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23일 잠실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4-3으로 제압하며 4연승을 달렸다. 승패를 가른 장면은 화려한 한 방이 아니라 삼성 야수진의 실책 두 번이었다. 1회와 4회 두 차례 수비 실수로 내준 점수가 그대로 승부의 균형추가 됐고, LG는 9회 1사 만루의 위기 속에서도 마무리 손주영의 36구 역투로 리드를 지켜냈다. 단 1점 차 승부였던 만큼, 사소해 보이는 수비 디테일 하나가 어떻게 순위표 전체를 흔드는지 보여준 경기였다.

이날 경기 전 LG는 3연승 행진 중이었고 삼성은 3위 자리에서 선두권 추격을 노리던 시점이었다. 결과적으로 LG는 이 경기를 잡으며 46승 26패, 승률 0.639로 4연승을 완성했고 삼성과의 격차를 4.5경기로 벌렸다. 반면 삼성은 40승 2무 29패, 승률 0.580으로 떨어지며 추격의 동력을 잃었다.
선발 매치업도 주목할 지점이었다. LG 선발 장현식은 올 시즌 두 번째 선발 등판이었고, 직전 등판에서 5이닝을 채우지 못했던 만큼 이번 경기에서 처음으로 5이닝 소화에 성공할지가 관심사였다. 그의 마지막 선발승은 NC 시절이던 2017년 9월 27일로, 무려 9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시점이었다. 삼성 선발 최원태 역시 최근 등판들에서 기복이 있었던 투수로, 안정적인 이닝 소화가 관건이었다.

라인업 구성에도 변화가 있었다. 삼성은 김영웅을 유격수로 선발 출전시켰는데, 그가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건 2024년 6월 23일 대구 두산전 이후 730일 만에 처음이었다. 박진만 감독은 김영웅의 수비력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 판단해 기용했다고 설명했다. LG는 송찬의를 지명타자로 내세우며 체력 관리 차원의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경기는 1회말부터 갈렸다. 홍창기와 박해민의 연속 안타로 무사 1·2루가 된 상황에서 오스틴 딘의 유격수 방향 타구를 김영웅이 처리하지 못해 무사 만루가 만들어졌고, 문보경이 2타점 적시타를 쳐내며 2-0을 만들었다.
3회말에는 박해민이 발사각 29.9도의 큰 타구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추가하며 3-0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4회말에는 송찬의의 2루타와 박동원의 희생번트로 1사 3루 기회를 잡은 가운데, 문성주의 좌익수 플라이를 처리한 박승규의 송구를 포수 강민호가 뒤로 흘리면서 3루 주자 송찬의가 그대로 홈을 밟아 4-0이 됐다.

5이닝을 던진 장현식은 3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첫 5이닝 완수와 함께 선발승 요건을 갖췄다. 그러나 6회 등판한 약셀 리오스가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디아즈에게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허용하며 점수는 4-3으로 좁혀졌다.
이후 김진수, 김윤식이 차례로 마운드를 지켰고, 8회 2사 후 등판한 마무리 손주영이 9회까지 책임지며 4아웃 세이브를 완성했다. 9회 대타 최형우에게 2루타를 맞고 1사 만루까지 내몰렸지만 구자욱과 디아즈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날 손주영은 36구를 던졌고, 시즌 16세이브로 세이브 부문 1위 김재윤(삼성)을 1개 차로 추격했다.
이번 경기의 무게중심은 타격이 아니라 수비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4득점 중 절반에 가까운 점수가 상대 실책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시즌 중반을 지나며 삼성의 수비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특히 김영웅의 유격수 복귀 첫 경기에서 나온 실책은, 730일이라는 공백 기간이 수비 감각에 실제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박진만 감독의 신뢰가 단기적으로는 부담으로 돌아온 셈이다.

장현식의 9년 만의 선발승도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한 투수가 시즌 두 번째 등판에서 곧바로 5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는 것은, LG의 선발 로테이션 운용에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는 뜻이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5선발 안정화는 순위 싸움에서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손주영의 세이브 행진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18번의 세이브 상황에서 전부 세이브를 성공시킨 기록은 단순한 운이 아니라 일관된 피칭 철학에서 나온다. 본인이 직접 밝혔듯 볼넷을 감수하더라도 자신 있게 존을 공략하는 방식은, 블론 세이브 위험을 줄이는 역설적 전략으로 작동하고 있다. 세이브 1위 김재윤과의 격차가 1개로 좁혀진 상황에서, 이 흐름이 유지된다면 시즌 후반 타이틀 경쟁의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순위표 측면에서도 4.5경기 차는 결코 작은 격차가 아니다. 삼성이 6회 무사 만루 기회를 살려 3점을 만회했음에도 추가 동점·역전 기회를 거듭 놓친 것은, 득점권에서의 집중력 문제가 일회성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를 남긴다.

LG는 4연승과 함께 선두 굳히기에 들어갔고, 삼성은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한 채 격차를 더 벌렸다. 시즌 중반을 넘어가는 시점에서 삼성의 수비 안정화와 득점권 타격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 4.5경기 차는 더 벌어질 수도 있다. 과연 삼성은 남은 시즌에서 수비 불안을 잡아내고 1위 추격의 발판을 다시 마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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