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의 전격 승인 — 한국 핵잠 시대의 서막
2025년 10월 30일, 한미정상회담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핵잠수함을 건조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한화오션이 2023년 인수해 운영 중인 곳이다. 11월 14일 공개된 한미 팩트시트에서는 공격용 핵추진 잠수함(SSN) 건조 협력이 공식 명시됐다. Naval News는 이를 "미국이 한국에 핵잠수함 건조 청신호를 줬다"고 보도하며 "동북아시아 해양 전력의 판도를 바꿀 지각변동"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에 이어 7번째 핵잠수함 보유국을 향한 첫걸음을 뗀 셈이다.

특별법 제정 추진 — 법적 장벽을 정면 돌파하다
국방부는 2026년 2월 국방전자조달시스템에 "핵추진잠수함 사업 추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 연구 용역"을 공고했다. 기존 방위사업법과 원자력안전법은 민간용 원전 기준에 맞춰져 있어 군사기밀이 핵심인 핵잠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다. 원자로와 핵연료 관리, 방사성 물질 취급, 보안 조치 등을 독자적으로 규정하는 법적 근거가 필요한 것이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법적 토대 위에서 수조 원대 예산이 중단 없이 투입되는 국가 전략 시스템이 구축된다. 로이터 통신은 "한국이 국제사회의 보이지 않는 견제와 외교적 압박을 법적 명분으로 돌파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범정부 태스크포스도 공식화돼 외교부(미국과의 핵연료 협상), 산업통상자원부(원자력 산업 생태계 육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원천 기술 지원)가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8,300톤급의 의미 — 버지니아급과 대등한 대양 해군의 꿈
일부 보도에서 언급되는 8,300톤급 규모는 미국 버지니아급 공격 원잠(7,900톤)과 대등한 수준이다. 현재 한국 해군 주력인 도산안창호급(3,600톤) 디젤 잠수함의 두 배가 넘는 체급으로, 프랑스 쉬프랑급(5,300톤)이나 일본 타이게이급(3,000톤)을 압도한다. 체급이 커지면 더 많은 수직발사관(VLS)을 탑재해 전략적 억제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또한 대형 원자로가 제공하는 무한에 가까운 동력으로 인도태평양 전역을 작전 반경에 넣을 수 있다. 다만 8,300톤이라는 수치는 아직 확정된 공식 사양이 아니며, 동아일보는 "6,000톤급 SLBM 탑재형"을, 세종연구소는 프랑스 협력을 통한 다양한 옵션을 분석한 바 있다. 구체적인 설계 사양과 "2028년 강재절단식" 일정은 추정치가 포함돼 있어 공식 발표를 기다려야 한다.

20년 비밀 프로젝트 — 스마트 원자로에서 핵잠 심장까지
한국의 핵잠 준비는 2004년 '362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당초 좌절을 겪었지만, 이후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스마트(SMART) 원자로 개발에 매진해 2012년 세계 최초로 소형 모듈 원자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했다. 100MW급 스마트 원자로는 잠수함용으로 직접 전용되기엔 추가 개발이 필요하지만, 소형 원자로 기술의 기초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중앙일보는 "핵잠 건조능력을 키워온 한국의 비밀은 '보일러 프로젝트'"라며 20년간 축적된 기초 기술을 조명했다. 미 해군연구소(USNI)는 "한국이 이미 스마트 원자로 기술을 통해 핵잠의 심장을 완성할 기반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다만 잠수함용 원자로는 더 작은 크기, 높은 출력 밀도, 진동·충격 내성 등 추가 요건이 필요하며, 핵연료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공급받아야 한다.

캐나다 60조 수주전 — 독일과의 세기의 대결
한국 잠수함 기술의 위상을 보여주는 또 다른 무대가 캐나다다.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은 3,000톤급 디젤 잠수함 12척을 도입하는 프로젝트로, 건조비 약 20조 원에 30년간 유지보수 40조 원을 더해 총 60조 원 규모다. 현재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팀 코리아")과 독일 TKMS가 최종 경쟁 중이며, 2026년 3월 제안서 마감을 앞두고 있다.
한국은 KSS-III 배치2(3,600톤급) 기반의 검증된 기술, 리튬이온 배터리로 3배 긴 잠항시간, 3년 빠른 납기를 내세운다. 캐나다 장관이 직접 장영실함에 탑승해 "내부 기술력에 놀랐다"고 평가한 것도 호재다. 독일은 폭스바겐 배터리 공장 건설과 희토류 공동개발이라는 경제 패키지로 맞서고 있다. 캐나다 평가 기준에서 성능 비중은 20%, 경제적 혜택이 80%를 차지해 단순 기술 경쟁을 넘어선 산업 협력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핵연료, IAEA, 그리고 국내 여론
핵잠 보유의 길은 아직 멀다. 첫째, 핵연료 문제다. 한국은 자체 농축 능력이 없어 미국으로부터 저농축 우라늄(LEU)을 공급받아야 한다. 한미 원자력협정 틀 안에서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핵연료 의존은 곧 운용의 자율성 제약을 의미한다. 둘째, IAEA 협의다. 군사용 핵물질은 IAEA 안전조치 면제(제14조) 적용이 필요하며, 호주 AUKUS 사례처럼 국제사회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셋째, 막대한 비용이다. 척당 2조~3조 원(미국 버지니아급은 척당 4조 원 이상)이 소요되며, 6척 건조 시 최소 15조 원 이상이 필요하다. 넷째, 건조 장소 문제다. 트럼프는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라고 했지만, 국내에서는 "국내 조선소 건조가 합리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조선일보는 "핵잠수함 보유국이라는 명예는 오직 스스로를 지킬 의지와 실력이 있는 민족에게만 주어지는 훈장"이라고 평했다. 한국은 이제 그 자격을 증명하는 긴 여정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