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헌터의 팬이든 그렇지 않든, 지금 바로 '몬스터 헌터 NOW'

조회수 2023. 9. 2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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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깜짝 공개된 나이언틱의 신작 '몬스터 헌터 NOW(이하, 몬헌나우)'가 9월 14일 정식 출시됐습니다. 몬스터 헌터 월드가 떠오르는 그래픽과 모션, 참전 몬스터로 몬스터 헌터 월드 후속작을 바라던 팬들의 기대를 모으는 한편, 나이언틱이 몬스터 헌터의 재미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공존하는 게임이었죠.

개인적으로는 기대 반, 우려 반이었습니다. 몬스터 헌터 익스플로어 같은 모바일 몬스터 헌터를 꽤 오랜 기간 플레이 했기에 스마트폰에서 조작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그런 몬스터 헌터 익스플로어를 개발, 서비스한 캡콤이 이번 작품에서도 개발에 참여했기에 전투 자체는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나이언틱이 담당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플레이 흐름은 걱정이었습니다. 돌아다니며 몬스터를 잡는다는 건 얼추 이해가 되지만, 이게 포켓몬 GO 이후 다른 나이언틱 게임 만한 재미를 줄 수 있을지는 확신이 서질 않았거든요. 사실 그동안의 나이언틱 게임들이 포켓몬 GO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했던 것도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기대와 우려를 안고 시작한 '몬헌나우'는, 그 기대와 우려를 모두 뛰어넘는 게임이었습니다.

줄일 건 줄이더라도 원작의 핵심 경험만큼은 그대로

'몬헌나우'의 플레이를 상상했을 때 가장 우려했던 건 몬스터 헌터의 느낌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몬스터를 잡아 소재를 모으고, 장비를 만들어 더 강한 몬스터를 사냥한다는 그 흐름이 '몬헌나우'에서도 그대로 지켜질지가 관건이었죠.

실제로 접한 '몬헌나우'에서는 그런 플레이 흐름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필드에 있는 몬스터를 사냥하고, 사냥에 성공해 소재를 모으고, 이걸로 장비를 만들어 더 강한 몬스터에 도전한다는 흐름이 그대로 펼쳐졌죠. 스토리 퀘스트를 따라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다는 점도 원작의 느낌이었습니다. 퀘스트 달성도에 따라 더 강한 몬스터가 필드에 등장하고, 다음 퀘스트 달성을 위해 그 몬스터를 잡아 장비를 맞춰가는 것도 그랬죠.

그러면서 원작처럼 긴 시간을 요구하진 않습니다. 이동하며 즐기는 것이 전제되어 있기에 모든 것이 간소화되어 있어요. 별도의 거점 없이 필드에서 바로 시작하기에 별도의 퀘스트 수주 절차가 생략되었고, 채집을 위한 채집도구 역시 사라졌습니다. 몬스터를 사냥하면 바로 소재가 들어와 따로 갈무리를 할 필요도 없죠.

'몬헌나우'의 필드. 헌터 주변 반경에 활성화된 몬스터나 채집포인트를 터치해 상호작용 할 수 있습니다. 원작으로 생각하면 항상 퀘스트에 나와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사냥 시간도 대폭 감소했습니다. 원작은 기본적으로 45분이 주어졌다면, '몬헌나우'는 75초(1분 15초)밖에 주어지지 않습니다. 몬스터의 체력도 그에 따라 대폭 감소했지만, 플레이어의 장비가 적정 수준이라면 아슬아슬한 시간대에 잡히게끔 조정되어 있습니다. 초반에는 아무리 아슬아슬해도 10초에서 20초 정도를 남기고 잡을 수 있지만, 5성 이후로는 10초 이내, 심하면 시간이 모두 소모된 뒤 마지막에 날린 공격들이 겨우 닿아서 버저 비터식으로 사냥에 성공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힘이 세 번 다하면 사냥 실패'라는 규칙은 사라졌고 회복약만 있으면 언제든지 회복이 가능하지만, 힘이 다하고 회복하는 사이에도 시간은 흐르고 이는 결국 시간 초과에 따른 사냥 실패로 이어집니다. 결국 가급적이면 맞지 않으면서 최대한의 공격을 퍼부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몬스터의 패턴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 패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즉, 원작에서는 최속 클리어를 위해 요구됐던 것이 여기서는 5성 이상부터는 거의 무조건 요구된다고 보면 됩니다.

