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인들의 포장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세계에서 플라스틱 폐기물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국가인 일본에서 플라스틱 소비 없이 일주일을 살아봤다. 그 결과 놀라운 해결책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매주 화요일 아침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마다 파란색 재활용 쓰레기통 옆엔 빈 페트병이 가득 쌓인 투명한 플라스틱 쓰레기 봉지가 따로 있다.
내가 사는 도쿄 내 이 지역에선 유리, 알루미늄, 플라스틱 등 종류별로 매주 수거해가는 지정 장소가 있다. 아침 8시쯤이면 보통 쓰레기통들이 꽉 차 있지만, 시 당국의 수거 속도가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유독 페트병 쓰레기가 많다.
실제로 2004년 140억 개였던 일본의 페트병 생산량은 현재 연간 232억 개로 급증했다.
또한 일본은 뛰어난 재활용 기술을 보유한 국가지만, 매년 페트병 26억 개가 소각 또는 매립되거나 수로나 바다에서 유실된다.
대부분 도쿄 주민들처럼 나 또한 쓰레기는 철저히 분류해 버리기에 페트병은 언제나 재활용 쓰레기통에 버린다.
사실 일회용 플라스틱은 화석 연료 기반의 화학물질의 일종으로, 도쿄에선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거리마다 페트병에 담긴 음료를 파는 자판기가 늘어서 있고, 아파트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편의점 3곳 모두 간편 도시락이나 킨피라(일본식 우엉 및 당근 볶음)와 같은 1인용 즉석식품을 플라스틱에 담아 한가득 팔고 있다.
슈퍼마켓에선 폴리스타이렌 망에 감싼 다음 플라스틱 상자에 담아 포장용 랩까지 씌운 과일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2014년 일본의 1인당 플라스틱 포장 폐기물 배출 규모는 32.4kg으로, 40kg를 기록한 미국에 이어 2번째로 많았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우리 집에서도 플라스틱 폐기물량이 급증했다. 코로나19 기간 우리 부부는 음식을 포장해와서 집에서 먹곤 했다. 진공 포장 피자, 플라스틱에 포장된 부리토, 비닐봉지에 든 감자 갈레트로 등도 온라인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고, 맛도 있고 시간 절약도 되는 냉동 음식에 크게 의존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집 쓰레기의 약 3분의 2가 플라스틱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양 플라스틱 오염이 2050년까지 4배가 될 것이라는 보도를 접하고 놀랐었기에 내 일상의 편의가 플라스틱 오염을 부추기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됐다.
이에 따라 일상생활 습관을 바꾸면 얼마나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1주일 동안 일회용 플라스틱을 전혀 쓰지 않기로 도전했다.
플라스틱 없이 1주일 살아보기
일본에선 현재 소매점에선 비닐봉지에 값을 매기지만, 나는 그 이전부터 재사용 가능한 장바구니를 사용했다.
또한 물병을 챙겨 들고 나가 '마이미즈'앱(도쿄 중심가의 무료 식수 리필 장소를 보여주는 앱)을 사용했다. 덕분에 페트병에 담긴 물을 사지 않을 수 있었다.
또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크게 줄이기 위해 포장재에 주목했다. 점심시간 식사 포장 및 온라인 식품 구매 빈도를 크게 줄였다.
도쿄에선 과도한 플라스틱 포장이 일반적이다. 장을 보고 계산대로 가면 유리병은 버블랩으로 감싸주고 야채는 비닐봉지에 따로 담아준다.
일본의 이러한 포장에 대한 집착은 문화에서 그 뿌리를 찾아볼 수 있다는 게 작가 아즈비 브라운의 설명이다.
책 '그만: 일본에서 얻는 지속 가능한 생활, 건축, 디자인에 관한 교훈'을 쓴 브라운은 일본인들은 "특히 선물할 때 어떻게 보이는지가 존중과 연관된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상대를 향한 관심 또는 배려"를 나타내던 포장이 현대 사회에 들어 좋은 고객 서비스를 나타내게 됐다는 것이다.
브라운은 "고객들이 (포장을) 기대한다"면서 "자신이 사는 식품이 멍이 들거나 더러워지지 않고 잘 보호되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청결을 매우 중요시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내 다짐은 결심 초반에 맥주 수입업체가 샘플로 맥주 몇 병을 보내오는 바람에 무산됐다. (식음료에 대한 글을 쓰는 작가인 나는 종종 이러한 샘플 상품을 받는다.)
상자를 열었더니 비닐 포장재가 가득 차 있었을 뿐만 아니라 병은 각각 버블랩에 싸여 있었다.
또한 내가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그 주는 하필 일본에 1875년 이후 최악의 폭염이 찾아온 시기였다. 5일간 연일 35도를 웃돌았으며, 영혼까지 삶는 듯한 습도가 이어졌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이틀간 부엌에서 요리했지만, 곧 항복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매일 밤 채소를 씻고 썰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두려웠던 나는 동네 여러 테이크아웃 가게에서 사 온 음식을 저녁상에 차리는 비율을 늘렸다.
