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섭 마크비전 대표 - AI로 세상의 ‘가짜’를 잡아내다

지식재산권(IP) 침해 문제는 전 세계가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 중 하나다. 더욱이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은 IP 위조와 상표 도용, 무단 사용, 사칭 등을 비롯한 불법행위를 부채질한다.

‘IP의 모든 것을 다루겠다’는 비전 아래 IP 보호 솔루션 기업인 마크비전이 팔을 걷어붙였다. 이인섭 대표는 “한국인이 한국에서 개발한 솔루션으로 글로벌 시장을 제패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인섭 마크비전 대표. 최기웅 기자

‘짝퉁(위조 상품)’이 하나의 단어로 인정받은 건 2000년대 초반이었다. 하도 위조 상품이 판을 치자 국립국어원은 언중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속어 ‘짝퉁’을 신조어 목록에 등재했다. 이제 짝퉁은 표준어인 ‘위조 상품’을 제치고 흔하디흔한 구어가 된 지 오래다. 그만큼 지식재산권(IP)을 침해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는 뜻이다.

위조 상품 문제는 전 세계적인 골칫거리 중 하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위조 상품 무역 규모는 4670억 달러(약 650조원)를 웃돌았다. 2022년에는 그 규모가 2017년과 비교해 약 43%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조 상품 제조·유통은 온라인 시대와 세계화 추세가 맞물리면서 수많은 국가와 대륙을 오가며 이뤄지고 있다.

또 광범위한 산업 혁신으로 위조 상품 종류도 다양해졌다. 의류와 전자제품을 비롯한 물리적 상품뿐 아니라 콘텐트나 소프트웨어 등 무형 재산도 위조 대상이다.

한국은 위조 상품에 따른 피해국으로 분류된다. 그동안 OECD는 미국과 유럽, 영국 등의 IP 침해 규모를 조사해 보고해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한국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OECD의 ‘불법 무역과 한국 경제(Illicit trade & the Korean economy)’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IP를 도용한 위조 상품 국제 교역액은 2021년 약 97억 달러(약 13조원)에 달했다. 이 여파로 한국 기업은 약 8조원에 달하는 매출 손실액을 기록했고, 한국 정부는 2조원 규모의 세수를 걷지 못했다.

K-패션과 K-뷰티, K-팝 등 한류 열풍이 거세지면서 한국의 IP 피해는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더구나 인공지능(AI) 기술의 고도화로 위조와 상표 도용, IP 무단 사용 등을 비롯한 불법행위는 훨씬 교묘하게 시장을 농락하고 있다. 위변조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IP 침해 문제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난제를 해결하고자 나선 IP 보호 솔루션 기업 마크비전은 글로벌 IP 시장의 ‘백신’을 자처한다.

컴퓨터 백신이 잠복한 바이러스를 탐지하듯, 마크비전은 AI 기반 솔루션으로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위조 상품 유통과 무단 판매, 불법 복제 콘텐트, 기업(브랜드) 사칭 등을 20초 안에 적발한다. 다양한 IP 침해 사례를 학습한 AI 덕분이다.

마크비전의 솔루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IP 문제 해결사’로서 관련 이슈를 마켓 플레이스에 직접 신고하는 작업도 수행한다.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상표권 출원을 돕는 서비스도 내놨다.

2019년 설립된 스타트업이라기엔 마크비전의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고난도 기술을 무기로 전 세계 120여 개국에 진출했으며, 구글의 저작권 보호 프로그램(TCRP)과 유튜브의 기업용 저작권 보호 기능(ECMT)의 공식 파트너사로 활약 중이다. 고객사 면면도 화려하다.

프랑스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산하 브랜드와 영국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 세계적인 결제 네트워크 기업 등이 마크비전 솔루션을 이용한다. 국내 고객사로는 토스와 다올투자증권, 쿠팡플레이, SJ그룹, 아이패밀리에스씨(롬앤) 등이 꼽힌다.

마크비전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이인섭 대표는 만 29세에 창업에 도전해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다.

오랜 기간 변호사를 꿈꿨던 이 대표는 하버드대 로스쿨 재학 중 인생 궤도를 바꾸기로 결단했다. 변호사 대신 창업가로 방향을 튼 것이다.

탄탄대로였을지도 모를 길에서 발걸음을 돌린 그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기 위한 도전이었다”고 회고했다.

