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 논의가 뜨겁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간과하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핵잠수함을 만드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 길이 있다는 것이죠.
하나는 호주처럼 미국에 모든 것을 의존하며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브라질처럼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훨씬 저렴하게 건조하는 방식입니다.
그 차이는 무려 26배, 금액으로는 181조원에 달합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떤 선택이 합리적인지는 명확해 보입니다.
188조원 vs 7조원, 무엇이 이 엄청난 차이를 만드는가
호주의 AUKUS 계약은 현대 방위산업 역사상 가장 비싼 거래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호주는 8척의 핵잠수함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과 영국에 최소 2,4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88조원을 지불하기로 했습니다.
척당 23조 5천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죠. 이는 단순히 잠수함 선체 가격만이 아닙니다.
미국으로부터 핵추진 기술을 이전받고, 농축 우라늄 핵연료를 공급받으며, 유지보수 인프라를 구축하고, 수십 년간 기술 지원을 받는 데 드는 모든 비용이 포함된 것입니다.
반면 브라질은 완전히 다른 접근을 택했습니다.
1970년대부터 독자적인 핵잠수함 개발 프로그램을 시작한 브라질은 프랑스의 재래식 잠수함 설계를 기반으로 하되, 핵심인 원자로는 자체 개발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현재 건조 중인 알바로 알베르투함의 예상 비용은 약 6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7조원 수준입니다.
물론 브라질도 프랑스로부터 기술 협력을 받았지만, 핵심 기술은 자국에서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완전한 기술 독립이 가능한 것입니다.
한국의 선박제조 기술, 이미 세계 정상에 서 있다
한국의 조선 산업은 단순히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은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우리나라 조선소들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정밀한 선박들을 건조하고 있습니다.
LNG 운반선의 경우 전 세계 발주량의 70% 이상을 한국 조선소가 수주하고 있으며, 이는 극저온 액화가스를 안전하게 운반하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이러한 기술력은 핵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선체 설계 및 제작 능력과 직결됩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한국이 이미 세계 수준의 재래식 잠수함을 독자 설계하여 건조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214급 잠수함을 독일로부터 도입한 후, 한국은 이를 대폭 개량한 장보고-III급 잠수함을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했습니다.
3,700톤급의 이 잠수함은 세계 최대 규모의 재래식 잠수함 중 하나이며, 수중 음향 성능과 무장 체계에서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핵잠수함과 재래식 잠수함의 가장 큰 차이는 추진 시스템입니다. 선체 설계, 음향 스텔스 기술, 전투 시스템 등 대부분의 핵심 기술은 이미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것이죠.
핵연료 재처리, 미국과의 협상이 열쇠다
핵잠수함 개발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은 바로 핵연료입니다.
핵잠수함은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데, 이는 핵무기 제조에도 사용될 수 있는 물질이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현재 미국과의 원자력협정에 따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협상을 통해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입니다.
실제로 브라질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브라질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이면서도 자체적으로 우라늄을 농축하고 핵연료를 제조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습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이면서도 평화적 목적의 핵 기술 개발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은 것이죠.
브라질은 1988년 헌법에서 핵무기 개발을 금지하고, IAEA의 사찰을 투명하게 받아들이면서 신뢰를 쌓아왔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 접근이 가능합니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시 핵잠수함용 핵연료에 한정된 재처리 권한을 협상할 수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은 70년 이상의 동맹 관계를 유지해온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입니다.
더욱이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커지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의 군사력 강화는 미국의 전략적 이익과도 부합합니다.
호주가 AUKUS를 통해 핵잠수함 보유를 미국으로부터 승인받은 것도 이러한 지정학적 맥락에서였습니다.
브라질 모델, 왜 우리에게 더 적합한가
브라질의 핵잠수함 개발 프로그램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브라질은 1979년 독자적인 핵잠수함 개발을 결정한 이후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해왔습니다.

처음에는 프랑스와 협력하여 재래식 잠수함 기술을 습득하고, 동시에 자국 내에서 원자로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브라질 해군은 상파울루 대학교 및 핵에너지연구소와 협력하여 잠수함용 소형 원자로를 설계했고, 현재 이 원자로의 육상 시험이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기술 독립입니다. 호주는 188조원을 들여도 핵심 기술은 여전히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핵연료는 미국에서 공급받아야 하고, 주요 부품의 수리와 교체도 미국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이는 전략적 자율성의 상실을 의미하죠.
반면 브라질은 비록 개발 기간이 더 오래 걸렸지만, 결국 자국의 기술로 핵잠수함을 운용하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한국의 상황은 브라질보다 훨씬 유리합니다.
우리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건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원자력 발전소 운영에서도 풍부한 경험을 축적했습니다.
한국은 현재 24기의 상업용 원자로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서도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잠수함용 소형 원자로는 상업용 원자로보다 규모는 작지만, 기본 원리는 같습니다.
우리가 보유한 기술 기반을 활용한다면 브라질보다 훨씬 빠른 시간 안에 핵잠수함 개발이 가능한 것입니다.
예산 효율성과 산업 파급효과
188조원과 7조원의 차이는 단순히 숫자상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국가 재정 운용의 효율성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호주 방식으로 진행할 경우, 한국 국방예산의 3년치에 해당하는 금액이 해외로 유출됩니다. 반면 브라질 방식은 대부분의 예산이 국내 산업에 투입되어 일자리 창출과 기술 발전으로 이어집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산업 파급효과입니다. 핵잠수함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기술은 민간 분야로도 전이될 수 있습니다.
소형 원자로 기술은 미래 선박의 친환경 추진 시스템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극한 환경에서의 소재 기술과 정밀 가공 기술은 첨단 제조업 전반에 활용 가능합니다.
조선 산업이 단순 건조업에서 고부가가치 첨단 기술 산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죠.
국내 방위산업 육성 측면에서도 자체 개발은 필수적입니다.
한국은 이미 K-9 자주포, K-2 전차, KF-21 전투기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무기 체계를 개발하여 수출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공은 모두 자체 연구개발에 투자한 결과입니다. 핵잠수함 분야에서도 같은 접근을 한다면, 장기적으로는 핵추진 기술이 필요한 국가들에게 기술 협력이나 수출의 기회를 열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
한국은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과 중국의 군사력 팽창 속에서 강력한 해군 전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핵잠수함은 은밀성과 지속성 면에서 재래식 잠수함과 비교할 수 없는 전략 자산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확보하느냐입니다.

호주 방식은 빠른 전력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비용과 영구적인 기술 종속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브라질 방식은 개발 기간이 더 소요되지만, 25분의 1 수준의 비용으로 완전한 기술 자립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우리는 브라질보다 훨씬 빠르게 개발을 완료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과의 협상도 불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한미 동맹의 역사와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할 때, 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제한적 허용은 충분히 논의 가능한 사안입니다.
IAEA의 철저한 사찰과 투명한 운영을 전제로 한다면, 국제사회의 우려도 해소할 수 있습니다. 브라질이 해냈다면, 훨씬 강력한 비확산 체제를 갖추고 있는 한국이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결론은 명확합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기술과 원자력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두 기술을 결합하여 자체적으로 핵잠수함을 개발한다면, 우리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진정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181조원의 차이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우리의 미래 세대에게 독립적인 국방 능력과 첨단 기술력을 물려줄 것인지, 아니면 막대한 빚과 기술 종속을 남길 것인지의 선택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강점을 믿고 브라질이 보여준 자주국방의 길을 따라갈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