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몸값 최대 3000조원 … 과도한 머스크 의존이 리스크
스타링크에서 벌어들인 돈
우주·AI 투자하는 사업구조
매출 20%는 美정부서 발생
머스크 의결권 비중 85% 달해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20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277쪽에 달하는 기업공개(IPO) 신청서(S-1)를 제출했다. 다음달 12일 나스닥에 종목코드 'SPCX'로 상장을 추진하는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최대 2조달러(약 3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02년 창업 이후 24년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스페이스X의 재무구조가 처음 공개됐다는 점에서 이번 IPO 신청서는 단순한 상장 절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인공지능(AI)과 우주 산업이 결합된 초대형 테크기업이 공개 시장에서 어떤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첫 시험대일 뿐 아니라, 머스크 개인에게 권한과 위험이 극단적으로 집중된 기업 모델을 투자자들이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설비투자 76% AI 인프라 집중
신청서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더 이상 '로켓 회사'가 아니다. 지난해 매출은 187억달러로 전년 대비 33% 성장했지만, 같은 기간 7억9100만달러 흑자에서 49억달러 순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47억달러에 42억7600만달러 순손실을 냈다. 1년 전 같은 분기 순손실(5억2800만달러)보다 8배나 늘었을 정도로 적자폭이 커졌다. 외형은 빠르게 커지지만 손실은 그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는 'AI 투자형 적자' 구조를 보여줬다.
부문별 실적에서는 현금창출 사업과 AI 투자 사업 간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 사업이 포함된 '연결성' 부문은 1분기 매출 32억5700만달러, 영업이익 11억88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매출의 69%를 책임지는 유일한 흑자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가입자는 올해 3월 기준 1030만명으로 1년 만에 2배가 됐다. 반면 발사체를 포함한 '우주' 부문은 매출 6억1900만달러에 영업손실 6억62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지난 2월 합병한 xAI 중심의 'AI 부문'은 매출 8억1800만달러에 영업손실이 24억6900만달러에 달했다. 결국 스타링크가 벌어들인 현금을 우주 로켓과 xAI 데이터센터에 쏟아붓는 구조다. 전체 설비투자 101억달러 중 76%가 AI 인프라에 집중된 것도 이런 자금 흐름을 보여준다.
◆ 화성 식민지·우주 AI 인프라 비전
스타링크라는 '캐시카우'가 있다는 점은 다른 AI 스타트업이 갖지 못한 결정적 강점으로 꼽힌다. 오픈AI와 앤스로픽이 외부 투자라운드에 의존해 컴퓨팅 비용을 충당하는 반면, 스페이스X는 자체 매출로 AI 투자를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청서가 제시한 청사진에는 화성 식민지 건설, 우주 태양광 데이터센터, 우주 AI 인프라 등이 미래 사업으로 적시됐고, 우주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를 28조5000억달러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현재 매출과 미래 약속 사이 간격이 그만큼 큰 상황임을 보여준다. 기업가치 2조달러는 지난해 매출의 100배 수준으로 테슬라(15배)나 애플(7배) 같은 빅테크 기업과 비교 자체가 어렵다. 결국 스페이스X 주식을 산다는 것은 향후 10년 이상 머스크 비전 실현에 베팅하는 것이다.
테슬라와 xAI를 포함한 '머스크 생태계' 구조도 처음 규모가 확인됐다. 스페이스X는 올해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을 1억3100만달러, 에너지저장장치 '메가팩'을 5억600만달러어치 구매했고 '테라팹'이라는 대형 AI 칩 프로젝트를 공동 진행 중이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머스크가 AI 생태계 전체를 직접 통제하려 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 합병 가능성까지 거론된다"고 전망했다. 우주 사업에 있어서 미국 정부에 대한 의존도도 확인됐다. 지난해 매출의 약 20%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국방부·정보기관에서 발생해 사실상 미국 국가 전략 인프라 역할을 맡고 있다.
◆ '머스크 리스크' 스페이스X도 인정
스페이스X IPO 신청서에서 눈길을 끈 점은 바로 '머스크 리스크'였다. 스페이스X는 머스크를 핵심 위험 요인으로 명시하면서 그의 발언과 행동이 회사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적시했다. 그가 테슬라·xAI·뉴럴링크 등 여러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 스페이스X 경영에 전념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 머스크 의존도가 높지만 그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한 경영진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점도 위험 요인으로 적시됐다. 회사가 창업자를 위험으로 분류한 사례는 이례적이다. 지배구조 역시 머스크 개인에 대한 의존을 더욱 강화하는 형태다. 일반 투자자가 받는 클래스A 주식은 1주당 1표, 머스크 등 내부자가 보유한 클래스B 주식은 1주당 10표의 의결권을 갖는 차등의결권 구조로, 머스크는 상장 후 의결권 85.1%를 유지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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