지난 7월 중순 이 대표와 만났다. 생경한 창업 여정을 택한 이유부터 성공 가도를 달리는 비결, 마크비전이 내다 보는 길까지 하나하나 짚어보기로 했다. 쏟아낼 질문이 줄지어 있었다.

2010년 서점서 봤던 포브스의 ‘그 기사’

사명 마크비전(Marqvision)은 이 대표의 영문 이름 ‘Mark’와 닮았다.

프랑스어로 상표를 가리키는 마르크(Marque)와 컴퓨터비전(시각정보 처리) 기술에서 차용한 비전(Vision)을 합쳐 사명을 지었다. 비전 기술로 상표를 보호한다는 의미다.

작명 순서를 매기자면 사명이 먼저다. 최근 들어 이 대표는 마크비전과 유사한 ‘Mark’를 영문 이름으로 택했다. 회사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마크비전은 첫 창업이자 마지막 창업”이라며 “나이 들어서도 이곳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마크비전이 아니었으면 경영자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오늘날만큼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랜 기간 변호사를 꿈꿨던 이 대표는 하버드대 로스쿨 재학 중 인생 궤도를 바꾸는 결단을 내렸다. 변호사 대신 창업가로 방향을 튼 것이다. 최기웅 기자

이 대표가 처음부터 창업가를 꿈꾼 건 아니었다.

대학교 3학년 무렵, 서점에서 우연히 집어든 잡지 포브스를 보고선 잠깐이나마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은 있었다.

당시 그가 펼친 포브스에는 이베이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야르의 인터뷰가 실려 있었다.

오미디야르는 단 하루 만에 억만장자가 된 인물이었다.

1995년 노동절 연휴에 집에서 직접 짠 코드로 경매 웹사이트 이베이를 만들었고, 1998년 상장과 함께 그의 말마따나 ‘터무니없이 부유해졌다’. 그는 2010년 포브스 인터뷰에서 ”사치롭게 사는 대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참 멋있다.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왔지만, 이 대표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번 생은 아니겠다’고 체념했다”며 “당연히 변호사가 될 줄 알았고, 창업은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로스쿨 입시 실패 후에도 꽤 오랫 동안 다른 길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창업은 그렇게 스쳐 지나갔다.

이 대표는 “지금 돌아보니 너무도 안일한 판단이었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대학교 4학년 땐 당연히 로스쿨에 갈 줄 알았어요. 그러니 인턴 같은 경험도 못 했죠. 그런데 막상 떨어지고 나니까 졸업을 앞두고선 취업 걱정이 밀려오더라고요. ‘로스쿨 진학 대신 뭔가 특별한 걸 해볼까’ 싶었지만 딱히 뾰족한 대안이 없어 답답하고 막막했어요. 졸업 논문을 쓰면서 독일의 거시경제를 다뤘는데, 마침 지도 교수님이 독일 분이셨어요. 그분 눈에 들었는지 독일 인턴십 기회를 제안받았어요.”

이 대표는 교수의 추천으로 6개월간 독일 중앙은행에서 리서치 업무를 맡았다.

인턴 생활이 끝난 후에도 독일에 더 머물고 싶었던 그는 맥킨지앤드컴퍼니 독일 지사에 정규직 컨설턴트로 입사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2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 일이 힘들었다기보다 스스로에게 맞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는 “그제야 내 적성을 확실히 알게 됐다”며 “대기업에서 수많은 직원 중 하나로 일하는 것보다, 규모가 작더라도 직접 무언가를 ‘뚝딱’ 만들어내는 데서 의미와 성취를 느끼는 성향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결국 그가 선택한 건 로스쿨 재도전이었다. 이번에는 합격했다. 당시 창업을 택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이 대표는 “이베이 창업자 기사를 떠올리며 창업에 대한 열망이 시작됐지만 정작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고 돌아봤다.

다시 전환점이 찾아온 건 2018년 가을 무렵이었다. 가을 학기 로스쿨 수업에서 상표법을 접하면서다. 의류 상품 시장에서 짝퉁과 무단 판매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 대표는 “상표법 강의에서 이 시장이 세계에서 매우 큰 범죄 산업 중 하나라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IP 침해로 인한 범죄 산업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거래가 확산되고 AI 기술까지 더해지면서 가속도가 붙고 있더군요. 문제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게 뻔하다는 거였죠. 그때 직접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문제를 직시하는 순간, 해결할 수 있겠다는 용기도 생겨났습니다.”

