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told] 어쩌면 ‘한국 감독’ 벤투의 마지막...부담을 즐길 수만 있다면

[포포투=백현기]
포르투갈전은 어쩌면 ‘한국 감독’ 파울루 벤투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담감을 살짝 덜어낸다면 어떨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은 12월 3일 오전 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에 위치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포르투갈을 상대한다.
벤투호의 현재 성적은 1무 1패. 아직 승리가 없다. 1차전 우루과이전에서 팽팽한 접전 끝에 0-0 무승부를 거뒀고, 2차전 가나전에서는 경기를 주도했지만 상대 공격의 날카로움을 막아내지 못하면서 2-3으로 석패했다.
하지만 관점을 달리 하면 벤투호는 분명 세계 무대에서 분명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우루과이전에는 중원에서의 기동력이 빛을 발했다.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던 황인범, 정우영(알 사드) 그리고 이재성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간격을 맞췄고 로드리고 벤탄쿠르, 페데리코 발베르데 등 유럽 최고 수준의 미드필더와의 경합에서 이기며 점유율을 가져왔다.
또한 2차전 가나전에서도 초반에 경기를 지배했다. 이날 중원에는 황인범과 정우영(알 사드) 그리고 프라이부르크의 정우영이 나섰다. 한국은 우루과이전처럼 전반전 65%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가나를 압박했다. 결정력은 분명 문제였다. 또한 가나의 날카로운 세 방 모두 그물을 출렁이며 세 골을 헌납한 게 컸다.
1차전과 2차전 그리고 벤투호의 4년을 관통하는 열쇳말은 ‘빌드업 축구’다. 하지만 단순히 빌드업으로만 벤투 감독의 축구를 모두 설명하지는 못 한다.
빌드업 축구는 벤투 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구현하는 하나의 ‘방법론’이다. 그보다 더 큰 개념은 바로 벤투 감독의 ‘신뢰’의 축구다. 이는 4년이라는 시간을 꾸준하게 믿고 맡은 산물이기도 하며, 어떻게든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결과다.
누군가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해 실패로 단정지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현시점 세계에서 가장 축구를 잘 하는 31개국과 겨루는 중이다. 그곳에서 한국은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특색을 가지고 그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18년 8월, 벤투 감독을 선임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1승 2패라는 성적을 거두기는 했지만, 한국 축구는 이승우, 조현우 등의 스타들과 독일을 침몰시킨 ‘카잔의 기적’으로 축구붐이 일었고, 축구 열기를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중대한 기로에서 파울루 벤투를 선임했다.
벤투 감독의 계약 기간은 2022년까지다. 한국 대표팀 사상 역대 최장 기간 감독직을 수행 중이다. 카타르 월드컵이 11월에 열리고 있는 가운데, 12월 31일까지의 계약 기간을 고려해볼 때, 이번 월드컵,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3차전은 벤투 감독의 한국 감독으로서의 마지막 경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16강에 진출한다면, 한국이 포르투갈을 잡고 우루과이-가나전에서 상황이 맞아떨어진다면 벤투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포르투갈전은 어쩌면 ‘한국 감독’ 벤투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은 어떨까. 왠지 모르게 쓸쓸하다. ‘감독’ 벤투로서의 평가는 사람마다 엇갈린다. 어떤이에게는 ‘신뢰’의 축구고, 어떤이에게는 ‘고집’의 산물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한다면, 마지막인 만큼 부담은 없다. 어차피 글렀으니 막무가내로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벤투 감독이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말했듯, “우리는 월드컵 본선이라는 목표를 이뤘다. 이제 월드컵에 나선다. 월드컵이란 무대에서 최대한 즐기겠다”는 말이 다시 한번 떠오르는 시점이다.
상황은 좋지 않다. 벤투 감독은 3차전에서 벤치에 앉지 못한다. 우루과이전에서 경기 종료 후 주심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퇴장 명령을 받았다. 제3자의 입장에서 즐기라는 말이 청승맞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벤투뿐 아니라 한국 선수들 누구에게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월드컵 한 경기다. 벤투 감독에게도 마찬가지다. 대표팀의 미드필더 이재성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축구. 좋아서 시작했다. 월드컵이라는 꿈을 갖고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훈련을 하고, 경기를 뛰었다. 그리고 비로소 월드컵이라는 세계인의 축제에 도달했다. 언제 또 이런 무대에 설 수 있겠나. 언제 또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아 보겠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최선을 다할 때 다하고, 쉴 때 쉬며 이 축제를 즐기고 싶다. 월드컵이라는 목표를 이룬 우리에게 박수를 쳐주고 자랑스러워하며 축제의 장으로 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과 코칭 스태프 그리고 선수들 모두가 전쟁터로 나가는 게 아니라 전 세계 축구 축제, 월드컵의 주인공이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부담감을 바꾼다면 꿈꾸지 못한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백현기 기자 hkbaek11@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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