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츠로그룹은 최근 비츠로테크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정비를 단행했다. 장순상 비츠로그룹 회장의 장남은 비츠로테크 경영 전면에 나섬과 동시에 비츠로밀텍의 지분을 인수하며 영향권을 넓혔다. 차남이 이끄는 비츠로일렉트릭도 계열 통합을 거치며 몸집을 키우면서 그룹이 승계를 대비한 밑작업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비츠로밀텍은 지난해 3분기 중 매각 절차가 완료돼 비츠로테크의 종속기업에서 제외됐다. 비츠로테크는 보유하고 있던 비츠로밀텍의 지분 96.87%를 장범수 비츠로테크 대표에 51.71%, 비츠로아이씨티에 45.16%로 나눠 넘겼다. 외부로 매각해 자금을 마련한 것이 아닌 그룹 내부에서 지분 구조가 바뀌었다.
앞서 비츠로일렉트릭도 비츠로테크의 자회사와 합쳐졌다. 과거 비츠로테크의 계열사였던 비츠로이엠은 지난해 비츠로이에스를 흡수합병한 뒤 사명을 비츠로일렉트릭으로 변경했다. 장 회장의 차남인 장택수 비츠로일렉트릭 대표의 그룹 내 영향력이 커진 모양새다.
이런 계열사 재편이 승계와 연결되는 지점은 비츠로테크의 지분 구조에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비츠로테크의 최대주주는 장 회장으로 지분 41.4%를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 차남 장택수 대표 7.18%, 비츠로아이씨티 7.34%, 장남 장범수 대표 3.88%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더해지면 과반을 형성한다.
장 회장이 지난해 비츠로테크의 대표이사직을 사임하면서 승계 구도에 대한 분석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장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비츠로테크는 장범수 대표와 유병언 대표의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지주회사가 2세 중심 경영 체제로 전환됐고, 계열사 재편도 진행되면서 지주사 지배력의 향방이 승계 구도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이와 함께 지주회사 비츠로테크의 특수관계자인 비츠로아이씨티의 역할도 눈에 띈다. 비츠로아이씨티는 비츠로그룹 내에서 계열 지분을 보유·운용하는 투자법인에 가깝다. 2024년 말 기준 비츠로아이씨티의 지분 구조는 장범수 대표 30%, 장택수 대표 30%, 장 회장 10% 등으로 구성돼 있다. 회사의 손익 구조도 매출보다는 배당금수익, 증권처분이익 등 금융수익 비중이 크다. 이 같은 구조는 승계 과정에서 지분을 관리하는 그릇의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비츠로아이씨티는 비츠로테크, 비츠로넥스텍, 비츠로밀텍 등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비츠로테크 주식을 담보로 한 177억원 규모의 단기차입금도 있다. 차입처는 비츠로셀과 장 회장, 장택수 대표 등 가족 구성원과 계열사인 만큼, 그룹 지배구조와도 맞물려 있다. 비츠로아이씨티는 비츠로테크의 지분 7.34%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비츠로밀텍 지분 인수에도 참여했다.
승계의 핵심은 그룹의 지주회사인 비츠로테크의 경영권을 누가 차지하느냐다. 현재 비츠로테크의 경영 일선에는 장남인 장범수 대표가 있지만 오히려 지분은 차남 장택수 대표에게 더 많이 있다. 경영 참여와 지분 우위가 엇갈리는 만큼, 향후 장 회장과 비츠로아이씨티 지분 확보 여부에 따라 승계 구도가 정해질 수 있다.
다만 비츠로그룹은 이런 계열사 재편이 승계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비츠로테크 관계자는 "장 회장이 아직 건강하시기도 하고 그룹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며 "비츠로밀텍의 매각도 그룹 내의 경영 효율과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결정으로 이를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보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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