‘뭐든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2019년 미국 보스턴에 회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스타트업 창업이 으레 그렇듯 시작부터 녹록지 않았다.

이 대표는 “1년 반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어떤 아이템은 제품을 론칭하기도 전에 끝나버렸고, 어떤 건 론칭까지는 갔지만 고객이 없어 지속하지 못했다”며 “어떤 건 흥미를 잃어 더는 할 수 없겠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나마 오래 버틴 사업은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소비자의 ‘창의적 사기 수법’에 대응하는 서비스였다. 가령 명품을 구입한 후, 가품을 포장해 반품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8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 대표는 “기업 간 거래(B2B) 비즈니스였는데 고객사에서 월 구독료를 자꾸 깎아달라고 요청했다”며 “고객 니즈가 부족하다는 방증이었다”고 돌아봤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건 제가 너무 모르는 영역의 문제였어요. 부끄럽게도 그때까지 물류센터에 가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죠. 너무 생소한 영역에 뛰어든 것 자체가 패착이었습니다.” 뼈아픈 반성이었다.

이 대표는 섣부른 사업화보다 깊은 사고와 분석에 집중하기로 했다. 자신이 잘 아는 분야와 문제가 뚜렷해 고객 수요가 큰 분야 간 교집합을 찾는 데 전념했다.

원래 패션 브랜드를 좋아했기에 위조 상품 문제에 눈길이 갔고, 이 산업에서 파생되는 부정적 이슈에 크게 공감했다.

더구나 마침 컴퓨터비전 기술과 AI 기술이 부상하면서 이를 융합하면 사업이 되겠다고 확신했다.

이후 6개월간은 아이디어를 혁신적 기술로 바 꾸는 작업이 이어졌다. 마침내 2020년 12월 위조 상품 모니터링 자동화 솔루션의 베타 버전을 내놨고, 고객의 긍정적 피드백에 힘입어 2021년 정식 버전을 선보였다. 그사이 서울에 마크비전코리아를 세우기도 했다.

이후로 마크비전은 승승장구했다. 이 대표는 “IP 보호 서비스로 사업 방향을 튼 이후 현재까지 매출 성장세가 한 번도 꺾이지 않았다”며 “최근 3년 동안 연 매출 성장률이 10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3년 약 1000만 달러(약 139억원) 였던 매출액은 2024년 2200만 달러로 급증했다. 이 대표는 올해 매출액 6000만 달러를 내다보고 있다.

“2026년 매출액 1억 달러를 달성하고 그해 말에서 2027년 사이 흑자전환을 이루는 것이 단기 목표”라고 공언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사로잡기까지

마크비전의 첫 사업 모델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인터넷에서 위조 상품을 찾아내 삭제하는 작업, 즉 짝퉁 제거에 집중했다.

그러나 브랜드 보호 업무를 수행하면서 문제의 범위가 단순한 짝퉁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업과 브랜드 입장에서는 물리적 상품뿐 아니라 콘텐트 차원에서도 위협 요소가 많다는 점을 인지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마크비전은 콘텐트 모니터링 영역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했고 이후 브랜드나 기업, 개인을 사칭하는 행위로 감시 범위를 넓혔다.

사업 확대의 실마리는 현장의 고객 요청에서 비롯됐다.

2021년 말 여러 콘텐트 기업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콘서트 영상이나 저작권 침해 영상을 내려줄 수 있는지 문의했다.

마크비전이 이에 발 빠르게 대응하자 콘텐트 업계에 입소문이 돌았다. 이 대표가 자신감 있게 사업을 확장한 배경이다. 이어 스마일게이트를 비롯한 대형 게임사들도 하나둘 마크비전의 고객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2023년 들어선 개인 브랜드를 보호해달라는 고객 요청이 늘었다. 딥페이크 영상이나 불법 유통 콘텐트 등이 정교해지면서 1인 브랜드를 운영하는 개인이 이미지 손상으로 난처한 상황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포착한 마크비전은 지난해 사칭 광고와 주식 리딩방, 피싱 사이트 등에 대응하는 사칭 탐지 서비스를 내놨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전 대표와 ‘부자언니’로 불리는 재테크 인플루언서 유수진씨 등이 주요 고객이다.

