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조경가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한국의 미

조회수 2024. 4. 2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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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땅에 쓰는 시> ⓒ (주)영화사 진진

[영화 알려줌] <땅에 쓰는 시> (Poetry on Land, 2024)

글 : 양미르 에디터

정영선 조경가는 1973년 처음 설립된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조경학과 1기 졸업생이자, 한국 1호 국토개발기술사(조경)를 획득한 최초의 여성 기술사다.

이후, 정 조경사는 1984년 서울시에서 조경설계사무소와 정식으로 맺은 첫 번째 설계 계약으로 알려진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아시아공원', '예술의 전당' 설계 공모를 시작으로, 모두에게 친숙한 랜드마크는 물론, 오늘날의 '핫플레이스'까지 다양한 공간을 탄생시키며 현재까지도 뜨겁게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조경계의 최고 영예상이라 불리는 세계조경가협회(IFLA) '제프리 젤리코상'을 받으며 정 조경사의 국제적인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땅에 쓰는 시>는 국내에 '조경'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처음'의 발자취를 남긴 정영선 조경가의 땅에 관한 철학을 전한다.

'조경'은 특정한 순간이 아닌 거시적 관점의 '미래'를 바라보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가치 있고 매력적이다.

조경가의 역할은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기존의 것을 더욱 아름답게 번영시켜 자손에게 물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정영선 조경가의 말처럼, 정 조경가는 언제나 더 큰 맥락과 먼 시간을 고려할 줄 아는 자세를 중요시해 왔다.

이러한 정영선 조경가의 태도를 그대로 이어가는 영화는 우리 땅을 즐기고 가꾸는 아이들의 모습을 처음과 끝에 배치하며 그 메시지를 더욱 강조한다.

그 땅이 겪은 모든 역사를 머금은 채로 건강하고 아름답게 미래세대에 물려주는 것.

영화는 위대한 조경가이자 한 명의 어른으로서 '정영선'이 오랜 시간 소망해 온 마지막 과제를 향해 접근해 나간다.

정영선 조경가는 정원을 만드는 것이 단순히 꽃을 심고 나무를 기르는 것이 아니라 치유와 회복의 장이자 자연을 보살피고 서로 소통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의도 샛강생태공원(1997년), 선유도공원(2002년) 등의 작품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정 조경가는 터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 정신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공간, 사람, 자연의 관계를 잘 읽어내는 데 집중해 왔다.

이러한 작품관을 바탕으로 자연과의 경계를 구분하지 않는 한국적 경관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완성한 것.

<땅에 쓰는 시>는 자연이 간직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해온 정영선 조경가의 자세를 충실히 이행하며 관객들을 스스로 돌아보게 함은 물론, 벌과 나비가 점차 사라져가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땅의 모습을 함께 고민하게 만든다.

"바다는 바다대로, 산은 산대로, 숲은 숲대로, 도심은 도심대로", "겨울에 아름다워야 봄도 아름답고 여름도 아름다워"라는 정영선 조경가의 말처럼, 영화는 자연의 순리를 이해하고 그것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할 줄 아는 태도에 대해 역설한다.

그리고 이러한 철학은 그를 존경하는 젊은 조경가들과 그의 마당을 함께 가꾸는 미래세대에 의해 끊임없이 전승될 것이며, 결국 우리가 서 있는 이 땅은 모두가 같이 가꾸고 매만져야 하는 하나의 거대한 정원이라는 사실을 상기한다.

그렇게 정영선 조경가는 "조경은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일꾼들이 지혜를 모으고 힘을 다해야 완성된다. 협력과 조화, 그리고 무엇보다 땅을 아끼고 사랑하는 심성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영화는 '사계절'을 중심 테마로 구성해 다채롭고도 풍성한 볼거리를 전한다.

모든 생명이 싹트는 봄과 생동하는 녹음으로 가득 찬 여름, 무르익은 색채 넘어 휴식을 기다리는 가을 그리고 모든 아름다움을 준비하는 겨울까지, <땅에 쓰는 시>는 야생화가 만개한 정영선 조경가의 앞마당부터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대규모 공원과 신비로움을 간직한 개인 정원 등 다양한 장소를 종횡무진 누비며 각 계절이 지닌 고유한 경치를 온전히 담아낸다.

특히, 정영선 조경가의 철학을 대표하는 선유도공원과 한국의 들녘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한 그녀의 양평 정원을 중심으로 하여 기존의 경관을 바탕으로 새롭게 창조해 낸 또 하나의 자연을 화면 위에 되살린다.

정다운 감독은 이러한 연출 의도에 대해 "조경가는 삶 속에서 자연의 요소와 사람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에 '자연의 계절적 변화'라는 기본 특질을 담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부분이었다"라고 설명하며 각 공간과 매 순간이 간직하고 있는 풍경의 디테일을 표현하는 것에 가장 주안점을 뒀음을 밝혔다.

이처럼 영화는 사라져가는 사계절의 풍미를 만끽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하며, 풍류를 즐기는 듯한 황홀한 드론 촬영과 생명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클로즈업과 같은 시공간성의 미학적 전달을 위한 여러 촬영 기법을 통해 자연이 선사하는 심미적 즐거움을 극대화한다.

땅에 쓰는 시
감독
출연
정다운,김선,장준구
평점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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