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5명 중 1명은 환갑이 코앞...몸값 뛰는 건설 자동화 기업[김창영의 실리콘밸리Look]

실리콘밸리=김창영 특파원 2026. 5. 15.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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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건설 신규 필요 인력 34만 9000명
내년 45만 6000명 더 필요...건설 인력난
건설업 취업 고려 청년 100명 중 6명 그쳐
어플라이드 인튜이션 등 자동화 해결 노력
스패너, 장비 교체 없는 자동화로 승부수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공사 현장. AFP연합뉴스

미국 전역에서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일고 있지만 건설 인력난에 시름하고 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80만 명의 건설 인력이 새로 수혈돼야 하지만 기존 인력 고령화, 젊은이들의 공사 업무 기피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인력 부족 대안으로 로봇이 주목받으면서 건설 자동화 기업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14일(현지 시간) 미국 건설업협회(Associated Builders and Contractors·ABC)가 올해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건설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신규로 필요한 인력이 34만 9000명으로 분석됐다. 내년에는 건설 지출 증가가 예상되면서 필요 인력은 45만 6000명으로 추산됐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기존 인력에 더해 투입돼야 할 최소 인력이 80만 명을 넘는다.

건설업 등 생산직·숙련 기술직 기업의 인력 채용을 지원하는 블루칼라리크루터는 이 같은 인력 공급과 수요 불균형의 원인 중 하나로 고령화를 꼽는다. 올해 새로 뽑게 될 34만 900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은 은퇴자를 대체하기 위해 투입되는 인력일 만큼 고령화가 심각하다. 건설 노동자 5명 중 1명은 환갑을 앞둔 55세 이상이다.

미국 건설업 지출 및 고용 전망. 자료 제공=미국 건설업협회

한국처럼 미국도 청년층의 건설업 기피가 심각하다. 잠재적 구직자 중 건설업을 고려하는 청년은 10명 중 1명도 되지 않는다. 건설업이 힘들고 위험한 일이라는 인식이 크기 때문에 높은 급여를 지급해도 청년들이 유입되지 않는다. 미국 전미주택건설협회(NAHB)가 미국 노동통계국(BLS)의 2024년 5월 직업별 고용 및 임금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건설업 종사자의 절반은 연봉 6만 320달러(9006만 원) 이상을 받고 있으며 상위 25%는 최소 8만 1510달러를 받는다. 미국 연평균 중간 임금이 4만 9500달러, 상위 25%는 최소 7만 8810달러를 받는 현실을 고려하면 높은 연봉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이후 반이민 정책이 강화된 영향도 있다. 블루칼라리크루터가 올해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개월 동안 건설 업체 28%가 이민 단속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단속을 피해 근로자들이 떠나거나 갑자기 연락을 끊으면서 공급 부족이 심화된 것이다.

인력 부족은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건설이 본격화되는 내년에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ABC 수석 경제학자 아니르반 바수는 “인력을 채우지 못하면 특정 직종과 지역에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어 인건비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인프라 구축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인력 문제에는 건설 수요 증가보다 기존 근로자들의 은퇴가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중에서도 젊은이들의 건설업 기피가 가장 큰 골칫거리다. NAHB가 지난달 공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8세에서 25세 사이의 청년이 건설 관련 직종에 관심을 보이는 비율이 10년 전 3%에서 올해 6%로 증가하기는 했지만 필요한 수요를 해결하기에는 한참 못 미친다. NAHB는 120만 채의 주택 부족, 건설 수요 증가, 고령자 은퇴 등을 고려했을 때 숙련된 건설 노동자가 220만 명 더 필요하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지난 3월 31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 어플라이드 인튜이션 본사에서 원격 조종 장비가 팔레트를 옮기고 있다. 김창영 특파원

이 같은 배경에서 건설업 인력 부족 문제를 자동화로 해결하려는 기업들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자율주행 장비 기업 어플라이드인튜이션은 반자동화 건설 장비인 콤팩트트랙로더(CTL), 자율주행 트럭 등을 개발해 애리조나 광산 등에 투입하고 있다. 2017년 설립된 어플라이드인튜이션은 운송·방산·건설·광업·농업에서 피지컬 AI를 구현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지난 13일에는 하이델베르크 머티리얼즈와 협력해 호주 클래런스 샌즈 채석장을 시작으로 자율 운반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고 밝혔다. 기업가치는 150억 달러로 평가된다.

카사르 유니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31일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2040년까지 필수 광물 수요가 4배 증가하지만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면서 자동화가 인력 부족을 해결할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자율주행 트럭을 투입하면 지하 광산 속 극한의 온도에서 고된 12시간 교대 업무를 견디지 않아도 된다.

스위스 장비 자동화 기업인 그라비스 로보틱스는 지난해 11월 1900만 유로(331억 원)의 신규 자금을 조달했다. 투자는 아이큐캐피털(IQ Capital)과 자쿠아 벤처스(Zacua Ventures)가 주도했다. 이 회사는 최근 콘엑스포(ConExpo) 행사에서 양산형 자율 주행 기술을 선보이고, 미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2016년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중장비 자동화 기업 빌트 로보틱스는 1억 14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한국에서 설립해 2023년 미국으로 본사를 옮긴 스패너(Xpanner) 역시 건설 자동화 기술로 주목받는 기업이다. 기존 건설 장비를 교체할 필요 없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더해 자동화 설비로 전환하는 모델로 차별화를 꾀했다. 이 기업은 최근 시리즈B 단계에서 1800만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와 KB인베스트먼트가 참여했다. 블랙앤드비치·한화큐셀·몰텐슨 등이 고객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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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김창영 특파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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