마크비전은 독보적인 차별성으로 수많은 경쟁사를 제치고 2022년 ‘LVMH 주관 이노베이션 어워드’에서 대상을 받았다. 최기웅 기자

마크비전은 독보적인 차별성으로 수많은 경쟁사를 제치고 2022년 ‘LVMH 주관 이노베이션 어워드’에서 대상을 받았다. 현재 마크 비전의 주요 고객사는 미국과 한국,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 분포해 있다. 매출 비중은 미국 40%, 아시아 40%, 유럽 20% 순이다.

마크비전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이 대표는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 난해한 일과 복잡한 절차를 AI로 자동화했다는 점이다. 특히 직접 IP 침해 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일은 피해자에게 벅찬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 대표는 “이커머스 플랫폼에 IP 침해 건을 신고하려면 가품 여부를 입증해야 한다”며 “신고를 받은 플랫폼은 ‘침해 사유는 무엇인가’, ‘그 증거는 무엇인가’, ‘정품은 어떻게 생겼나’ 등을 포함해 상당한 분량의 질문지를 보낸다”고 설명했다. 질문지에 답하는 게 끝이 아니다. 관련 사진과 기타 자료도 첨부해야 한다.

이 대표는 “기존 기업들은 대규모 인력을 채용해 이 일을 처리해왔다”며 “반면 마크비전은 사전 경고나 삭제 요청서 작성, 최종 신고 처리 등 일련의 과정을 자동화해 고객의 수고를 덜었다”고 강조했다.

마크비전의 또 다른 차별점은 AI 에이전트다. 최근 AI 열풍이 불면서 너도나도 AI 에이전트를 선보이는 세상이 됐다. 마크비전의 AI 에이전트는 어떤 독창성으로 경쟁사를 물리치고 있을까.

이 대표는 “마크비전의 기존 솔루션은 규칙 기반 자동화 방식이었다”며 “명시적 규칙이 입력된 AI가 위조 상품 탐지와 신고서 작성 등 여러 작업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크비전은 단순한 AI 기술 도입을 뛰어넘어, 그동안 축적한 빅데이터에서 얻은 노하우를 이용해 솔루션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였다.

이후 AI 에이전트로 기술을 고도화한 결과 명확한 프롬프트(AI가 수행할 작업을 명시한 요청어) 없이도 AI 스스로 응용 범위를 확장할 수 있게 됐다. 가령 과거 다양한 사례를 분석해 그 결과 를 탐지 기능에 응용·반영하는 식이다.

이 대표에게 기술력 향상 외 또 다른 기업 성장 비결을 물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답변을 이어갔다.

“제가 잘해서라기보다 고객사나 시장에서 진짜 힘들어하는 문제, 정말 필요한 걸 잘 캐치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규모로 서비스를 내놨어요.

사실 당장 뭔가 획기적인 상품은 내놓고 싶을 때가 많지만, 어떤 기업이 어떤 기능을 더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거든요. 느리지만 꼼꼼한 움직임이 오히려 빠른 성장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마크비전의 꺾이지 않는 성장세를 뒷받침하는 두 번째 비결은 연간 목표 달성에 전념하고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크비전의 최우선 목표는 연 매출 성장률이 100%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결코 허풍스러운 목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창업 전 여러 회사에 다녔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기업이 매출 목표를 세우기만 할 뿐, 진심으로 ‘집착’하는 경우는 많지 않더군요. 하지만 마크비전은 달라요.

일단 목표를 잡으면 실패라는 시나리오는 없습니다. 마크비전 구성원들은 업무를 게임 퀘스트(임무·quest) 깨듯이 합니다. 보통 연 단위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한 세부 목표를 굉장히 잘게 쪼갭니다. 역순으로 기간 단위가 작아지는 겁니다.

다시 말해 분기 단위 목표를 세운 다음, 그에 맞게 월별 목표를 구상하는 거예요. 목표에 맞게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가 상당히 구체적인 거죠.”

이 대표는 스스로를 “목표 달성에 ‘집착’하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CEO의 업무 방식은 조직 구성에도 고스란히 스며들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전체 매출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모든 팀원이 각자 책임을 지는 구조”라며 “누군가는 고객을 많이 데려오는 데 책임이 있고, 또 누군가는 전환율을 높이는 데, 또 다른 누군가는 유지율을 높이는 데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팀의 리더들이 그런 역할을 맡고, 그 아래에는 이메일 발송 수, 응답률 등 세부 지표마다 또 다른 책임자들이 배치돼 있다”며 “그래서 조직도상 대표 직속 인원이 실무자를 포함해 18명에 달한다”고 너털 웃음을 지었다.

