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신설…한동훈 고립되나

유범열 2024. 10. 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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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전격 발표…협의체 '무용론' 솔솔
한동훈 "협의체와 추계기구, 다르다"
정부 "협의체와 병행 가능"…시선은 이미 분산
한동훈, 정부 '협의체 참여 촉구' 의미 부여 집중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한 그리고 통일 포럼 제2차 세미나를 마치고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의료대란 문제와 관련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는 모양새다. 지난 주말 대통령실이 '의료 인력 수급 추계 기구'를 만들면서, 출범이 장기화하고 있는 한동훈표 여야의정협의체가 '무용론'까지 휩싸이고 있는 분위기다.

지도부 일각에서도 '협의체 출범은 쉽지 않아 보인다'는 뜻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사실상 여권 내 한 대표 홀로 협의체 출범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한 대표는 3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 기구가 협의체를 '패싱'하는 것 아니냐는 말에 "모든 것을 그렇게 사극적으로 해석하지는 말라"며 이를 일축했다. 이어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가치는 절대적인 가치고, 여러 시도를 하는 것은 가능한 얘기"라며 "여야의정협의체는 (문제) 해결의 참고이며, 그 과정에선 수급기구도 필요하고 여러 노력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의체와 대통령실 기구의 차이점을 묻는 말엔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야의정협의체는 의료 분야에 관한 광범위한 논의를 의제제한 없이 여야의정 모두 모이는(논의하는) 기구"라며 "(대통령실 기구는) 정부 추계를 좀 더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할 수 있는 기구인 만큼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 대표가 '대통령실이 본인을 패싱하고 있다'는 주장을 강력히 일축했지만, 실제 그를 둘러싼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당초 국민의힘은 지난 주말을 전후로 여야의정협의체를 띄운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지난 26일 기자들과 만나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스탠스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저희가 (의협에) 얘기를 했으니 내일(토요일)까지는 가부 간의 답을 줄 것"이라고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의협 등 의사단체는 주말 간 여전히 묵묵부답을 이어갔고, 그 사이 대통령실은 29일(일요일)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구성 방향과 운영 계획에 대한 심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날 보건복지위원회 업무차 국회를 방문한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이 한 대표와 만난 후 "여야의정협의체와 병행할 수 있고 그걸 지원할 수 있는 위원회"라고 기구 신설 취지를 설명했지만, 여야의정협의체로만 집중돼 온 시선은 이미 분산됐다는 평가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역·필수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 추경호 원내대표, 한 대표, 한 총리,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 [사진=곽영래 기자]

한 대표 측은 일단 이날 조규홍 복지부장관이 추계 기구 출범 브리핑에서 의료계를 향해 정부 측 의료개혁특별위원회와 여야의정협의체 참여를 동시에 촉구한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조 장관은 브리핑에서 "여야의정협의체와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참여해 주시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한다"며 "정부도 그간 누적돼 온 의정 간 불신을 허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의료계의 결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전공의들을 향해서도 "의료 개혁 추진 과정에서 필수 의료에 헌신하기로 한 꿈을 잠시 접고 미래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전공의 여러분을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이에 대해 오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협의체를 통해 의제 제한, 전제조건 없이 이야기하자는 메시지로 읽힌다"며 "의료계도 지금까지 정부에게 태도 변화를 요청했는데, 정부가 화답한 것 아닌가 싶다"고도 했다.

하지만 의정갈등의 가장 큰 쟁점으로 꼽히는 '2025년 의대 증원 논의 백지화'와 관련해, 양측의 의견이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은 협의체 출범 전망을 어둡게 볼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여권에 따르면, 여당 일부 지도부는 이날 정부에 '협의체를 통한 결론 도출이 쉽지 않고 정부 차원에서 의료사태 관련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출범을 공식 발표하게 된 것도 이러한 부분과 관련해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도 '내년도 의대 증원 논의 불가' 주장을 명확히 했다. 조 장관은 '전제 없는 대화'는 가능하다면서도,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이미 대학입시 절차가 진행 중으로 논의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만난 한 대표 측 관계자는 "(박 차관 말대로) 수급 추계기구와 여야의정협의체는 상호 보완하는 별개 기구가 될 것"이라면서 "협의체 출범까지 많이 (진전이 돼)왔다. 이번주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가까운 시일 내 출범 가능성을 낙관했다.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과 협의체 조속 출범에 대해 뜻을 모은 한 대표는 오후 의료계와 물밑으로 접촉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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