비록 가라아게 요리는 종이 포장지에, 다코야키배 모양의 대나무 포장지에 담겨 판매되지만, 두부샐러드나 콜슬로우와 같은 채소 요리는 뚜껑이 달린 플라스틱 통에 각각 담겨 있었다.
또한 김치처럼 새기 쉬운 반찬엔 플라스틱 포장이 몇 겹 더 추가되며, 동네 빵집에서 사는 신선한 빵과 페이스트리도 비닐봉지에 싸여 있었다.
도쿄 롯폰기 중심가에서 '브리콜라주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요리사이자 지속가능성 활동가이기도 한 시노부 나마에는 "식품업자들이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려 해도 습한 기후에선 소비자들의 (플라스틱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말했다.
"식품의 질과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항상 논란이 됩니다만, 식품업자들은 균형점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나는 동네 주변 친환경 식당이 있는지 찾아보다가 '노 플라스틱 재팬'의 창업자 모나 뉴하우스가 작성한 목록을 발견했다. 용기를 직접 가져와 음식을 받아 갈 수 있는 식당이 지역별로 나와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집 근처 가까이엔 없었다. 무게로 음식을 파는 상점도 찾아봤으나 마찬가지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누에'라는 슈퍼마켓에 가보고 싶었다. 도쿄에서 최초로 '제로 웨이스트(쓰레기 배출을 '0'에 가깝게 최소화)를 실천하는 슈퍼마켓으로 건조식품을 대량으로 판매하며, 식품을 포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집에서 전철과 버스로 52분 떨어진 곳이 그나마 가장 가까웠다.
재사용 가능한 빈 용기를 들고 오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루프'사와 협업한 '이온'사 슈퍼마켓 지점을 찾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전철로 38분 떨어진 곳에 가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가끔 외출할 땐 좋을 수도 있지만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한다. 나는 보통 집을 기준으로 800m 반경에서 걸어서 장을 보기에 식자재를 사기 위해 도시를 가로질러 다닌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대신 파인애플 같은 과일이나 감자, 오이 같은 채소 무게를 미리 측정해 따로 포장하지 않고 판매하는 근처 구멍가게에서 장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렇게 작은 채소 판매대에서도 여전히 허브와 같은 여러 상품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었다.
또한 슈퍼마켓에서 쌀을 사는 대신 전에는 있는지도 몰랐던 전통 쌀가게를 찾았다. 집에서 불과 600m 떨어진 이곳은 무게로 판매하며 종이봉투에 쌀을 담아줬다.
물품에 따라 각기 다른 상점을 찾다 보니 장보는 시간은 길어졌다. 그래도 모두 20분 내로 갈 수 있는 거리에 가게들이 모여있었다.
또 내가 대부분 장을 보던 동네 슈퍼마켓에선 최근 포장하지 않고 채소를 팔기 시작했다. 계산대에서 직원들이 멜론과 가지를 비닐봉지에 넣으려 하거나 유리병을 버블랩으로 감싸려고 하자 단호하게 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이렇게 노력한 결과 한 주간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거의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좋은 성과였지만 내가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었다.
아시아의 플라스틱 문제
과거 산업화를 이룬 부국에서만 국한됐던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는 이제 세계화로 급속한 경제 발전 및 인구 증가를 이룬 아시아에서도 커져 가고 있다. 심지어 개발도상국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가 증가하는 추세다.
30년 넘기 플라스틱 위기 및 여러 환경 문제에 관한 기사를 써온 교도통신의 테츠지 아이다 선임 기자는 "일회용 플라스틱 생산 단가가 점점 저렴해지고 있으며, 세계화로 인해 아프리카나 아시아 국가들도 이러한 제품을 수입하기 쉬워졌다"면서 "이들 지역에선 병이나 봉지에 깨끗한 식수를 담아 판매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2019년 중국과 일본을 필두로 아시아는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의 54%를 차지했다. 바다에서 발견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절반가량이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5개국에서 생산된 것들이다.
한편 버려진 플라스틱은 생분해되지 않는 미세 입자로 변하는데, 이는 야생 동물과 사람의 건강에 잠재적으로 위협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라스틱 오염은 거의 모든 해양 생물종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지금껏 관찰된 종의 거의 90%가 이에 따라 해를 입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세 플라스틱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인간의 혈액, 태반, 모유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바 있다.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연구하는 해양 생물학자인 멜라니 베르그만은 플라스틱이 한번 소각되면 "자연환경에서 발견되는데, 회수하기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속가능성 컨설턴트 출신으로 대만에서 기후 관련 팟캐스트 '폐기물, 와이 낫'의 프로듀서인 네이트 메이나드는 폐기물 관리 시스템의 부족을 중요한 문제로 지적했다.
