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현의 견제구] 307억 원의 도박, 한화는 '노시환'이라는 환상을 샀나?

- 시즌 3할 타율 없는 30홈런 거포에게 선사한 역대 최장-최고액 다년계약… 검증되지 않은 11년의 리스크
- 100억 FA 3번의 선급금? 에이징 커브와 정확도 결여라는 폭탄을 안고 달리는 초장기베팅
- '전 경기 출장'이 보증수표 될 순 없어… 기록 이면의 그림자가 가리키는 오버페이의 징후

11년. 307억 원.
숫자 두 개만으로 KBO 역대 계약서를 전부 덮어버렸다. 한화 이글스가 노시환(26)과 체결한 비FA 다년계약 얘기다.
단일 계약으로 기간 10년 이상, 총액 300억 원 이상을 동시에 돌파한 선수는 이번이 처음이다.
200억 원대 계약도 없었던 리그에서 단숨에 300억 원 벽을 깨버렸다. 역사상 유례없는 강세장인 한국 주식시장(KOSPI)을 따라가는 건가?
그런데 잠깐.
여기서 하나만 짚고 넘어가자.
2019년 프로에 데뷔한 노시환은 7시즌 동안 리그 MVP를 한 번도 받지 못했다.
3할 타율을 채운 시즌도 단 한 번 없다. 나름 반등에 성공했다는 지난해 타율은 0.260이었다.
이게 11년 307억 원짜리 선수의 성적표다.

#노시환의 세이버메트릭스 타격 지표

연 평균 28억, 저렴하다고?
307억 투자를 결정한 한화 측 논리부터 살펴보자.
11년으로 나누면 연 평균 약 27억 9000만 원 수준이다.
5년 기준 150억~160억 원이 거론되던 선수니까, 오히려 연 단가를 낮춘 셈이라는 계산이다.
래리 버드 룰 적용 시 샐러리캡 부담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후반부 연봉은 오히려 '저렴해 보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이 논리에는 결정적인 구멍이 있다.
지금 이 계약에서 '저렴한' 구간은 2027년부터 2032년 사이, 노시환이 27~32세인 전반 6년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2033년부터 2037년, 노시환이 33세에서 37세가 되는 후반 5년은 완전히 다른 세계다.

최형우나 최정 같은 아주 특별한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30대 중반을 넘어서면 에이징 커브는 선택이 아니라 숙명이다.
유리몸 오명을 받고 있는 KIA 나성범이나 지난 겨울 꼼수 논란 끝에 SSG로 이적한 김재환*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극소수의 아웃라이어를 제외하고 KBO 역대 30대 중반 타자들의 성적표를 보면 그 '숙명'이 얼마나 냉정한지 알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조차 10년 이상 계약은 극히 드물고, 그마저도 대부분 후반부에 발목 잡힌다.
일찌감치 명예의 전당을 예약했다던 마이크 트라웃도 장기 계약 중반 이후 매시즌 부상에 시달리고 있고 역대급 거포라던 지안카를로 스탠튼의 계약은 지금도 뉴욕 양키스의 고민거리다.

KBO는 MLB가 아니다.
시장 규모도 다르고, 선수 보호 시스템도 다르다.
그런 리그에서 11년 초장기 계약은 시장에서 통용되어온 상식을 초월해 버렸다.

포스팅 조항, 이게 더 이상하다
계약에는 2026시즌 종료 후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됐다.
노시환 입장에서는 FA 자격 대신 포스팅 권한을 받은 셈이다. 그런데 이 조항이 계약의 성격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만약 노시환이 지난 겨울 송성문의 경우처럼 포스팅으로 MLB에 나간다면, 11년 307억 계약의 실질적 이행 기간은 1년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물론 복귀 시 한화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하지만 MLB에서 몇 년을 보내고 돌아오는 시점의 노시환은, 한화가 11년 치 몸값을 치른 선수와 같은 선수일 수 없다.
한화는 그럼에도 "노시환의 성실함과 내구성을 믿고" 이 계약을 했다고 설명한다.
그 믿음은 존중한다.
하지만 믿음과 초장기 계약은 다르다. 믿음은 감정이고, 계약은 숫자다.
6년 연속 100경기 이상 출장 기록, 리그 최상급 체력이라는 조건은 분명히 플러스다.
그러나 그 체력이 30대 중반까지 유지된다는 보장은 누구도 할 수 없다.
구자욱(삼성)의 5년 120억 계약이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그 기간이 '검증 가능한 범위'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한화가 사야 할 것은 '미래 노시환'이었나?
노시환의 현재 가치를 의심하는 게 아니다.
지난해 32홈런 101타점, 국내 선수 최다 홈런, 견실한 3루 수비, 전 경기 출장.
현시점 KBO 정상급 3루수라는 데 이견이 없다

문제는 11년이라는 숫자가 '현재 노시환'의 값이 아니라는 점이다.
2033년의 노시환, 2037년의 노시환에게도 동일한 무게의 기대를 얹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3할 타율 시즌이 없는 타자가, 나이 들어 더 정교해질 것이라는 기대는 근거가 약하다.
홈런 타자는 파워가 빠지면 타율도 함께 내려앉는 경우가 더 많다. 그 시점에 한화는 백억 이상의 거액을 노시환의 통장에 넣어줘야 할 수도 있다.

307억 원. 이 계약이 '합리적인 투자'로 기억될지, '사랑의 오판'으로 남을지는 결국 노시환의 30대가 결정한다.
지금 당장은 전국의 한화 팬들이 환호할 수 있지만, 계약서는 축제가 끝난 뒤에도 숫자로 남는다.
그리고 그 숫자는, 지금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 기억될 것이다.

글/구성: 민상현 전문기자, 김PD
#노시환의 통산 타격 기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