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 출신 시계 사업가
가디우스 유혜미 대표

한국은 한때 시계 강국이었다. 1970년대 이후 1990년대까지 한국은 스위스, 일본에 이어 시계 3대 생산국으로 불렸다. 삼성 등 대기업도 시계를 만들어 해외에 수출했고, 금은방에선 국산 브랜드의 시계가 예물로 사랑받았다.
한국 시계의 ‘제2의 전성기’를 준비하는 이가 있다. 가디우스 유혜미(43) 대표는 드레스 워치 브랜드 ‘커스벤’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 뿐 아니라 일본·스위스·이탈리아 등 전세계에서 고급 부품을 들여와, 수십 년 시계를 다뤄온 우리나라 시계 장인이 조립한다. 유 대표를 만나 작은 시계 속에 숨겨진 복잡한 이야기를 들었다.
◇명품시계와 스마트워치 사이 틈새 노리는 브랜드

커스벤은 클래식한 디자인의 드레스 워치 전문 브랜드다. 홈페이지에서 내 취향대로 맞출 수 있다. 커스벤에서 미리 정해둔 옵션이 몇 가지 있다. 14종의 제품 컬렉션이 있는데, 각각 시계 케이스 2개, 다이얼(문자판) 6개, 핸즈(시곗바늘) 6개, 스트랩(시곗줄) 18개, 버클 4개 중에서 맘에 드는 것을 골라 조합할 수 있다. 경우의 수로 따지면 10만종 이상의 시계 종류가 나온다.
국내 자체 조립 공장을 두고 있어 커스텀 시계를 주문해도 3일이면 제작이 가능하다. 선택을 잘 못하는 소비자를 위해선 20종의 베스트셀링 조합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스위스·일본산 무브먼트(구동장치), 이탈리아산 가죽, 0.7㎜ 두께로 도금한 의료용 스테인리스 케이스, 사파이어 글라스 등 수백, 수천만원 시계에서 볼 수 있는 수준의 원·부자재를 썼다. 오토매틱 시계 중에선 ‘아라베스크’ 컬렉션이, 쿼츠 시계 중에선 문페이즈 기능이 있는 ‘그리피온’, ‘빌리포스’, ‘마그레프’ 컬렉션 등이 인기다. 모양새는 명품 시계인데 20만원 중반대에서 60만원대인 가격이 강점이다. 현재 온라인몰(https://metashop.co.kr/)에서 최저가 공동구매를 하고 있다.
◇미스코리아에서 워킹맘으로

9살부터 꿈이 뮤지컬 배우였다. 부모님의 뜻은 달랐다. “경영학과에 가서 평범한 삶을 살길 바라셨어요. 경원대(현 가천대) 경영학과를 1년 정도 다니다가, 부모님 몰래 중퇴했습니다. 학비를 들고 뮤지컬 학원에 찾아갔죠. 우리나라 뮤지컬계 대부격인 남경주·남경읍 선생님 밑에서 춤과 노래, 연기를 배웠고 이후 ‘브로드웨이 42번가’란 뮤지컬에도 출연했습니다.”
무대 경험을 살려 2005년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 ‘경기 진’에 이어 ‘본선 미’라는 쾌거를 이뤘다. “인생에서 가장 화려했던 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대회 이후 중대 연영과에 복학해 학업을 마쳤습니다. 그 와중에 평생의 단짝을 만나 결혼을 하고 첫째 딸도 낳았어요. 교수님들이 임신·육아하면서 학교 다니는 학생은 처음 봤다고 하시더군요.”

아이를 낳으면서 연예계와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대신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유아교육을 전공했던 어머니와 함께 서울 강남구에 영어 유치원을 열었습니다. 저는 브랜딩과 홍보를 전담했어요. 원생이 많을 때는 50~60명 정도였죠. 유치원을 정리한 이후에는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고 한국 영화·드라마를 중국으로 수출하는 일도 했습니다.”
◇모셔두는 시계 말고 매일 차는 시계

2018년에는 시계 사업에 발을 들였다. 마케팅 멘토였던 故경진건 대표와 함께 가디우스를 공동 창업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맞춤 시계를 갖고자 하는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국산 시계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콘셉트는 ‘시간을 선물한다’는 문장으로 함축시켰어요.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 중 제일은 ‘시간을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계를 선물한다는 건, 곧 나의 시간을 선물하는 일이자 함께할 시간을 약속하는 일이라는 의미로 확장할 수 있다고 봤죠.”
시계의 주 소비층이자 사회 활동을 활발히 하는 40~50대 남성을 공략해 ‘맞춤 제작 시계’로 차별화하기로 했다. “과거엔 제품을 대량으로 만들어 매장에 전시해야 소비자에게 시계를 각인시킬 수 있었는데요. 이젠 웹 사이트의 그래픽으로 제품을 먼저 보여줄 수 있습니다.”

완성도 있는 마감을 위해 고품질의 부품을 한국에 들여와 직접 조립하는 방식을 택했다. “스위스·대만·홍콩 등 시계 부품 제작으로 유명한 공장에서 양질의 부품을 조달했습니다. 시곗줄에 들어간 가죽은 이탈리아에서 왔어요. 시계를 직접 조립할 베테랑 기술자도 모셨습니다. 수십 년간 시계를 만져온 이성순 장인이 성수동 제조공장에서 커스벤 시계를 조립하고 있습니다.”
1년 6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10여 종의 시계로 2020년 ‘커스벤’ 시계를 출시했다. 가격대는 20만~60만원 사이로 설정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만 4억원의 매출을 냈다. “예물로 고가의 시계를 사더라도 직장에 매일 차고 다니다 흠집 날까 걱정하잖아요. 물건을 모셔두기만 하는 건 제품 취지에 어긋나죠. 커스벤 시계는 명품급 드레스 워치이지만 합리적인 가격대로 일상생활에서도 편하게 찰 수 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현재 온라인몰(https://metashop.co.kr/)에서 최저가 공동구매를 하고 있다.
◇시계 장인의 나라, 일본 진출 코앞

커스벤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던 2020년, 유 대표는 가디우스에서 나와 개인 사업에 몰두했다. 그리고 올해 가디우스에 복귀했다. “故 경 대표님이 작고하시면서 가디우스에 다시 복귀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커스벤이라는 브랜드만 이어받는 것이 아니라 故 경 대표님의 시계에 대한 열정과 사명감도 함께 이어받았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습니다.”
2025년 하반기 커스벤 시계는 일본 진출을 앞두고 있다. “일본은 스위스와 함께 글로벌 시계 산업의 양대 산맥입니다. 그 시장에 우리나라 브랜드로서 당당히 커스벤을 선보이고 싶어요. 벌써 일본의 라이징 스타인 ‘아리’를 모델로 섭외했죠. 시계로 시작했지만 남성들의 일상에 닿아있는 제품으로 확장하고 싶다는 계획도 있습니다. 지갑·벨트·가방 같은 제품을 눈여겨 보고 있죠. ‘독일에 몽블랑이 있다면, 한국엔 커스벤이 있다’는 말을 듣는 일이 지금 제 가장 큰 꿈입니다.”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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