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기업이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의 텃밭인 가스터빈 시장에 정면 돌파했습니다.
그것도 가스터빈 개발을 시작한 지 불과 11년 만에 말이죠. 두산에너빌리티가 380MW급 대형 가스터빈을 미국 빅테크 기업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전 세계 가스터빈 업계가 깜짝 놀랐습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 성과가 단순히 발전 산업의 쾌거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두산이 확보한 고온 소재 기술력은 우리나라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국산 전투기 엔진 개발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는 핵심 열쇠가 될 전망입니다.
11년 만에 이룬 기적, 종주국 미국 시장 진출
두산에너빌리티는 2013년 8월 김포 열병합 발전소에 자체 개발한 270MW급 가스터빈을 공급하고 240시간 연속 운전에 성공하면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가스터빈을 국산화하는 국가 반열에 올랐습니다.
당시만 해도 국내 발전소에만 제품을 공급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는 생소한 이름이었죠.
그런데 불과 2년 만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10월 13일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빅테크 기업과 380MW급 가스터빈 2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회사는 내년 말까지 이 제품을 미국에 수출한다는 계획인데, 보통 대형 가스터빈을 주문하면 생산에 2~3년이 걸리는 것에 비해 두산은 1년 만에 생산할 수 있는 능력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에 이어 다섯 번째 개발 국가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죠.
왜 미국은 신생 업체 두산을 선택했나
제너럴 일렉트릭이 독점 기업으로 버티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신생 업체나 다름없는 두산을 선택한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김포 열병합 발전소에 설치된 두산 가스터빈이 벌써 15,000시간 가동에 성공하면서 성능이 입증되었습니다.

여기에 여섯 기까지 추가로 공급 물량을 확보하면서 성능에서도 경쟁 모델보다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죠.
더 중요한 요인은 AI 시대의 도래입니다.
데이터센터에 필수적인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빅테크 기업들은 자체 전력을 생산해 경쟁력을 높이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존 가스터빈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4개사는 이미 수년간의 주문이 밀려 있어 빠른 공급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두산은 빠른 납기를 제시했고, 현지 법인을 설립해 지속적인 운영과 유지보수 서비스에서도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리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열효율에서도 경쟁 모델을 앞서다
미국이 두산을 선택한 또 다른 배경에는 기술적 우수성이 있습니다. 두산의 380MW급 대형 가스터빈은 열효율이 경쟁 모델보다 앞섰습니다.
연료를 투입해 더 많은 발전 용량을 낼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열효율을 높게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기술입니다.

가스터빈을 구성하는 압축기와 연소기의 블레이드와 고온 부품의 성능을 극대화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놀라운 사실은 270MW급에서 380MW급으로 빠르게 성능을 강화했다는 점입니다.
380MW급 대출력의 가스터빈 엔진은 고온에서 견딜 수 있는 소재 기술이 확보되어야만 개발이 가능합니다.
상업용으로 해외 판매를 위해서는 고온 조건에서 사용되는 수천 가지의 내부 부품에 대한 검증이 완료되어야만 수출될 수 있는 것이죠.
거대한 가스터빈을 새로 제작해 성능이 검증될 때까지 보통 5년 이상이 소요되는데, 두산은 380MW급 신형 제품을 미국 시장에 바로 수출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이루지 못한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1700도 고온 기술, 전투기 엔진의 핵심 열쇠
두산이 확보한 고온 소재 기술력은 항공용 터보팬 엔진 개발과 직결됩니다.
최근 두산은 1700도 이상의 고열에서 견딜 수 있는 부품 소재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스터빈 내부의 압축기와 터빈 블레이드는 항공기 엔진과 똑같이 설치되며, 항공 엔진과의 차이점은 크기와 회전수일 뿐입니다. 이를 활용해 전투기 엔진을 추가로 개발할 수 있는 것이죠.
실제로 한국을 제외한 4대 가스터빈 회사들은 모두 전투기 엔진을 개발했던 기업들입니다.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 등이 항공기 엔진 기술을 확대해서 가스터빈 발전용 엔진을 개발했습니다. 두산은 반대의 경로를 걷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장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보유한 엔진 통합 설계 능력과 결합될 경우 10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국산 전투기 엔진 개발 사업이 빠르게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두산의 항공 엔진 도전, 한화를 긴장시키다
두산은 국가연구기관과 협력해 엔진 개발에 필요한 장수명 항공기용 엔진 부품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전체 통합 기술도 확보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16,000파운드급 엔진 설계도 자체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부족한 기술은 국가연구기관에서 제공받는 방식으로 무인기용 엔진을 먼저 개발해 성능을 확인한 후 출력을 키워 전투기용 엔진으로 완성한다는 장기적인 플랜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한화의 경우 엔진을 생산하고 있지만 핵심 부품은 모두 미국에서 직접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두산이 경쟁자로 참가할 경우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두산은 2023년 가스터빈을 완성하면서 엔진 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가했는데, 40년 이상 엔진 산업을 유지한 한화에 비해 경험이 없지만 회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KF-21과 함께 날아오를 국산 엔진의 꿈
KF-21 전투기 개발 사업이 막바지로 다가서면서 국산 엔진 개발 사업도 추가 개발 사업들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개발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희망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죠.

여기에 국가연구기관이 수년 동안 개발한 5,500파운드급 장수명 터보팬 엔진을 실물로 공개하고 이를 활용해 무인기 엔진을 개발할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두산에너빌리티의 행보가 심상치 않습니다.
두산 입장에서는 가스터빈 시장에 집중하는 것이 더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음에도 상업성이 없고 개발 비용만 투자되어야 하는 전투기 엔진 사업에 도전하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주국방에서 필수적인 분야이며, 두산이 항공용 엔진을 개발했을 경우 가스터빈 시장에서 인지도까지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우리 군에서 사용하는 함정에도 가스터빈 엔진을 공급할 수 있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도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 두산이 국내 발전소에 한정되어 제품을 개발했지만 종주 국가인 미국 시장에 빠르게 진출하면서 대형 가스터빈 개발이 촉진될 경우 전투기 터보팬 엔진 개발도 시너지를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주력 업종인 가스터빈 시장에서 질주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전투기 엔진 개발까지 동시에 시너지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빠른 기술 발전이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미국 수출 성공이라는 성과가 단순히 발전 산업의 쾌거를 넘어 우리나라 국방 산업의 자주화를 앞당기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