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주인 못 찾는 11번가... SK그룹, 다시 떠안는 방안 검토 중

노자운 기자 2024. 10. 25.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년 말 가능…다시 사온다 해도 문제
“SK온 상황 심각해 시장 신뢰 회복 시급”
그래픽=손민균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4일 16시 48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SK그룹이 이커머스 업체 11번가 지분에 대한 콜옵션(주식 등 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다시 행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가 지난해 한 차례 콜옵션을 포기하면서 재무적투자자(FI)인 H&Q코리아가 11번가 통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매각이 잇달아 불발되면서 어쩔 수 없이 SK가 되사가는 옵션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SK그룹은 FI인 나일홀딩스컨소시엄(국민연금·H&Q코리아·MG새마을금고)에서 지분율이 가장 높은 ‘큰손’ 국민연금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본시장에서 신뢰를 잃은 상황에 또 다른 계열사 SK온에 대한 사모펀드(PE)들의 콜옵션 시점이 점점 다가오는 것도 SK그룹 측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11번가 지분에 대한 콜옵션 재행사 여부를 검토하며 FI들과 논의 중이다. 계약 조건상 SK스퀘어는 내년 말 한번 더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가격이 고정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FI들의 지분 18.18%를 되사오기 위해 원금과 연 3.5%의 이자를 더해 5500억원을 지급해야 했지만, 콜옵션 재행사 시에는 반드시 그렇게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지난 2018년 당시 11번가 운영사였던 SK플래닛은 나일홀딩스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은 바 있다. 국민연금이 단독 LP로 들어간 프로젝트 펀드가 3500억원을, H&Q의 3호 블라인드펀드가 1000억원을, MG새마을금고의 프로젝트 펀드가 500억원을 나일홀딩스에 각각 출자했다. 계약에는 드래그앤콜 조항이 들어 있었다. 2023년 9월 30일까지 기업공개(IPO)를 완료하지 못할 시 컨소시엄이 SK의 지분까지 끌어다 강제 매각(드래그얼롱·Drag along)할 수 있도록 하되, 그 전에 SK가 지분을 다시 되살 수 있는 권한(콜옵션)을 부여한 것이다.

컨소시엄은 SK그룹이 콜옵션을 행사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 같은 계약을 체결했지만, 플랫폼 기업들의 몸값이 줄줄이 하락하며 상황이 반전됐다. 지난해 11월 SK스퀘어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해 버린 것이다. 이에 컨소시엄을 대표해 H&Q코리아가 드래그얼롱을 통해 지분 통매각을 추진 중이다. 컨소시엄은 매각 대금 중 5500억원을 먼저 회수할 권리를 갖고 있다.

H&Q코리아는 원리금을 보전하는 수준에서 11번가 경영권을 매각하기 위해 여러 차례 원매자들과 소통했지만, 매각은 여의찮았다. 지난 8월 오아시스와의 협상이 무위로 돌아간 이후엔 시장에서 거론되는 원매자도 없는 상황이다. 당시 오아시스는 자사 주식과 관계사 루트의 주식을 섞어 11번가 주식과 맞바꾸는 방식을 H&Q에 제안했지만, H&Q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결국 공이 SK그룹에 다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왔고, 실제로 SK가 콜옵션 재행사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컨소시엄에서 돈을 가장 많이 댄 국민연금이 특히 SK 쪽에 강하게 항의해 온 것으로 안다”며 “SK 입장에서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이 콜옵션 재행사를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본시장에서 신뢰를 잃었다는 점 때문이다. 이 같은 고민의 근간에는 SK온이 있다. SK온은 설립된 이래 11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막대한 채무 상환을 위해 추가 자금 수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달 초에도 1조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제이온포스트, 에스프로젝트이노, 브릴리언트에스, 뉴스타그린에너지제일차 등이 유증에 참여했다. 이런 상황에 자본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재무 구조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수 있다.

다만 SK 입장에선 콜옵션 재행사를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회사를 다시 사온다면 정상화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데, SK에 그럴 여유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SK온은 11번가와 마찬가지로 ‘콜앤드래그’ 조건으로 한투PE 컨소시엄과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으로부터 2조7000억원을 투자받은 상태여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SK그룹 측은 SK온이 2026년까지 상장에 실패하면 이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주거나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합의했다. SK가 콜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한투PE-MBK가 드래그얼롱을 통해 회사를 통매각하기로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