조직 구성이 세밀하다 해서 조직 관리까지 치밀한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기본적으로 관리자라는 개념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각자 역할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만큼 별도의 조직문화를 정립해 구성원을 관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물론 피플(인사)팀이 직원 단합을 위해 이벤트를 열거나 식사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이 대표는 “피플팀의 활동이 회사 전체의 개인주의적 성향을 저해하지는 않는다”며 “오후 5시쯤 할 일을 다 끝낸 구성원이 바로 퇴근할 수 있도록 가급적 간섭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업무가 명확하고 구체적일수록 구성원이 받는 압박감이나 초조함이 더해지지 않겠냐고 물었다.

이 대표는 “정말 중요한 책무를 맡은 사람이든 아니면 인턴이든 간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굉장히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구성원이 쉽게 지치고 힘겨워 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에 그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마크비전 구성원은 대체로 퀘스트를 해결하며 성취감을 느끼는 방식을 선호하는 편”이라며 “명확한 목표에 따라 어떤 퀘스트를 언제까지 어떻게 클리어할지 계획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자율과 책임이 공존하는 마크비전만의 업무 방식이다.

한국에서 만든 솔루션으로 전 세계 평정

마크비전이 성공적인 이정표를 세우기까지 이 대표의 인생은 짧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

“주로 ‘일’과 관련한 이슈로, 삶에 굴곡이 꽤 많다”는 게 이 대표의 말이다.

이 대표는 창업 전 이력을 두고 “참 재미없고 힘들었던 시간”이라며 “당시를 떠올리면 결코 유쾌하지 않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누군가에게 정말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하겠다는 거창한 의미보다는, 실제로 다수가 필요로 하는 유용한 솔루션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일에 몰입하게 되더군요. 많은 고객사가 마크비전의 실질적인 서비스에 만족을 느낀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이 대표는 “사실 당장 뭔가 내놓고 싶을 때가 많지만, 어떤 기업이 어떤 기능을 더 필요로 하는지 그걸 파악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느리지만 꼼꼼한 움직임이 오히려 빠른 성장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최기웅 기자

이 대표는 “지난해 마크비전이 해결한 IP 침해 사례가 5041만 건에 달한다”며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4조2600억원을 웃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론 IP가 무기인 기업에 마크비전이 필수불가결한 파트너로 인식되길 바란다”며 “이를 위해 IP 라이선싱 사업과 IP 창작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IP 라이선싱은 다양한 업체와 라이선스 계약을 수십 만 건 가량 맺은 콘텐트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이런 경우 이커머스 플랫폼에 위조 상품이 올라와도 판매자가 정식 라이선스를 보유한 업체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마크비전은 이를 디지털화하겠다는 방침이다.

IP 창작 영역에서는 브랜드가 태어나고 콘텐트가 기획되고 새로운 IP가 탄생하는 모든 순간에 마크비전이 함께하겠다는 취지다. IP 아이디어 발상과 상용화를 돕겠다는 포부다.

마크비전의 최종 목표는 IP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종합 IP 인프라 회사다. 이 대표는 “현재 마크비전의 미션은 보호(protect)에 초점을 두고 있고 당분간은 이런 방향이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사업 영역을 확장해 지원(empower)에 방점을 두고 싶다”고 강조했다.

202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본사를 옮긴 마크 비전은 특이하게도 본사에 비해 한국 법인인 마크비전코리아에 더 많은 직원이 포진해 있다. 전체 직원 약 250명 중 180여 명이 마크비전코리아에서 일한다. 전 직원의 72%가량이다.

뿐만 아니라 제품개발팀과 IT 전문가팀, 서비스팀 등은 주로 한국에 있고 세일즈팀 등 영업 관련 부서는 대부분 LA에서 근무한다.

이 대표는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한국에서 한국인이 만든 솔루션을 글로벌 고객사에 제공한다는 점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한국에도 삼성이나 LG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있잖아요. 그런데 대체로 제조업 기반이에요. 마찬가지로 한국에 글로벌 스타트업이라고 불리는 기업이 적지 않지만 실제로는 내수시장 중심인 경우가 많습니다. 늘 아쉬웠어요. 소프트웨어 기반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서도 나올 수 있다는 걸 입증하고 싶어요. 마크비전이 한국인을 주축으로 움직이는 이유입니다. 한국인에게 자랑스러운 기업으로 인정받을 날을 지켜봐주세요.”

노유선 기자

Copyright © 포브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