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MZ세대는 놀림감이 됐을까?

회사에선 할 말 다 하고, 에어팟을 끼고 일해야 능률이 올라가고, 걸핏하면 퇴사한다는 그 세대. 별걸 다 줄여 말하고, 핫플가서 인스타에 인증샷 올리고, 물건 하나를 사도 가치소비를 한다는 그 세대는 ‘MZ세대’다.

유튜브만 봐도 MZ 특징, MZ 말투, MZ 문화, MZ 단어, MZ 신입사원, MZ, MZ, MZ...
거의 MZ 공화국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MZ세대 관련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유튜브 댓글로 “정작 MZ세대는 MZ세대 특징에 공감 못 한다는데 왜 그런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 봤다.

여러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MZ세대가 MZ세대론에 공감하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는데,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한편으로는 세대 구간이 너무 넓고요. 농담 식으로 하면 그야말로 첫사랑만 실패하지 않으면 부모 자식이 될 수도 있는 사이인데ㅋㅋ 당연히 같은 세대라는 의식은 별로 없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일단 MZ라는 용어 자체가 하나로 묶이는 게 말이 안된다는 건데,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밀레니얼세대와, 그 이후부터 201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는 최대 서른 살까지 차이가 난다. 거의 부모와 자식, 임원과 신입사원을 한 세대로 보는 것이나 마찬가진데 이런 단어가 습관적으로 굳어진 거다.

이 정의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3분의 1이 MZ세대고, 경제활동인구 중에는 45%가 MZ세대다. 즉, 한 세대로 묶을 수 없는 넓은 범위를 MZ세대라는 말로 퉁치는거다.

게다가 스스로가 정체성을 인식하는 집단도 아니고 외부에서 서로 다른 집단을 하나로 묶었으니 반발심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 구글 트렌드에 MZ세대를 검색해봐도 MZ라는 말이 한국에만 쓰이는 단어임을 알 수 있다. 결국 MZ란 말은 한국에서 기성세대와 언론이 만들어낸 억지 밈인 셈.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다른 한편으로는 정체성 같은 게 그 세대에 속한 사람들이 스스로 이제 정체성을 규정하는 경우가 있고 외부자들이 정체성을 부여해서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있는데 MZ세대는 후자 쪽인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아마 거기에 속한 사람들이 그 세대에 대한 소속감 이런 거를 별로 가질 이유가 없겠죠”

이렇게 태생부터 억지스러운 MZ라는 말은 기성세대가 이해하기 어려운 청년층의 행동들과 결합되면서 부정적인 의미가 더욱 강해졌다. 요즘 MZ세대라며 나오는 콘텐츠들이 MZ세대를 표현하는 방식은 거의 다 비슷한데, 조직보다 개인을 중시하고 자신의 의견을 머뭇거림 1도 없이 피력할 줄 아는 세대로 그려낸다는 거다. 근데 이런 특징을 인정하고 존중해주기보다는 그냥 사회생활 못하는 눈치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는 게 실상이다. 이전까지 쓰였던 ‘요즘 젊은것들’이라는 단어의 대체재로 MZ세대가 쓰이기 시작한 거다.

특히 마케팅 영역에서 쓰이던 용어가 광범위하게 퍼지게 된 건 선거 시즌에 2030 젊은층이 중요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되면서 이들을 묶어서 부를 말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후부터는 마케팅, 언론, 정치권 가릴 것 없이 ‘요즘 MZ세대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신조어’라느니, ‘MZ세대에서 뜨는 인기템’이라느니, ‘MZ세대 핫플’이라느니 마구잡이로 MZ를 붙이는 상황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의 감수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어떤 이해관계나 편리성에 따라서 용어를 만들어서 통용한 그런 사례라고 할 수 있죠”

정리하면 현재 한국에서 사용되는 MZ라는 단어는 정체불분명일뿐 아니라 기성세대가 이해하기 힘든 새로운 세대의 부정적 요소를 모두 합쳐놓은 것이어서 2030들로부터 전혀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것. 이런 과도한 세대론 마케팅은 정작 소통의 중요성보다는 서로에 대한 오해와 피로감을 높일 뿐이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세대론을 지나치게 부각하는 것에 대해서 그다지 긍정적이지가 않아요. 나이가 같다고 해서 무조건 같은 것도 아니고 그런 현상을 가져오는 진짜 사회 구조적인 요인들이 있는데 그런 진짜 요인들이 다 가려지게 되는 경우들이 많아서..."

MZ세대와 기성세대. 젊은것들과 꼰대. 이젠 말장난 같은 갈라치기 그만 좀 하고 서로 이해하며 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