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 재해 방지 대책으로 탈현장건설(OSC)을 강조하며 모듈러주택에 대한 주목도가 올라가고 있다. 균일한 품질로 제조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사용해 붕괴사고 예방 및 공사 기간 단축이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부족한 제도적 지원과 규모의 경제 미실현으로 사업성 개선은 숙제로 남아 있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국내 최초로 모듈러 승강기를 공동주택 현장에 도입한다. 지난 2일 현대엘리베이터와 '모듈러 승강기 도입 및 기술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힐스테이트 이천역 단지에 저층용 모듈러 승강기를 설치해 시범 운용할 계획이다.
모듈러 승강기는 기존 승강기를 현장에서 하나하나 조립하는 방식과 달리, 구성 부품의 90% 이상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다. 이를 현장으로 운반하고 마감해 조립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추락사고 및 사망이 잦았던 승강로 내부 고위험 작업을 80% 이상 감축할 수 있다는 게 현대건설의 설명이다.
삼성물산은 최근 ‘래미안 넥스트홈’ 테스트베드에서 욕실과 화장실, 주방 등 수전이 필요한 공간에 적용한 모듈러 기술의 실제 모습을 공개했다. 무지주대공간 확보를 위한 라멘구조와 맞물려 주거공간 어디든 입주자가 원하는 대로 모듈러 구조물을 배치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타일 작업과 구배 확보 등 수십여 가지에 달했던 기존 공정과 달리 생산 공장에서 욕실과 주방을 미리 제작하면서 품질과 공정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삼성물산은 모듈러 욕실을 지난해 6월과 9월 각각 준공한 반포 래미안 원펜타스와 부산 래미안 포레스티지 공용 공간에 적용해 실용성을 확인하고 있다.
GS건설은 모듈러 전문 자회사 자이가이스트를 설립하고 해외 모듈러 기업들을 활발히 인수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자이가이스트가 국토교통부로부터 공업화 주택 인증을 받으면서 목조 주택뿐만 아니라 18층 이하 철골구조 공동주택을 지을 수 있게 됐다.
모듈러 제작에 필요한 프리캐스트콘크리트(PC) 제작에 투자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2년 전부터 등록한 PC 모듈러 관련 특허가 14개에 달한다. 코오롱글로벌의 경우 모듈러 자회사인 코오롱E&C에서 모듈러 건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동시에 지난 2023년 인수한 엑시아머티리얼스를 통해서는 모듈러 건축 소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국내 주요 건설사가 모듈러 공법에 대한 투자을 진행하고 있지만, 사업성 검증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스코이앤씨가 지난해 말 철골모듈러사업에서 철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9·7 공급대책'에서 수도권 단기 공급 카드로 '모듈러주택'을 내새웠음에도 시장에선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미약한 제도 기반과 발주 물량 부족으로 사업성 개선이 어렵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2030년까지 모듈러 주택 1만가구 공급을 발표했지만 실증과 연구개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모듈러 기술이 국내 건설업계에 상용화되기까진 예상보다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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