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소를 살림집으로 바꾼 필동 상가주택

이번 프로젝트는 제2종 근린생활시설에서 단독주택으로 용도를 변경해 살림집이 들어오는 건축공사다. 1급 상권에 있던 사무소를 임대 수익을 포기하고 거주 목적의 주택으로 바꿔 입주한 흔치 않은 경우다. 기존 건물의 외관은 유지한 채 비어 있던 사무공간을 아이들이 뛰놀며 재잘거리는 주거공간으로 변신시킨 것이다.

진행 이형우 기자 | 글 자료 노현상(㈜유니브원 대표) | 사진 ㈜유니브원
HOUSE NOTE

DATA

위치 서울 중구 필동
용도 제2종 근린생활시설에서 단독주택으로 용도 변경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건축면적 114.37㎡(34.59평) (3층)
설계기간 2023년 6월 ~ 7월
시공기간 2023년 8월 ~ 9월

설계 및 시공 ㈜유니브원
02-447-0415 blog.naver.com/univone

MATERIAL
내부마감 천장 - 실크벽지
내벽 - 실크벽지
바닥 - 강마루
창호 KCC
도어 영림
주방가구 퍼시스원
단독주택을 선호한 건축주는 거주 중인 아파트를 처분하고 우리와 머리를 맞대며 직접 설계와 디자인에 참여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단독주택은 거실 창을 열면 조그만 마당이 있고 마당에서 강아지와 뛰노는 아이들을 연상할 텐데 3층의 상가주택이라 아이들에겐 동화 같은 선물이 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은 다 같은가 보다. 마당 대신 넓은 옥상을 아이들에게 선물했다. 옥상에는 예쁜 화단과 놀이터를 만들었고, 뛰기 좋아하는 아이들의 동선을 대폭 확장했다.
건물 외관과 인테리어 공사 전의 텅 빈 3층 공간. 외관 리모델링 없이 3층 공간만 사무소에서 살림집으로 바꿨다.
블랙 톤의 창틀이 인상적인 현관. 블라인드는 프라이버시 보호에 효과적이면서 그 자체로 디자인적인 요소가 된다.
단란한 가족을 위한 부드러운 공간, 거실
거실은 집의 중심이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가족이 하루를 마무리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넓고 개방적인 구조와 따뜻한 우드 톤의 바닥으로 단란한 가족의 일상을 표현했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블라인드 창은 거리에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과 외부의 번잡함을 차단하고 은은한 빛만 허용한다. 이로써 오로지 단란한 가족을 위한 부드러운 공간임을 강조했다.
낮은 천장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매입조명을 배제하고 직부 조명을 설치했다. 그리고 자연스러움과 실용성을 위해 낮은 원목 TV장, 깊이 있는 컬러의 가죽 소파, 감성을 더하는 라운드를 구성했다. 특히, 활동성이 강한 아이들을 위한 곳이라서 최대한 공간을 비웠고 변화가 필요할 때는 가구를 조금씩 이동하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넓고 개방적인 구조와 따뜻한 우드 톤의 바닥으로 단란한 가족의 일상을 표현한 거실
쾌적하고 깊은 여유가 느껴지는 화장실
넓어 보이는 효과를 주기 위해 벽면 타일은 깨끗한 화이트로 마감했고, 바닥 타일은 단조로움을 피하려고 육각 타일을 사용했다. 검은색 수전은 디자인을 모던하게 완성시키는 디테일이다. 세면 공간과 샤워 공간을 분리해 실용성을 높였으며 유리 파티션과 커튼을 활용해 공간이 깔끔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
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풍부한 자연광은 왠지 쾌적한 느낌을 준다. 도시 속에서도 환기가 잘 되고 자연광의 밝은 욕실은 작은 디테일이지만 일상의 만족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아침이 시작되는 이곳은 작지만 깊은 여유를 담은 공간이다.
화이트 톤 벽면 타일과 육각형 바닥 타일로 마감해 넓어 보이면서 단조로움도 피한 화장실은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아침이 시작되는 곳이다.
차분하면서 모던한 분위기가 묻어나는 주방
주방 역시 가족의 일상과 하루의 소소한 순간들을 만들어 가는 공간이다. 화이트와 다크 그레이 배색은 단순할 것 같지만 공간을 더 넓어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차분하면서도 모던한 분위기에 효과적이다.
주방의 큰 테이블은 식사 때나 공부할 때나 가족끼리 함께할 때 매우 유용하다. 주방은 삶을 나누는 공간, 대화가 오가고 추억이 쌓이는 공간으로 거실보다 더 유용한 곳이다. 사람들은 도심 속에서 바쁜 일상을 살아가지만 가족이 모여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는 순간만큼은 세상의 속도를 잠시 늦출 수 있다. 이곳 주방은 그렇게 계획됐다.
가족들의 소소한 일상이 추억으로 쌓이는 주방. 화이트와 다크 그레이 배색은 단순할 것 같지만 공간을 더 넓어 보이게 한다.
상상력과 안정감을 주도록 설계한 아이들방
아이들의 방은 단순한 생활공간이 아니다. 호기심을 채우며 스스로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작은 우주 같은 공간이다. 큰아이 방은 학습과 휴식을 함께 고려했고, 작은아이 방은 수납이 되는 벙커 침대를 만들어 실용성을 높였다. 아이만의 작은 요새 같은 공간에서 풍부한 상상력과 안정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아이들의 방은 성장하면서 점점 변해갈 것이다. 책상은 더 커지고, 장난감은 줄어들고, 새로운 환경으로 바뀔 것이지만 이 공간이 주는 평온함은 오래도록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의 방은 단순한 생활공간이 아니라 호기심을 채우며 스스로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작은 우주 같은 곳이다.
도심 속 하늘과 맞닿은 옥상
도심 한가운데에서 가장 가까운 자연을 만나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하늘과 맞닿은 옥상을 활용하는 것이다. 빌딩 숲 사이에 자리한 이 집의 옥상은 세 가족이 모여 앉아 바람을 맞으며 담소를 나누는 곳, 하루의 끝을 여유롭게 마무리하는 곳,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며 도심 속 아담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우드 데크가 깔린 공간은 실내 거실에서 이어지는 또 하나의 확장된 공간처럼 느끼게 한다. 충분한 넓이의 데크는 필요할 때 개폐식 문을 열면 더욱 개방된 공간이 된다. 한낮은 따뜻하고 저녁에는 운치 있는 조명이 은은하게 빛나는 아늑한 공간으로 변하고, 의자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피로가 풀릴 것 같은 공간이다.
하늘과 맞닿은 옥상. 충분한 넓이의 데크는 필요할 때 개폐식 문을 열면 더욱 개방된 공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