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은퇴하면 한국인들 정말 큰일 납니다”…빈곤 늪 탈피로 ‘이것’ 주장한 래리 핑크 [★★글로벌]
은퇴자 40%, 당장 쓸 비상금도 없어
경제 지속가능성에 소리 없는 위기
‘증시신뢰’ 높여 은퇴 빈곤 해결해야
K밸류업도 국가재정으로 불가능한
‘노후자금 살찌우기’ 현실적 접근법
금투세 논란 좌고우면하는 정치권
시장혁신 ‘큰그림’ 보고 결정해야
올해 3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런 예시가 들어 있습니다.
금과 집에 대한 투자 비유는 주식 등 금융시장에서 현명한 투자로 부를 일으켜야 한다는 취지입니다.(여기에서 말하는 승수효과는 투자와 소비가 연쇄적 파급효과를 일으켜 경제성장을 끌어올리는 선순환을 말합니다)
1경550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자산을 움직이는 블랙록 회장이 투자자 서한에서 금과 집에 대한 투자 비유를 든 이유는 소리 없는 경제 위기로 불리는 ‘은퇴 빈곤’ 때문입니다.
통상 래리 핑크 회장의 투자자 서한 주제는 지속가능한 경영, 탄소감축, ESG 경영이었습니다.
그런데 핑크 회장은 2019년을 시작으로 2023년, 그리고 올해에 이르기까지 총 세 번에 걸쳐 투자자 서한에서 은퇴자를 위한 ‘희망적 시스템’이 마련돼야 하고, 그 중심점에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자 믿음’이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래리 핑크 회장이 이처럼 ‘중장년 재테크’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블랙록을 구성하는 천문학적 자산의 상당 부분이 은퇴자 호주머니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은퇴 고객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다양한 시장 데이터를 취합하다보니 은퇴 빈곤 문제가 심각한 경제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걱정이 커지고 있는 것이죠.
실제 세계적인 저출산·고령화 국면에서 개별 국가들이 설계한 공적연금 시스템은 은퇴자들의 미래를 보장하기에 결코 충분하지 않습니다.
또 은퇴자들이 편안한 노후를 위해 미리 쌓아두는 저축과 주식 등 투자 활동은 미미합니다.
래리 핑크 회장은 2012년 어머니가 사망하면서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당시 부모님 재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놀랍게도 부모님이 쌓은 재산이 생각보다 많았다고 합니다. 그 비결은 자신의 아버지가 은행에 돈을 묻어두지 않고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재테크를 했다는 것입니다.
계산을 해봤습니다. 부모님이 1960년에 1000달러를 가지고 S&P 500에 투자했다면, 1990년 은퇴 연령이 되었을 때 1000달러는 거의 2만달러의 가치가 있었을 것입니다. 이는 은행 계좌에 그냥 넣었을 때의 두 배가 넘는 금액입니다. (지금 부모님이 생존해 계신다면 이 돈으로) 100세까지 편안하게 살 수 있었을 겁니다.
래리 핑크 회장은 자신의 부모님과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투자 기회를 갖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은퇴 빈곤의 덫에 갇히지 않으려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금융시장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지난 수년간 자본 시장이 큰 성공을 거둔 미국에서도 미국인의 58%만이 주식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고 아쉬워합니다.
10년 전 S&P 500 추종 펀드에 1000달러를 투자하고 그대로 둔 미국인 혹은 외국인은 지금 3000달러가 넘은 반면, 매트리스 밑에 현금 1000달러를 둔 이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그 가치가 더 떨어졌다며, “이것이 바로 투자의 힘”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LP, 카세트테잎, CD에서 스트리밍 방식으로 인터넷이 음악 산업을 변화시킨 것처럼, 금융시장 투자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은퇴를 계획하는 시민들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K밸류업’이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성에 얼마나 중요한 화두인지를 실감하게 됩니다.
그런데 한국은 미국보다 더 심각한 고령화 속도로 노인 빈곤과 연금재정 붕괴 등 은퇴 이후 디스토피아적 시나리오가 드리워지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은퇴 자금 준비와 재테크에 대한 시민들의 태도를 변화시키려면 K증시의 환골탈태는 두말할 나위 없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한국보다 뛰어난 금융시장 안정성을 가진 미국에서조차 래리 핑크 회장은 “미국인 10명 중 4명이 적절한 은퇴 자금은 커녕 비상금 400달러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염려합니다.
정규직뿐 아니라 파트타임에 이르기까지 노후를 보장하는 강력한 공적 연금 시스템을 만들면 좋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은퇴를 계획하는 시민들의 방식을 사회가 변화시켜야 한다는 핑크 회장의 말처럼 K밸류업을 통해 한국 증권시장의 신뢰도와 안정성을 키워야 하는 것이죠.
이를 통해 외통수처럼 선택하는 치킨, 커피 프랜차이즈 창업으로 은퇴자금을 단박에 소진하거나 원금손실 조바심에 주식은 눈길도 주지 않는 은퇴자, 그리고 경제성장에 아무런 승수효과를 만들지 못하는 재테크 방식에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 수 있습니다.
래리 핑크 회장은 투자자 서한에서 이렇게 강조합니다.
우리는 돈을 매트리스 밑에 숨기고 꿈을 침실에 가두는 나라가 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We risk becoming a country where people keep their money under the mattress and their dreams bottled up in their bedroom)
우리보다 선진화한 금융시장을 가진 미국에서조차 래리 핑크 회장은 어리석은 재테크로 은퇴 빈곤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름다운 노년의 꿈을 치킨집, 편의점에 가두는 나라가 되고 있습니다.
K증시 선진화 해법을 고민하는 부처 공무원부터 금융투자소득세 하나만 가지고도 결정장애 증상을 보이는 여의도가 래리 핑크 회장의 투자자 서한을 필독하기를 권합니다.
주가 부양을 넘어 K밸류업이 은퇴 자금의 자본시장 유입과 은퇴세대 빈곤 완화라는 새로운 도전임을 인식하고 담대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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