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인 줄 알았는데…헤즈볼라 드론에 또 뚫린 이스라엘 방공망
1년간 외부 침입 드론 중 80%만 요격…"방공망 완벽하지 않아" 시인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세계 최강의 전력을 자랑해온 이스라엘의 방공시스템이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보낸 무인기에 또다시 취약성을 드러냈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북부의 최대 항구도시 하이파에서 남쪽으로 33㎞ 떨어진 소도시 빈야미나에 있는 군기지 식당에 헤즈볼라 자폭 드론이 떨어져 골라니 여단 소속 병사 4명이 죽고 61명이 다쳤다.
당시 레바논에서는 드론 3기가 동시에 발사됐는데, 이 가운데 2기는 각각 이스라엘 해군과 아이언돔 방공망에 요격됐다.
하지만 레이더에서 사라진 나머지 1기는 이스라엘 고속도로를 따라 30분간 비행한 뒤 기지를 타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스라엘군이 그 원인을 찾기 위해 긴급 조사에 나섰다.
통상 이스라엘은 자국을 향해 날아오는 로켓이나 드론 방어에 저고도 방공망인 아이언돔을 사용한다. 또 전투기와 헬기 등을 출격시켜 레이더에 잡힌 공중 목표물을 요격한다.
특히 2011년 실전 배치한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돔은 70㎞ 이내 거리에서 로켓포탄과 박격포탄 등을 추적해 단거리 미사일로 요격하는데, 그동안 하마스 등과의 무력 충돌 과정에서 90% 이상의 높은 요격률을 자랑했다.
이스라엘은 아이언돔 외에도 항공기와 탄도미사일 방어용 중거리 패트리엇 방공포대, 미국과 공동 개발한 성층권 탄도미사일 요격용 '애로'(Arrow) 미사일, 최신 전술 탄도미사일, 전술 순항미사일, 장거리 대구경 로켓, 무인전투기와 폭격기 요격용 중장거리 방공시스템인 '다윗의 돌팔매'(David's Sling)까지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막강한 이스라엘의 다층 방공망은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대이스라엘 기습작전을 시작하면서 쏟아부은 5천여발의 로켓 공세에 취약성을 드러냈다.
또 지난 7월 민간인 사망자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예멘 후티 반군의 텔아비브 아파트 공격, 지난주 헤즈볼라의 텔아비브 북부 양로원 건물 타격 등에서 무인기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진위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올 연초엔 헤즈볼라가 무인기로 이스라엘 최대 항구도시인 하이파의 전경을 촬영해 공개하면서 이스라엘 당국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이번 하이파 군기지 피격에서도 이스라엘의 방공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이파 남쪽 군기지 타격이 있기 전 이스라엘 경찰이 의심스러운 비행물체 신고를 접수하고 공군에 알렸지만, 군 당국은 이 비행물체가 이스라엘군 소속이라면서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이번 하이파 군기지 피격을 통해 이스라엘 방공망의 무인기 추적의 취약성이 드러났으며 지도부를 잃은 헤즈볼라가 여전히 이스라엘에 적잖은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도 "어떻게 무인기가 경보를 유발하지 않은 채 침투해 군기지를 타격했는지 조사할 것"이라며 "우리는 군인과 시민에게 더 나은 방어력을 제공해야 한다"고 무인기 방어력의 문제점을 시인했다.
드론에는 금속 재료가 상대적으로 적게 쓰이고 저속으로 비행하며, 비행 과정에서 열도 적게 발산하기 때문에 로켓이나 미사일보다 레이더에 잡힐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또 레이더에 포착되더라도 피아 식별이 잘 안되는 경우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이란제 드론인 '세 107' 모델 등도 탄소섬유 소재로 만들어진 데다 저공비행을 하기 때문에,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고 위성항법장치(GPS) 유도 신호 교란에도 저항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도 지난해 10월 가자 전쟁 발발 후 자국을 향해 외부에서 날아온 1천200여기의 드론 가운데 80%가량은 요격했지만, 나머지 20%에 해당하는 221기는 이스라엘 영토로 들어왔다면서 방공망이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스라엘 공군의 드론 부서 책임자였던 오페르 하루비는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서방이 보유한 방공 시스템은 주로 일반적인 전투기와 미사일로부터 영공을 방어하도록 구축되어 있다"며 "이렇게 천천히 움직이는 목표물(드론)을 추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다시 디자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드론 추적시스템 개발업체인 'R2 와이어리스'의 온 페니그 대표도 "이스라엘의 방공시스템은 상대적으로 큰 금속 목표물을 추적하는 레이더에 전력으로 의존하고 있다"며 "드론이 보내는 전파를 추적하고 구분하는 장치, 하늘을 스캔해 드론의 시각 정보를 찾아내는 광학 센서, 드론의 모터 소리를 찾아내는 음향 센서 등 대안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 시스템들은 장점도 있지만 허점도 있다. 더 강력한 드론 추적 시스템 개발을 위해 이런 장치들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며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마술은 없지만 완전히 다른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을 예고한 이스라엘은 몇 주 전 미국에 최첨단 미사일 방어 시스템 지원을 요청했고, 미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방공망과 관련 병력 약 100명도 추가로 배치하기로 했다.
미국이 추가로 지원하는 사드 방공망은 이스라엘의 중고도 및 고고도 방공망인 '애로2', '애로3', '다윗의 돌팔매' 등과 함께 이스라엘의 대이란 보복 이후 예상되는 재보복 움직임에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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