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에 대해 진심인 미쉐린 ll 미쉐린 아시아 태평양 미디어 데이 (1)

행사장에서 기자들을 반긴 미쉐린의 마스코트 비벤덤

지난 11월 20일과 21일,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가까운 촌 부리(Chon Buri) 지역에서 좀 독특한 행사가 열렸다. 글로벌 타이어 회사를 넘어 복합 소재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미쉐린의 아시아 태평양 미디어 데이다.

'모든 것이 지속가능한(All-Austainable)'을 비전으로 내세운 미쉐린의 현실적인 환경보호 전략에 대해, 본사의 기술 담당 임원의 설명부터 타이어를 만드는 공장에서 어떻게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는 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사람(People), 이익 창출(Profit) 및 환경(Planet) 세 가지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보여줬다. 여기에 미쉐린의 타이어를 공급받는 회사들의 임원들이 참여해 실질적으로 어떻게 협력하고 있는가를 듣기도 했다.
행사가 열린 LMC 공장과 함께 있는 미쉐린 탤런트 캠퍼스 앞에 모인 아시아 퍼시픽 지역 기자단

타이어 회사가 말하는 지속가능성이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탄소 중립을 통해 더 이상의 기후변화를 막자는 명제를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상청의 지난 여름(6~8월) 기후 분석 결과에 따르면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세워진 1973년 이후 평균기온(25.6도), 평균 최저기온(21.7도), 열대야일(20.2일) 등이 모두 1위였다. 심지어 9월 18일 서울 서남부 지역에 내려진 폭염경보는 역대 서울에서 내려진 가장 늦은 것이었다. 내년 봄도 평균기온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기상청 전망까지 보면 이제 기후변화는 현실이 된 것이다.

자동차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큰 변화를 겪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할 때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이 크게 늘었다. 람보르기니와 페라리 등 슈퍼카 브랜드에서 내놓는 하이퍼카들도 전기모터가 기본이 되는 세상이다. 심지어 내연기관차도 엔진의 열관리 효율을 높이거나 경량화를 통해 연비를 높이고 있다. 그렇다면 자동차가 달리고 돌고 멈출 수 있도록 해주는 타이어에서는 어떤 일들을 해야 할까?
타이어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주행중이 84%로 가장 높고 개발과 재료 수급이 13%로 그 뒤를 잇는다.

우선 오해부터 풀고 시작하자. 아직까지도 타이어 산업을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고무와 카본블랙 같은 원재료의 수급부터 타이어를 만드는 과정에서 열과 전력의 공급과 사용, 사용이 끝난 폐타이어가 방치된 모습 등에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김과 열 등이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유럽에서 시작된 타이어 생애주기 평가(Life Cycle Assessment)는 독성물질의 생산과 배출을 포함해 다양한 부분을 다룬다. 미쉐린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를 기준으로 타이어의 개발과 원료 수급, 제작, 운송, 도로에서의 사용 및 회수의 6단계 중 생산 과정이 미치는 영향은 1.5%에 불과하다. 개발과 원재료 수급이 13%로 꽤 높은 편에 속하는데 실제 환경영향은 사용하는 과정이 가장 높아 84%나 된다. 나머지 운송이나 회수의 영향은 각각 1% 미만에 불과하다.

더 적은 에너지로 더 오래, 더 멀리 타기 위한 미쉐린의 기술들

그렇다면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는 지가 명확하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에 달린 타이어가 에너지를 더 적게 쓰는 것은 물론이고 더 오래 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전기차의 1회충전 주행가능거리를 늘리기 위해 구름저항이 낮은 타이어를 써야 한다는 말은 들어봤을 것이다. 최근 많이 볼 수 있는 전기차 전용 타이어들마다 내세우는 장점이다.

그런데 미쉐린이 구름저항이 낮은 타이어를 처음으로 만든 것은 무려 30년 전으로 1992년에 출시한 '미쉐린 에너지' 타이어다. 이후 2000년에 '에너지 2', 2007년 '에너지 세이버', 2012년 '에너지 세이버+'를 내놓았고 '프리머시4 ST'까지 이어졌다.