메이나드는 "사람들이 쓰레기 처리 시스템에 제대로 접근을 못 하면 결국 버리거나 태우게 된다. 이는 건강과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인적 요소'가 종종 해양 쓰레기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담론에서 간과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부적절한 폐기물 관리는 또한 말라리아, 뎅기열, 천식과 같은 질병 발생 위험을 높인다.
베르그만은 화학적 오염도 또 다른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독일과 비슷한 수준의 소각 시설을 지을 만한 자본이 없는 국가가 많기에 결국 미래세대에 매우 유독한 잔류물을 남기게 된다"는 설명이다.
한편 일본은 독일에 이어 플라스틱 관리 부문에서 세계 2위를 자랑한다. 일본은 무려 플라스틱 재활용률 85%로 찬사를 받아왔지만, 이 숫자에 집중하다간 현실을 놓쳐버릴 수 있다.
도쿄의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 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플라스틱 폐기물의 21%만이 물리적 재활용 과정을 거쳤으며, 3%는 화학적 재활용(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원료로 되돌리는 기술) 과정을 거쳤다. 8%는 소각됐으며 6%는 매립됐다.
무엇보다도 플라스틱 폐기물의 63%는 '열적 재활용'됐다. 폐플라스틱을 고체 연료로 사용해 태워 에너지를 얻는 방법이다.
이에 대해 아이다 기자는 "결국 플라스틱 폐기물의 3분의 2는 사실상 소각된다는 의미"라면서 "유럽에선 '열적 재활용'을 재활용이 아닌 에너지 회수로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최대 플라스틱 폐기물 수출국이라고 덧붙였다. "재활용률은 (수출하지 않고) 일본에 남아있는 것에서만 계산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 기준 일본은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과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에 플라스틱 폐기물 82만 톤을 수출했는데, 이는 전체 폐기물의 약 46%에 해당한다.
이에 더해 아이다 기자는 플라스틱 폐기물에 관한 일본 정부의 정책에서 소비자와 지방 당국의 부담이 크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재활용 기술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부분이 분류인데, 현재 일본은 수동으로 분류한다. 지역 정부는 이에 따른 높은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즉 기업은 폐기물 수거나 관리가 아닌 재활용 과정 자체의 비용만 부담하는 반면 납세자가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이다 기자는 최근 일본 정부가 기업에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목표를 설정하도록 요구하는 법 등을 제정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기업은 "위반 사실이 공개되긴 하지만 벌금이나 법적 책임을 지진 않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20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생활 습관 변화로 플라스틱 폐기물이 전년 대비 18.9% 증가하자 단호히 조처했다.
작년 9월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겠다는 약속과 함께, 2050년까지 '플라스틱 제로(0)' 국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한국에선 2019년 처음 도입한 카페와 식당에서의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금지 조치가 부활했다. 올해 말에는 플라스틱 젓가락, 포크, 빨대 등으로 그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대만 또한 점진적인 플라스틱 폐기물 정책을 편다. 2000곳이 넘는 재활용 기업과 정부 시설을 갖춘 대만은 탄탄한 재활용 인프라를 갖췄다.
일례로 2018년 페트병 재활용률은 무려 95%에 달했으며, 카페와 음식점에 따로 컵을 들고 오는 사람들을 위한 할인 정책 등으로 시민들의 재사용 및 재활용 의식을 조금씩 높이고 있다.
하지만 재활용은 지속가능한 사회 건설을 향한 여정의 일부분일 뿐이다.
메이나드는 폐기물을 줄이려는 노력도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만은 쓰레기 종량제 시스템을 도입해 폐기물을 줄일 수 있었다.
2018년 대만인 1인 기준 하루 폐기물량은 850g로, 15년 전인 1인당 1.2kg에 비해 크게 줄었다.
메이나드는 "재활용은 무료지만 쓰레기를 버릴 땐 돈이 든다. 그렇기에 소비자들은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을 사게 된다. 이렇듯 폐기물 배출량 자체를 줄이기에 재활용 분류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아이다 기자는 "결국엔 시민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면서 일본 내 재활용률이 80% 정도인 교토부 가메오카시, 도쿠시마현 가미카쓰조와 같은 도시에서 시민 참여가 '제로 웨이스트' 정책 추진에 어떤 도움이 됐는지 설명했다.
가미카쓰조에선 '2003 제로 웨이스트 선언'을 홍보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단체인 '제로 웨이스트 아카데미'가 제조업체와 협해 중고 제품 구매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지방정부가 폐기물을 매립하거나 소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다 기자는 "중앙 정부가 아닌 지방정부가 폐기물 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기에 이들이 가장 기꺼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은 일본에서도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대중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개인의 노력으로도 차이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변화를 위해선 소비자들이 산업계와 지방정부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
이후 우리 동네 슈퍼마켓에 들렀을 때 "투서함에 의견을 적어 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사람이 동참한다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아이다 기자의 조언에 따라 투서함에 의견을 적어 넣었다.
"작은 걸음이지만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