받았다. 원래 청학서점은 버스 정류장의 이름이 될 정도로 밀양 주민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았다. 청학서점을 모르는 밀양 사람은 없었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 유명한 서점조차도 변화를 느끼고 있다.

"인종이 바뀐 것 같아요." 신찬섭 대표는 자신이 느낀 최근의 변화를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문화의 변화로 책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감소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내 한복판 내이동에 있던 국립 밀양대가 2005년 도심 외곽으로 이전하고 부산대와 통폐합하면서 서점을 찾아올 만한 젊은 인구가 크게 빠져나갔다.

밀양의 구舊도심에 있던 청학서점은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 2019년 5월 신도심인 삼문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전 소식에 아쉬워하는 시민들을 위해 부부는 특별한 결정을 내렸다. 구도심의 서점 자리를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개방하기로 한 것이다. 이 공간은 '햇살학교'라는 이름으로 밀양교육청이 운영하고 있다. 역할은 바뀌었지만 이 공간엔 여전히 '청학서점'이라는 간판이 붙어있다.

청학서점이 그저 사람들을 더 만나기 위해 자리만 옮긴 건 아니다. 2층 건물로 신축한 삼문동의 청학서점은 단순히 책 판매를 넘어 다양한 문화 활동의 중심지 역할을 해내고 있다. 2013년부터 시작한 독서모임 '다락방'을 비롯해 여러 독서 모임이 운영 중이다. 1층은 단행본을 주로 판매하고 2층 북 카페에서는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문화 행사를 즐길 수 있다. 미술 전시부터 시작해서 강연ㆍ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밀양에 있는 다른 예술문화시설과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구성했다. 밀양문화재단이 무대에 올리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기 전에 실제 부조리극인 「고도를 기다리며」를 함께 읽고 부조리극의 탄생을 이해하기 위한 강연을 진행한다.

이 대표는 "1961년에 시작한 서점이다 보니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에 '환갑'을 맞았다"며 "지역 주민분들이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면서 떡도 만들고, 같이 문화활동을 했던 아티스트들도 함께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티스트들도 오다 보니 클래식 모임을 원하는 분들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청학서점이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활동을 누릴 수 있는 거점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는 거다.

위치는 바뀌었지만 청학서점이 그리는 미래의 모습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신 대표는 "손님이 원하는 책이 우리 서점이 큐레이션 하는 책"이라며 "농담처럼 항상 '100년은 해야지'라고 말하는데 전국에 있는 수천개의 서점이 1000개가 되고 500개가 될 때까지는 계속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100년을 바라보는 청학서점은 책뿐만이 아니라 주민들이 목말라 하는 문화의 공급 기지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컬처노믹스다.

최아름·홍승주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이민우 문학전문기자
문학플랫폼 뉴스페이퍼 대표
lmw@news-paper.co.kr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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