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재 "내 심사에 누가 토를 달아요" 한마디에 섭외 결정...'흑백요리사' 막전막후
"흑팀과 백팀 구도만 2, 3개월 고민했다
서로 존중하고 응원하는 셰프들 보고 힘냈다"
3주.
넷플릭스 화제의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비영어권 시리즈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기간(9월 16일~10월 6일)이다. 한국 예능 가운데 최장 기록이다. 국·내외에서 가장 오랫동안 뜨겁게 주목받은 덕에 '흑백요리사'는 시즌2 제작이 15일 확정됐다.
"백종원·안성재 첫만남서 묘한 긴장감"
이렇게 축포를 터트리기까지는 난관이 많았다. 대중적 요리에 이력이 난 외식사업가 백종원과 비싼 고급 요리인 파인 다이닝으로 미슐랭(미쉐린) 3스타 식당을 이끈 안성재 셰프가 심사위원으로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을지도 처음엔 우려스러웠다. 1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은지 '흑백요리사' PD는 "둘이 살아온 인생 경로가 정반대지 않나"라며 "지난 연말 곱창집에서 처음으로 만났는데 정말 묘한 긴장감이 돌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흑·백으로 방송 설정을 위해 계급을 나눴지만 '흑백 요리사'엔 요식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100명의 요리사가 출연했다. 안성재의 나이는 마흔둘. 나이도 상대적으로 많지 않고 요리 경연 프로그램 출연 경험도 전무한 그를 심사위원으로 내세우는 건 모험이었다. 김학민 PD는 "안성재를 만나러 그가 운영하는 식당에 갔더니 '내가 심사를 본다고 하면 한국에서 토를 달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다'라고 말하더라"며 "'너무 자신감 넘치는 거 아닌가' 싶다가 '아, 이 사람이다' 싶어 그 한마디에 섭외했다"고 뒷얘기를 들려줬다.
계급 콘셉트 촬영 당일 알았다, 100명 혼비백산
심사위원을 짝수(2명)로 정한 건 "토론 과정을 부각하기 위해서"였다. '흑백요리사'엔 여경래, 최현석 등 유명 셰프 20명이 '백수저'로 참여했다. 반전은 따로 있다. 이 셰프들은 백수저로 경연에 참여하는 걸 첫 촬영일에 알았다. 셰프들은 당황했다. "제가 왜 백수저죠? '흑수저'에도 (요리) 잘하는 분 많은데" "전 흑수저랑 같이 하고 싶다"는 요구가 제작진에 잇따랐다. 계급으로 팀이 나눠지는 걸 몰라 혼비백산한 건 80명의 흑수저 요리사도 마찬가지. 제작진은 "'흑수저 셰프들이 화를 내고 중간에 나가버리면 어쩌나'란 걱정"도 했다. 흑·백 구도를 부각하면 해외에서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었다. 김학민 PD는 "인종 대결로 부각하는 걸 막기 위해 흑·백으로 바둑 경기를 하는 식으로 세트를 만들고 경연을 운영하는 데 집중했다"며 "해외엔 '흑백'을 뺀 제목으로 유통했다"고 설명했다.
"에드워드 리 수건 던질 때" 기억나는 순간은
'흑백요리사'는 후반 4라운드 레스토랑 운영 미션에서 '요리사 방출' 규정을 두고 준비 시간에 불이익을 줘 "불공정한 운영"이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계급 갈등 논란으로 역풍을 맞지는 않았다. 모은설 작가는 "'무명 요리사'란 기획에서 시작해 차별화를 위해 흑·백 구도로 살을 붙였고 그 방식이 맞는지를 두고 2, 3개월을 고민했다"며 "촬영에 들어가니 흑수저 요리사들은 백수저 요리사들을 존경했고, 백수저 요리사들은 비슷한 시기를 겪은 흑수저 요리사를 응원했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 드러나 다행이다 싶었다"고 말했다. 김은지 PD는 "'노력으로 이룬 업적에 대한 존중이 바로 공정'이란 시청자 반응이 힘이 됐다"고 했다.
제작진은 "안성재가 제자를 만나 '요리가 많이 늘었다'고 하고 '급식 대가'의 음식을 먹고 어린 시절을 떠올린 장면"(모은설 작가)과 "에드워드 리가 무한 요리 미션에서 승리하고 수건을 던지는 장면"(김학민 PD)을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내년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시즌2 제작도 시작한다. 김은지 PD는 "흑백 구도가 드러났으니 시즌2 지원자들은 자신이 왜 흑팀 혹은 백팀 요리사여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시즌1에서 지적받은 점을 피해 시즌2를 준비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가장 섭외하고 싶은 요리사로는 유명 영국 셰프 고든 램지를 꼽았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도발' '복' 그리고 '쩐'... 무당 70명이 그날 대관령 오른 이유는 | 한국일보
- 노동자 죽어서 국감 나온 한화오션 사장, 뉴진스 하니와 '셀카' | 한국일보
- 최동석 "박지윤에게 미안…소송 후회된다" | 한국일보
- [단독] "얼마 썼길래"…이복현 해외 출장비 세부 명세 제출 거부한 금감원 | 한국일보
- DJ, 한강 말고 또? 한국 출신 노벨상 수상자가 3명인 까닭 | 한국일보
- 끊어진 '남북 교류의 상징' 경의·동해선 도로...北에 1800억 책임 물을까 | 한국일보
- 대통령실 '친오빠' 해명에 이준석 "딴 오빠 몰라"...민주당 "친오빠면 더 문제" | 한국일보
- "'축구 황제' 음바페, 스웨덴서 성폭행 혐의로 피소" | 한국일보
- 박해미, 전 남편 황민 음주운전 사고 간접 언급 "빚만 15억" | 한국일보
- "1차 심사 후 바로 집에 갈 줄 알았다"...'급식대가'의 흑백요리사 뒷이야기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