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협,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예배 "위험한 일 떠넘기는 구조 끊어 내야"
비정규직 노동자들, 열악한 근무 환경 속 탈석탄 정책에 일자리까지 잃을 위기
"누구도 버려지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 이뤄져야"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박승렬 총무)가 3월 26일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드리는 고난의 현장 예배'를 열고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동시에 누구도 버려지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을 촉구했다.
교회협은 2026년 사순절을 맞아, 태안을 찾았다. 태안화력발전소는 지난해 12월 1호기 가동 중단을 시작으로 8기를 단계적으로 폐쇄할 예정이다.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2040년까지 탈석탄 정책을 펴는 수순 중 하나이지만, 그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발전소 비정규직·하청 노동자들의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3월 26일 충남 태안군 태안화력발전소 앞에 모인 그리스도인 40여 명은 이들의 죽음을 기리며 다시는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가 오길 기도했다. 대전 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조부활 목사는, 탈석탄으로의 전환 가운데 그 짐이 가장 약한 이들에게만 지워지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정의로운 전환은 누군가의 희생을 발판 삼는 전환이 아니다. 노동의 존엄과 안전, 지역의 삶을 함께 지키는 전환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용균이의 죽음 이후 빈소를 찾아다니며 또 다른 많은 죽음들을 마주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태안화력발전소라는 이곳에서 두 명의 죽음을 보고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의 삶이 다 불안하고 위험하다는 걸 목도합니다. 이건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공동체 의식이 무너지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이사장(김용균재단)은 아들의 사고 이후 정부로부터 위험의 외주화를 막고 노동자 안전보장, 정규직 전환 등을 약속받았지만 7년이 지난 아직까지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나쁜 행태를 보이면 재판부나 높은 공무원들이 바로잡아 줘야 하는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이런 죽음이 반복된다. 유족으로서 아파할 새도 없이 진상 규명에만 매달려야 한다는 게 너무 부당하고 참을 수가 없다. 왜 우리가 죽을 만큼의 고통에 있으면서도 진상까지 규명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김충현 씨 사망 이후, 고김충현사망사고재발방지를위한발전산업 고용안전협의체를 세웠다. 정부를 상대로 처절하게 투쟁한 결과, 한전KPS로부터 경상 정비 분야의 하청 노동자 593명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냈다. 하지만 약속은 이행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발전비정규직연대 한전 KPS 비정규직지회 국현웅 조직부장은 "친구이자 형, 동생이었던 동료가 눈앞에서 죽어서 실려 나가는 모습을 봤다. 합의 이행을 위해 전국 발전소를 순회하면서 설명회를 하고 있는데 노동자들이 모이지 못하게 (사측에서) 조직적으로 방해를 하고 있다. 힘들고 위험하고 지저분한, 남들 다 하기 싫어하는 일은 전부 하청 업체에 떠넘기고 중간에서 이윤은 다 챙기면서 직접 고용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그들의 오만함에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교회협 교회와사회위원회 손은정 목사(영등포산업선교회)는 김용균 씨의 죽음으로 산재가 개인의 잘못이나 어쩔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는 것을 사회가 알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변한 것은 없다고 했다. "김용균의 죽음은 이윤 극대화를 위한, 원청이 하청에, 하청이 다시 하청을 주는 산업 구조가 필연적으로 발생시킨 희생이었다. 이를 바꾸고, 위험한 작업에는 최소 2명이 필요하단 것을 알았지만 김충현 노동자도 홀로 일하다 숨졌다"고 말했다.
손은정 목사는 다시는 이러한 비극적인 죽음이 일어나지 않게 막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을 두고, 한전KPS 정규직의 반발이 있었다. 시장경제 질서를 해친다고 비난하는 언론들도 있다. 그러나 김선수 전 대법관은 하청 노동자를 원청에 직접 고용하는 것은 산업재해 사망을 낮추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청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고용 구조를 바꾸는 것이 불공정을 개선하고 공정한 길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교회협은 예배 후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 들었다. 교회협은 앞으로도 기후 위기 시대, 탄소 중립을 위해 △노동자 △지역사회 △생태가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는 정의로운 전환 정책 세미나와 사회 선교 협의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예배 후 김미숙 이사장은 <뉴스앤조이>와 만나 "정부는 용균이 때도 약속했고, 고 김충현 노동자 사망 이후에도 약속했지만 실제로 바뀌는 것은 없다. 뭉그적거리며 이번에도 그냥 지나갈 것 같은데, 정부가 국민에게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를 믿지 못하는 국민들이 늘어날 것이고, 이 불신은 결국 정부에게도 좋지 않다. 프리랜서, 특수 고용 노동자 등 갑질당하고 피해 입는 사람들은 다 비정규직인데, 우리나라의 고용 형태는 너무 잘못돼 있다. 국민들, 특히 유족이나 당사자들이 더 바꿔 나가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응원하고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엄태빈 scent00@newsnjoy.or.kr
Copyright © 뉴스앤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