물론, 꼭 혼자서만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원작처럼 최대 4명의 헌터가 함께 몬스터 사냥에 나설 수 있거든요. 당연히 동료 모집도 간소화되어 있는데, 주변에 헌터가 있다면 대형 몬스터를 선택하고 '근처 헌터와 사냥하기'를 선택하면 끝입니다. 다른 헌터는 화면 왼쪽 아래에 뜨는 '사냥의 시간이다!'를 터치해 사냥에 참가할 수 있죠. 친구들과 함께 플레이 중이라면 고정 파티를 구성해 파티원을 우선 모집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러면 근처에 헌터가 많아도 혼동되는 일 없이 파티원과 협력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강한 몬스터를 시간 내에 잡으려면 한 대도 맞지 않으면서 내 공격은 모두 맞히고 그러면서 공격과 공격 사이를 줄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공격을 제대로 맞히지 못하면 클리어는 물 건너간 거나 다름 없죠.
힘이 다 했을 때 사냥 실패 외에 직접적인 페널티는 없습니다. 고양이 수레를 볼 수 없는 건 조금 아쉽네요.
협동 사냥 장면. 친구들과 파티를 짜고 사냥했던 때인데, 서로 "얼마 안 남았다!", "공격 공격!", "아앗 죽었닼ㅋㅋㅋ"이라면서 떠들썩하게 플레이하는 게 즐겁습니다.

파티 플레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요소가 있다면 '페인트볼'입니다. 기본적으로 게임 내 등장하는 보조 아이템은 원작과 역할이 비슷하지만 페인트볼은 그 역할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원작에서는 몬스터의 위치가 어디 있는지 맵에 표시해주는 보조 아이템이었습니다. 없으면 사냥이 귀찮아지는 필수 아이템이었지만, 나중에는 맵상 몬스터 표시가 기본 기능이 되어 사라진 아이템입니다. '몬헌나우'에서의 등장은 꽤 오랜 만의 부활이기도 하죠.

'몬헌나우'에서의 페인트볼은 내가 필드에서 마주친 몬스터를 저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저장한 몬스터는 그 장소에서 벗어나더라도 한 번은 사냥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이때 주변에 있는 다른 헌터를 QR 코드로 초대해 함께 사냥하는 것도 가능하고요. 그래서 내가 혼자 잡을 수 없는 높은 등급의 몬스터나 평소 보기 어려운 희귀한 몬스터를 만나더라도 사냥할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다른 플레이어와 교류할 소셜 요소면서도, 일종의 난이도 보완책으로도 작동하는 셈입니다.

혼자서 도저히 안 되겠는 몬스터는 이렇게 페인트볼로 저장해 다음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한 곳에 등장한 몬스터를 여럿이 함께 페인트볼에 저장하더라도 해당 몬스터를 여러 번 사냥할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어뷰징 대책도 확실한 셈이죠.

이처럼 '몬헌나우'는 방대한 원작의 여러 요소를 스마트폰 AR 게임이라는 좁은 틀에 맞게 고치면서도, 원작의 핵심 경험은 대부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재미있기는 하지만 진입장벽이 높은 게임이기도 한데, '몬헌나우'는 접근성을 크게 높여 보다 많은 사람에게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재미를 알리고자 한 노력한 것이 보입니다.

