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인신공양 풍습과 아스테카-마야-잉카 문명

인신공양은 카니발리즘(식인문화)과 더불어 ‘미개’의 상징적 풍습으로 꼽힌다. 그 풍습이 유독 중남미 아스테카와 마야-잉카 문명권에서 도드라지게 보이는 까닭은, 15세기 말 유럽인이 그 대륙에 ‘진출’하기까지, 사실 그 이후로도 상당 기간 고립적인 부족종교의 지배를 받아서다. 중남미 고대 유적지가 주로 우림에 덮여 근세기까지 관련 유적과 기록이 잘 보존된 까닭도 있다. 또 근대 이전을 배경으로 한 다수의 할리우드 영화들이, 심지어 일부는 근현대물에서도 중남미 문명의 인신공양 삽화를 우려먹어, 현대인의 인식에 실제보다 부풀려져 고착화된 면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중남미 인신공양-카니발리즘은 콜럼버스 이전(Pre-Columbian)과 이후, 즉 기독교 문명의 계몽과 구원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좋은 소재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인신공양 풍속은 구약 창세기나 출애굽기 등의 기록에서 엿보이듯 고대 근동서부터, 아시아와 아프리카 성서시대 이전의 지중해 문화권과 유럽 중부와 북부를 아우르는 거의 전 세계에서 다양한 제의 형식으로 이뤄지던 인류 보편 문화였다. 카르타고인들이 농사의 신 크로노스에게 산 사람, 심지어 자기 아들을 제물로 바쳤다는 기록은 플라톤의 대화편과 소포클레스의 기록으로도 전해진다. 중남미 문명권의 인신 제물은 주로 포로나 노예였지만, 가뭄이나 홍수, 괴질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는 더 소중한 제물을 자연신에게 바쳤다고 한다. 아동 인신공양이 그것이다. 고대 마야인들은 아이의 순수한 육체와 영혼이 신의 세계로 더 잘 나아갈 수 있다고 믿었다.
2018년 4월 28일 페루 북부 트루히요(Trujillo) 인근의 약 550년 전 치무(Chimu) 유적지에서 문화인류학 사상 최대 규모인 140여 명의 아동 희생제의 유골이 발굴됐다. 학술팀은 유골이 진흙층에 묻힌 점을 들어 극심한 엘니뇨로 인한 홍수 재해 와중에 비의 신을 달래기 위해 저질러진 제의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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