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보내기엔 아깝고, 갖고 있기엔 부담"…흥국생명 이고은 트레이드설, 핵심은 이 숫자다

비시즌이 조용할 리 없다. FA 시장과 외국인 선수 계약이 마무리된 직후, 여자배구 팬 커뮤니티에서는 한 이름이 반복적으로 소환되고 있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세터 이고은(31세). 공식 발표도, 언론의 확정 보도도 없다. 그런데도 이름이 끊이지 않는다. 단순한 루머라면 이미 사그라들었을 텐데, 이 흐름이 잦아들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 트레이드설은 선수 개인의 경쟁력 문제가 아니라, 구단 살림살이와 전력 재편이라는 훨씬 구조적인 문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고은은 지난 2024-25 V리그 시즌, 페퍼저축은행에서 흥국생명으로 이적해 팀의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FA 재계약에도 성공하며 핑크스파이더스에 잔류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2025-26 시즌이 문제였다. 허리 부상 여파로 이고은은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팀은 공백을 메우기 위해 베테랑 세터 이나연(34세)을 영입했고, 그 결과 흥국생명 세터진은 이고은, 이나연, 김다솔, 박혜진, 서채현, 김연수까지 총 6명으로 불어났다. V리그 어느 팀과 비교해도 이례적인 수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흥국생명은 비시즌에 FA 최대어 정호영을 영입하고, 1년간 코트를 떠났던 표승주를 사인 앤 트레이드로 데려왔다. 아시아쿼터로는 이미 검증된 아웃사이드 히터 자스티스까지 합류시켰다. 누가 봐도 2026-27 시즌 우승을 향한 전면적인 전력 강화였다.

그런데 이 '광폭 투자'가 부메랑이 됐다. 2025년 6월 공시 기준 흥국생명의 선수단 연봉 총액은 약 25억 원 수준이었다. 당시 V리그 여자부 샐러리캡 상한선인 27억 원(연봉 21억·옵션 6억) 대비 약 2억 원의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비시즌 신규 계약과 영입을 모두 반영하면 추가 지출이 약 6.7억 원에 달한다.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샐러리캡을 약 4.5억 원 초과한 상태다. KOVO 규정상 1차 선수 등록 기한인 6월 30일 이전까지 이 초과분을 해소하지 못하면 정상적인 선수 등록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미 흥국생명은 올해 2월 수련선수 김해은·신다솔을 자유신분으로 공시하며 선제적인 정리에 들어갔다. 트레이드설은 이 흐름의 연장선이다.

이고은 트레이드설이 단순 소문이 아닌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포지션 포화와 연봉 구조다.

세터 6명 체제에서 이나연이 지난 시즌 전면에 나서 팀을 이끈 만큼, 이나연 중심 운영이 이미 사실상 굳어진 상황이다. 여기에 루키 서채현(20세)·김연수(19세)의 육성 방향까지 고려하면, 이고은이 차지하는 포지션 내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경쟁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팀 구조 자체가 변했기 때문이다.

연봉 측면도 명확하다. 이고은은 흥국생명 선수단 내 고연봉자에 해당한다. 샐러리캡 초과분 4.5억 원을 해소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가 고연봉·포지션 포화가 동시에 겹치는 자원을 트레이드로 내보내는 것이다. 이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선수가 현재 이고은이다.

구체적인 트레이드 시나리오로는 IBK기업은행과의 딜이 거론된다. 도수빈 리베로가 정관장으로 이적하면서 IBK는 리베로 보강이 시급해진 상황. 흥국생명이 이고은과 IBK기업은행의 김채원 리베로를 맞트레이드하는 시나리오가 현실적인 카드로 언급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짚어야 할 게 있다. 이고은 트레이드설을 '찬밥 신세'로 읽는 시선이 일부 있는데, 그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트레이드는 상대 팀이 원하는 카드여야 성립한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선수의 이름은 트레이드 시장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이고은이 꾸준히 언급되는 건 시장 가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고은의 경쟁력은 화려한 스탯보다 '안정성'에 있다. 리시브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공격 전개를 유지하고, 공격수 각각의 컨디션과 상대 블로킹 매치업을 읽으며 템포를 조율하는 운영형 세터다. 이런 능력은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더 가치 있다. 최근 V리그 트렌드가 개인 의존형 배구에서 '조직 완성도'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안정형 세터의 희소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커리어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도로공사를 시작으로 IBK기업은행, GS칼텍스, 페퍼저축은행, 흥국생명까지 총 5개 팀을 거친 이고은은, 한 시즌 두 팀을 오가는 우여곡절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정상급 국내 세터 반열에 올랐다. 변화와 압박에 단련된 선수라는 의미다. 새 팀 적응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트레이드 카드로서의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 흐름이 지금 주목받는 데는 타이밍 문제도 있다. KOVO 1차 등록 기한인 6월 30일이 한 달 남짓 남은 시점에서, 흥국생명은 반드시 샐러리캡 조정을 마무리해야 한다. 팬들도 이를 알고 있다. '좋아하는 선수가 팀을 떠날 수 있다'는 불안감과, '팀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냉정한 인식이 뒤섞이며 이슈가 확대되는 구조다. 흥국생명 팬이든 다른 팀 팬이든, 여자배구를 조금이라도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이 흐름이 단순한 루머가 아님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결론은 단순하다. 이고은을 붙잡으면 안정적인 세터 뎁스를 유지하며 우승 경쟁에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보내면 샐러리캡 압박을 해소하고 다른 포지션 자원을 확보할 여지가 생긴다. 어느 쪽도 틀린 선택이 아니다.

다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이고은은 '떠나보내기 쉬운 선수'가 아니다. 그렇기에 이 결정이 어렵고, 그렇기에 지금 이 이름이 계속 오르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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