2021년 선보인 전기차 전용 타이어인 'E. 프리머시'와 '파일럿 스포츠 EV'는 1992년의 첫 에너지 타이어와 비교할 때 60% 이상 회전저항이 줄었다. 그만큼 차의 연비가 좋아져 온실가스 배출도 줄였다는 말이 된다.

구름저항이 낮은 타이어는 같은 전기차에서 7% 이상 주행가능거리를 늘릴 수 있는데, 500km라면 약 35kmn로 이론적으로 15번 정도마다 1번은 공짜로 충전하는 것과 같다.
미쉐린의 친환경 타이어 개발 역사. 1992년 미쉐린 에너지 타이어를 내놓은 이래 구름저항의 60%가 줄었다.

두번째는 타이어를 더 오래, 성능을 유지하면서 타야 한다. 그래야 더 적은 폐타이어가 나오는 것은 물론 새 타이어를 만드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미쉐린은 꽤 오래 전부터 법에서 정한 마모한계인 1.6mm가 될 때까지 모든 타이어를 쓸 수 있도록 타이어를 만들고 권장하고 있다.

실제 유럽에서는 1년 동안 모든 타이어를 이 한계까지 쓴다면 1억 2800만 개의 새 타이어를 아낄 수 있으며 660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69억 유로를 아낄 수 있을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

이번 행사에서 만난 시릴 로제(Cyrille Roget) 미쉐린 과학 및 혁신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마모 한계선에 도달하기 전에 새 타이어를 끼운다"며 "특히 빗길에서도 마모한계선에 가까운 2mm 깊이의 트레드만 남았어도 새 타이어와 거의 동등한 성능을 발휘한다"고 했다.

미쉐린은 2010년대 중반부터 '에버그립(Evergrip)'이라는 이름이라는 특허기술을 통해 타이어의 홈인 그루브가 아래로 갈수록 넓어지게 설계한 것은 물론 트레드면의 좌우 끝인 숄더의 그루브도 확대되어 배수 능력을 유지한다.
시릴 로제 혁신 및 과학 담당 디렉터가 미쉐린의 친환경 타이어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하나 더 확인해야 할 것은 타이어 마모로 생기는 미립자의 배출을 줄이는 일이다. 독일자동차연맹(ADAC)의 2022년 3월 발표에 따르면 4개의 타이어를 차에 달고 2만km를 달린 후 무게를 측정해 보니 평균적으로 3.5kg이 줄었다. 가장 나쁜 성능을 보인 타이어는 무려 8kg이 줄었는데, 미쉐린 프리머시 4 ST는 2kg, 크로스 클라이밋은 약 1.5kg 밖에 줄어들지 않았다.

이는 앞으로 늘어날 전기차에서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차 단위에서 배출가스가 나오지 않는 대신 내연기관차보다 무겁고 모터의 토크가 큰 데다 회생제동까지 하는 전기차에서 타이어의 마모로 생기는 오염물질의 배출은 더 큰 문제가 된다.

현장에서 시릴 로제 디렉터는 "마모된 타이어 분진이 어떻게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 법적으로 마모가 덜 되어 오염물질을 덜 배출하는 타이어를 강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미쉐린도 여기에 적극 협조할 예정인 것은 물론이다.

지속가능한 타이어 디자인과 원료 수급, 생산 과정에 대하여

새로운 타이어의 개발과 원재료의 수급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13%로 두번째에 해당한다. 이를 줄이는 것은 좀 더 근본적이며 타이어 회사가 할 수 있는 영역에 해당한다.

우선 미쉐린은 시험용 타이어의 생산과 테스트 횟수 자체를 줄여 가장 필요한 것만 우선하는 정책을 세웠다. 또 타이어를 만들 때 들어가는 재료들을 자연에서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재료를 활용하는 재생가능 소재(Renewable)와 기존의 폐 타이어에서 추출한 재활용 소재(Recycled)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 축이다.

