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보다 '여기'에 돈 쓰세요" 등산의 계절, 정형외과 의사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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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기고자 - 한명훈 대림성모병원 정형외과 과장
울긋불긋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가을은 등산과 같은 야외활동을 즐기기에 최적의 계절이다. 쾌적한 날씨 덕에 산행과 걷기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스포츠 손상 환자들이 급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관절과 인대는 반복적인 활동으로 쉽게 손상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달리기와 등산 같은 활동은 무릎 연골 및 연골판 등 무릎 관절에 무리를 준다. 연골과 연골판은 뼈와 뼈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고 움직임을 부드럽게 돕는 조직으로 과도한 신체 활동, 노화, 체중 증가 등으로 인해 손상될 수 있다. 이 들 조직이 손상되면 활동 후 통증과 부기를 유발하며, 심할 경우 관절 움직임이 제한될 수 있다. 특히, 쪼그려 앉거나 계단 내려가기가 불편하다면 이른 시일 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 후 치료받아야 한다. 초기에는 소염제와 물리치료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지만, 증상이 지속되거나 심해지면 손상된 연골을 제거하거나 이식하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편안한 신발을 착용하고 적절한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장경인대 증후군 또한 야외활동에서 주의해야 할 질환 중 하나다. 무릎 바깥쪽 통증이 특징이다. 장경인대는 자전거 타기나 달리기, 산행 중 경사진 길을 오르내릴 때 반복적인 굽힘 동작으로 쉽게 자극받는다. 손상 시 충분한 휴식과 아이스팩을 사용해 통증과 염증을 진정시켜야 한다. 증상이 심해질 경우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병행한다. 무릎의 연골판 손상과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등산과 걷기를 즐기는 사람은 족저근막염과 아킬레스건염으로 통증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족저근막은 발뒤꿈치에서 발바닥 앞쪽까지 이어지는 근막으로 보행 시 충격을 흡수하며 발의 아치를 지탱한다. 아침 첫발을 디딜 때 발뒤꿈치 안쪽에 심한 통증을 경험하고,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나아지는 듯하다가 다시 악화한다면 족저근막염을 의심해야 한다.
아킬레스건은 종아리 뒤쪽에 있는 비복근과 가자미근이 하나로 합쳐져 발뒤꿈치의 위쪽에 붙는 인대구조다. 특히 계단을 걷거나 쪼그려 앉는 자세에서 발목이 위로 움직여질 때 통증이 악화한다. 대부분 소염제와 물리치료로 통증을 관리할 수 있지만, 체외충격파 등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운동 전 충분한 스트레칭과 아킬레스건과 발바닥 근육을 유연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쿠션이 충분한 신발을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걷기나 산행과 관련되어 가장 흔한 손상으로는 족관절 염좌 또는 골절, 아킬레스건 파열 등이 있다. 족관절 염좌나 골절은 대부분의 경우 가볍게 넘어지면서 발목이 돌아가 손상되는 경우로 발목의 바깥쪽 복숭아뼈 부위가 붓고 보행이 불편해진다. 아킬레스건 파열은 준비 운동하지 않고 달리기할 때,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에 발생하는데 환자들은 '뒤에서 누군가 돌을 던져 맞은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응급 처치로 발목을 적당한 세기로 고정하고 부기가 진행하지 않도록 발을 높이 들고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 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가을철 야외활동은 신체적, 정신적 활력을 충전할 좋은 기회지만 이를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가 필수적이다. 근육과 관절을 충분히 풀어주는 스트레칭과 준비운동을 습관화하고, 자신의 체력과 건강 상태에 맞는 운동 강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충격을 흡수하는 신발이나 보호 장비는 관절과 인대의 손상을 예방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운동 후에는 통증이나 불편함이 남아 있지 않은지 꼼꼼히 체크한다. 오랜 시간 걷거나 산을 탄다면 스틱을 사용해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최대한 감소시켜야 한다. 환자들에게 "병원에 돈 쓰지 마시고 좋은 신발에 투자하세요"라고 조언하는 이유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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