'몬헌나우'로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모든 걸 알았다고 하긴 어렵지만, 일단 뭐가 재미있는 게임인지는 대충 알 수 있죠. 그런 면에서 '몬헌나우'는 훌륭한 몬스터 헌터 시리즈 입문작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디아블로스는 어디…?" 기간 한정 이벤트는 개선 필요

몬스터 헌터로서는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몬헌나우'지만, 나이언틱 게임으로서는 우려보다 실망스러웠던 부분이 있습니다. 나이언틱 게임에 빠지지 않는 핵심 콘텐츠 '커뮤니티 데이'가 그것입니다. 특정 날짜를 정해 특정 시간 동안 다수의 플레이어가 함께 집중해 즐기는 것이 '커뮤니티 데이'인데, '몬헌나우'도 지난 23일과 24일 디아블로스의 등장 확률이 높아지는 이벤트 '디아블로스의 습격! 사막을 조사하라'를 진행했습니다.

사막 지역에서 디아블로스가 더 높은 빈도로 출현하며, 이벤트 기간 동안 한정 이벤트 퀘스트와 평소 볼 수 없는 개체인 '디아블로스 아종'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이벤트 내용이었습니다. 당초 기대했던 건 이벤트 시작 직후 모든 지역이 사막으로 바뀌고 디아블로스 역시 한 구역에 하나쯤은 나타나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벤트 진행 시간이 양일 오후 1시부터 오후 4시까지 3시간으로 제한된 만큼, 집중된 경험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벤트 공지. 해머가 주력인 친구는 KO술이 달린 디아블로스 장비를 맞출 생각에 들떠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평소 플레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일단 사막 지역이 아니면 디아블로스가 나오지 않는데, 운이 나쁘면 내가 있는 위치에 사막 지형이 없을 수도 있었습니다. 또, 사막 지역이라고 해서 반드시 디아블로스가 나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디아블로스 아종은 더욱 보기 힘들었죠.

심지어 저는 '사막 지역이 된 공원에서는 더 많이 등장한다'라는 예고를 믿고 토요일에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 보라매 공원에 모였지만, 마침 보라매 공원이 사막 지역이 아니었기에 헛걸음을 한 게 되었습니다. 결국 신대방 삼거리역, 당곡역을 지나 신림역까지 걸으며 디아블로스를 몇 마리 잡아본 게 다였죠. 디아블로스 아종은 그 다음날 동네 뒷산에서 본 게 전부였고요.

이벤트 진행 동안 별다른 혜택이 없는 것도 아쉬웠습니다. 체력 회복 시간이 빨라져 회복약 없이도 몬스터에 더 자주 도전할 수 있게 한 것도 아니고, 보다 레어도 높은 소재의 획득률이 높아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디아블로스가 더 자주 나온다는 것 하나뿐이었는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것 마저도 제대로 체감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하다 못해 피크민 블룸처럼 배지 개념의 헌터 메달이라도 주던가요.

이벤트 진행 중 보라매역 근처에서 찍은 지도. 사막 지역이 많은 것도 아닌데, 사막 지역 내에 디아블로스도 한 마리밖에 없습니다.
남은 건 사진 뿐...

기간 한정 이벤트 퀘스트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특별하면서도 집중된 경험을 제공해야 했지만, 이번 이벤트는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습니다. 만약 다음 이벤트에서도 개선이 없다면, 기간 한정 이벤트 퀘스트가 이번처럼 친구들과 모임 약속을 잡을 구실이 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원작에서는 새로운 이벤트 퀘스트가 배포되면 친구들과 시간을 내어 목표 달성까지 함께 놀곤 했는데, '몬헌나우'의 기간 한정 이벤트 퀘스트에서도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몬스터 헌터의 팬이든 그렇지 않든, 지금 바로 '몬헌나우'

'몬헌나우'는 그간 나이언틱이 공개했던 IP 기반 게임 중에서는 최고의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단순히 몬스터 헌터 IP로 편하게 돈을 벌어보자는 게 아니라,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한 작품으로서 원작에서 무엇을 살리고 무엇을 제외할지 제대로 고민하며 만들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아쉬운 소리도 하긴 했지만, 이것도 게임을 만들 때처럼 제대로 고민하며 개선해줄 것이라 믿습니다.

그런 게임인 만큼,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팬이라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몬헌나우'를 시작으로 몬스터 헌터 시리즈에 입문해도 좋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시점은 리뷰를 보는 바로 지금이 가장 적당하지 않을까 싶네요. 게임 이름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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