미디어 데이 현장에는 이런 재생가능 및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타이어들이 전시되었다. 일반 도로용으로 승인받은 타이어는 45%가 이런 소재로 되어 있고 지난 르망 24시 내구레이스에서 사용된 모터스포츠용으로 무려 71%가 쓰인 경주용 타이어도 있었다. 현재는 평균적으로 전체의 30% 정도가 이런 소재들인데 2030년까지 이를 40%로 높이고 2050년에는 100%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타이어는 약 50% 정도의 고무와 카본 블랙이나 실리카 같은 충전재가 20%, 다양한 첨가제가 14%, 철이 10%를 차지하고 7% 정도의 천 재질로 구성된다. 시릴 디렉터는 많이 사용하는 것부터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량이 들어가는 첨가제의 경우 대체제를 찾기 어려운 것도 있으나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고무와 충전재를 먼저 바꾸면 큰 효과를 빠르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고무의 경우 고무나무에서 채취하는 것이 약 24%에 해당한다. 나무를 기르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물을 적게 쓰고 새로운 숲을 없애지 않는 것이 시작이다. 나머지 약 25% 정도는 합성고무를 쓰는데, 특히 타이어에는 땅에 닿는 접지면의 트레드와 사이드월의 주 성분이 된다.

여기에는 스티렌-부타디엔 고무(SBR)이 쓰이는데, 부타디엔은 저온에서 유연성을 주어 윈터타이어에는 핵심 소재가 되고 소음과 회전저항을 낮추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이런 부타디엔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생산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식물성 오일(폐식용유)나 바이오 에탄올을 기반으로 만들어도 기존 합성고무와 같은 성능을 발휘한다. 기술적으로 이미 개발된 기술로 비용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타이어를 구성하는 원재료 비율과 친환경 소재를 함께 개발하는 회사들

또 충전재로 쓰이는 카본 블랙의 경우 원래는 타르 등을 불완전 연소시켜 만들지만 폐타이어를 무산소 상태로 섭씨 400~800도 사이의 고온으로 가열해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실리카의 경우도 대부분 모래를 고온의 오븐에서 규산염으로 바꾼 후 얻는 경우가 많았으나 친환경 실리카는 쌀겨를 태워 나온 재를 원료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남아시아 지역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만큼 전세계 쌀의 90%가 생산되는 곳이라 쌀겨를 풍부하게 얻을 수 있다. 시릴 디렉터는 현재는 쓰레기나 비료 정도로 처리되고 있지만 나중에 '원료'로써 가격이 높아졌을 때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는데, 미래를 내다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생산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타이어를 만드는 과정에서 핵심은 가류(curing) 공정이다. 타이어의 뼈대인 카카스와 림에 고정되는 부위인 비드, 천이나 철로 만든 벨트, 트레드와 사이드월 등을 순차적으로 붙이면 '그린타이어'가 만들어진다. 이를 가류 몰드에 넣고 안팎에서 섭씨 180도 이상의 열과 높은 압력을 가해 황 반응을 통해 고무를 안정시키는 것은 물론 트레드 형상을 만들어낸다. 이때 전체 타이어 생산과정의 1/3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소모된다.
미쉐린 LMC 공장은 친환경 공장으로 전환을 진행 중이다.

지금도 많은 타이어 제조 공장은 화석연료로 물을 끓여 만든 증기를 사용한다. 이를 순수하게 전기로만 하게 되면 6~8배 이상 에너지 효율이 좋아진다. 가스 보일러로 물을 끓이고 온도를 유지하며 가류 기계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열로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 가류 공정은 2030년까지 물 사용량을 줄이겠다는 목표에도 5~10% 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미쉐린은 2050년까지 70% 이상의 가류 장치를 전동화할 계획이다.

여기에 쓰일 전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도 이슈가 된다. 이번 행사가 열린 촌 부리 지역 라엠 차방(Laem Chabang) 공장은 동네 이름을 따 LMC라고 불린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3단계에 걸쳐 지붕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올해 말이 되면 총 17.6 메가와트(MW) 규모의 발전 시설을 갖추게 된다. 한낮에는 공장 전체에 쓰이는 전기를 공급할 정도가 되며, 한달을 기준으로 따지면 최소한 15% 이상의 전기를 태양광 발전을 통해 사용하는 셈이다. 이 공장은 이미 지난 2022년부터 100% 신재생 에너지를 통해 만들어진 전기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