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2025년 위기의 원화가치와 한국경제
탄핵정국 등 국내 요인 영향
외국인자금 이탈 우려 커
과도한 원화 방어 개입보다
외화 유동성 안정화 나서야

환율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 금요일에는 1480원을 넘어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이 이렇게 오른 적은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밖에 없었다.
환율 상승은 수입품 가격을 올려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달러로 빌린 대외 부채 상환 부담을 증가시킨다. 반면 수출기업은 달러 표시 가격을 낮춰 수출을 늘릴 수 있고 원화 환산 수익이 늘어난다. 따라서 환율 상승이 모두에게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환율의 급격한 상승은 대외 거래를 불안정하게 하고, 환율의 추가 상승 기대를 부추겨 외환 관리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환율 상승을 예상하면, 국내 자산보다는 해외 자산 투자 비중을 늘리고 달러 수요가 많아져서 환율이 더욱 상승한다. 투기 목적의 달러 수요도 증가한다. 이 상황에서 환율 안정을 위해 한국은행이 외환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면 외환보유고가 줄어든다. 1997년에는 외환보유고가 부족하고 단기 외화부채가 많아 외환위기를 겪었다. 현재는 외환보유고가 충분하지만, 대내외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은 매우 높다.
환율의 절대적 수준보다는 고환율에 반영된 한국 경제 상황이 문제다. 환율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한다. 환율 상승의 원인을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해야 한다. 환율은 대외 요인과 대내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원·달러 환율은 원화를 달러에 비교한 대외 가치의 척도다. 따라서 달러 가치를 변동시키는 대외 요인은 원·달러 환율을 직접 변화시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다른 국가보다 높게 유지하고 미국 경제가 양호하면, 달러 자산으로 국제 자금이 몰리고 강달러가 지속된다. 12월에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졌고 세계 주요 통화가 모두 약세를 보였다.
그런데 지난 1개월 동안 원화 가치 하락폭은 5.5%로 대부분 통화보다 더 컸다. 즉 국내 경제 요인이 환율 상승에 크게 작용했다. 한국 자산의 기대수익률이 낮으면 자본 유출이 발생해 환율이 오를 수밖에 없다. 경기가 침체하고 생산성 증가도 둔화되어 한국의 투자수익률은 낮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 계속되면서 불확실성과 투자 위험이 커졌다. 만일 혼란이 더 심해지고 국가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외국인 자금 이탈과 환율 상승은 가속화할 것이다.
대외·대내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또 한 번의 금융위기를 막는다는 비상한 각오로 대처해야 한다. 먼저, 정부가 우리 경제의 취약한 부문을 철저히 점검하고 외화유동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외환시장 안정에 힘쓰고 시장 참가자의 환율에 대한 기대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하면서 특정한 환율 수준을 방어하려는 과도한 개입은 지양해야 한다. 가계, 기업, 금융기관도 유동성과 위험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경기 회복, 물가 안정, 생산성 향상, 수출 경쟁력 제고에 힘써야 한다. 한국이 지금의 정치적 불안정을 잘 극복하고 경제 체질 개선에 주력하면 환율은 과거 수준으로 빠르게 돌아갈 수 있다.
2025년 한국 경제는 녹록지 않은 대내외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 경제 침체, 내수 부진, 정치적 혼란 등으로 복합위기를 맞았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국은 과거 두 차례의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하여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도 국민의 단결과 노력으로 정치적 혼란을 극복하여 더 나은 국가를 만들고 경제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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