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상품 귀한 대접..'백화점의 얼굴' 1층에 당당히
중고명품 매장 여는 현대백화점
신촌점 4층에는 ‘세컨드 부티크’
롯데마트, 재생자전거 상점 운영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고거래(리커머스)가 오프라인 주류 매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고물가와 친환경 ‘가치소비’ 등으로 중고거래가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에도 명품까지 포함한 중고상품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28일 서울 강북구 미아점 1층에 중고명품 전문 브랜드 ‘럭스 어게인’을 연다. 백화점의 얼굴인 1층에 행사 매장이 아닌, 중고 브랜드 매장이 상시적으로 문을 여는 것은 이례적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6일 업계 최초로 신촌점에 1개층(4층·244평)을 통째로 중고상품 전문 매장인 ‘세컨드 부티크’로 재단장했다. 매장에서는 세탁 전문 업체를 통해 살균을 거친 중고의류와 전문가 감정을 받은 빈티지 시계 등을 판다.
‘백화점에서 누가 중고상품을 사겠느냐’는 기우와 달리 고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개점 이후 사흘간 1억5000만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20대 패션 브랜드로 매장을 꾸몄던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 이상 판매액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매장을 찾은 소비자의 90%가 중고거래에 익숙한 2030세대였다”며 “환경 등을 생각하는 가치소비가 확산하는 것도 매장이 인기를 끄는 배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송파점에서는 오는 12월14일까지 ‘재생자전거 팝업스토어’가 운영된다. 재생자전거는 길거리에 버려진 자전거를 서울시 내 자활센터에서 수거·수리·재생해 상품화한 것이다. 재생자전거는 평균 10만원 내외의 가격으로, 일반 중고자전거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롯데마트는 매장 운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고 중고거래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일부 지점에서는 스타트업 ‘파라바라(parabara)’와 함께 자판기를 설치해 중고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요 유통 매장이 중고상품을 전면에 배치한 것은 소비 주체로 부상한 2030세대에 맞춰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을 통한 중고거래는 제품의 진위 판단이 어렵고 거래가 번거로운데, 오프라인 매장에선 제품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안전하게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관련 시장도 성장세다.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지난해 24조원으로 6배가량 커졌다.
최근에는 구찌와 버버리 등 콧대 높은 명품업계도 잇따라 중고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이들은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로 지출을 줄이는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고에 대한 시각이 바뀌면서 미국과 영국의 주요 백화점에서는 이미 중고의류 매장이 입점하는 등 글로벌 트렌드가 됐다”며 “인플레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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