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남부의 다뉴브 강을 이웃한 잉골슈타트는 아우디 그룹의 고향이다. 본사와 최대 생산시설, 기술개발 및 차량안전센터 등이 유기적으로 모였다. 아우디는 네 개의 링 엠블럼이 상징하듯 서로 다른 개성과 기술 뽐내던 제조사의 연합. 그만큼 뒤안길도 흥미진진하다. 아우디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원스톱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잉골슈타트를 짧고 굵게 둘러봤다.
잉골슈타트(독일)=김기범 편집장(ceo@roadtest.kr)
사진 아우디 AG, 폭스바겐그룹코리아
독일 남부에 자리한 아우디의 고향

바로 여기였구나! 귀에 딱지 앉도록 들었는데, 기자 생활 20여 년 만에 드디어 방문했다. 지난 9월 5일, 아우디의 고향 ‘잉골슈타트(Ingolstadt)’를 찾았다. 아우디 포럼과 박물관, 공장,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등이 모여 있다. 첫 인상은 예상과 같았다. 은빛 패널과 유리로 마감해 도심 속 아우디 전시장처럼 차가우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풍긴다.
잉골슈타트는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에 자리한 도시다. 면적은 133.35㎢, 인구는 14만 명이다. 14세기 바이에른 공국의 수도였고, 16세기 초 대학을 세우면서 학문과 반종교개혁 중심지로 발달했다. 1945년 아우토 우니온이 2차 대전으로 파괴된 동독의 켐니츠와 츠비카우에서 잉골슈타트로 옮겼다. 그 결과 현재 아우디 그룹 본사와 최대 공장으로 거듭났다.

이후 잉골슈타트는 80년 가까이 아우디의 철학인 ‘기술을 통한 진보(Vorsprung durch Technik)’를 생생한 현실로 바꾸는 현장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현재 잉골슈타트의 아우디 본사와 기술개발센터, 각종 테스트 관련 시설과 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4만여 명. 지난해 잉골슈타트 공장에서는 아우디 Q2와 A3, A4, A5를 총 33만2,981대 생산했다.
이 모든 시설을 아우르는 명칭은 ‘아우디 포럼(Audi Forum)’. 생산과 쇼핑, 영화관, 식당, 드라이빙, 전시, 컨퍼런스 룸 등의 기능을 융합한 복합시설이다. 수시로 다양한 행사와 전시를 개최하고, 공장 및 박물관 가이드 투어도 진행한다. 따라서 아우디 오너나 팬이라면 꼭 한 번 방문해 볼만하다. 인근에 잉골슈타트 아울렛도 있어 관광객도 제법 많이 찾는다.
첫 번째로 고객 인도센터를 찾았다. 신차를 직접 수령하러 오는 고객을 위한 시설이다. 폭스바겐의 고향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자리한 ‘아우토슈타트’ 출고장과 비슷했다. 고객이 찾아오면 담당 직원의 안내를 받아 신차 안팎을 확인하고 번호판을 단 뒤 빠져 나갔다. 여행을 겸한 가족 단위 고객이 많고,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들어서는 모습마저 판박이였다.
파란만장한 역사 집약한 도슨트 투어

어느덧 25주년이다. 반대편의 아우디 박물관에선 TT 데뷔 2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이 한창이었다. 1998년 아우디 TT 출시 때의 충격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안팎을 원의 물결로 뒤덮고, 스스럼없이 앞뒤 대칭까지 더한 디자인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06년엔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2세대 TT 세계 최초 공개현장을 함께하기도 했다.
2014년 TT는 3세대로 거듭났다. 이제 어느덧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아우디가 올해로 TT의 단종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TT 25주년 기념전시는 특별전인 동시에 고별전인 셈이다. 박물관 1층 로비에 TT 슈팅브레이크 콘셉트가 조용히 숨을 고르고 섰다. 오프로드 버전과 더불어 양산으로 이어지지 않고 아이디어로만 남은 TT 가운데 하나다.

1층 한쪽엔 위아래로 도는 카 리프트에 역대 아우디 레이싱카를 태웠다. 도슨트 투어는 꼭대기인 3층부터 시작한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내부 전광판의 연도가 거슬러 올라가다 1899년에서 멈춰 선다. 아우디의 뒤안길은 창업자가 자기 회사에서 쫓겨나 다른 브랜드로 회사를 차렸고, 경쟁하던 4개 회사가 하나로 뭉치는 등 한 편의 드라마를 방불케 한다.
이처럼 다룰 내용이 방대하니 도슨트 투어 역시 전략적이다. 골치 아프지 않되 서운하지 않을 깊이로, 호르히와 반더러, 데카베, 아우디 등 각 브랜드를 종횡무진 넘나들어 지루할 짬이 없다. 전시 차종이 다양할 뿐 아니라 업계 최고의 복원 상태를 뽐내 눈이 즐겁다. 호르히의 우월함에 새롭게 눈을 뜨고, 진보를 향한 아우디의 열정에 새삼 감탄할 기회였다.
참고로 아우디의 뿌리는 아우구스트 호르히다. 1886년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미트바이다 공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1896년 칼 벤츠의 회사로 취직한다. 1899년 독립해 ‘호르히 앤 시에’를 설립했지만 10년 만에 쫓겨났다. 이후 상표권 문제를 피하기 위해 독일어 호르히처럼 ‘듣는다’라는 뜻의 라틴어 ‘아우디레(audire)’를 응용해 아우디를 설립했다.
청결하고 친환경적인 자동차 공장

짧고 굵은 시간 여행을 마치고 우린 공장으로 향했다. 가이드 투어의 시작은 잉골슈타트를 포함한 전 세계 아우디 생산시설에 대한 브리핑. 촬영을 엄격히 금지한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작업차량이 수시로 오가는 왕복 2차선 도로가 자리해 이채로웠다. 1949년 문을 열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모든 시설과 환경은 갓 비닐을 벗겨낸 듯 깨끗했다.
오랜 세월 진화를 거듭해 온 공장답게 작업자의 동선을 분석해 육체적 피로를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들이 눈길을 끈다. 가령 시트와 도어처럼 무거운 부품은 로봇 팔로 옮기고, 심지어 실내 부품을 조립할 땐 근로자가 작업 의자에 앉은 채 차체 안팎을 넘나들 수 있다. 또한, 근로자가 조립을 진행하는 동안 로봇 센서가 들러붙어 단차 등 품질을 점검한다.

기계와 인간이 적절히 공존하는 시설로,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이면서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까지 도모한 사례다. 또한, 아우디 그룹이 지향하는 탄소 중립을 실천하는 현장이기도 하다. 아우디 잉골슈타트 공장은 2012년 초부터 오직 친환경 전기만을 사용해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2만3,000㎡의 태양광 모듈과 탄소 중립적인 폐열도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또한, 아우디 잉골슈타트 공장은 2010년부터 무탄소 철로 물류 시설, 2016년부터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 배출을 90% 줄인 친환경 도장 작업장, 2019년부터 필요한 담수 양을 최대 3분의 1로 줄인 공정 용수 공급 센터를 운영 중이다. 그 결과 잉골슈타트 공장은 2022년에만 약 3만5,449㎿h의 에너지와 5,416메트릭톤 이상의 탄소 발생을 줄였다.

지난해 아우디는 ‘360팩토리’ 계획을 발표했다. 2026년까지 순수 전기차 제품군을 완성하고, 2033년 안에 내연기관차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기존 공장을 개조하고 인력교육을 통해 전동화에 대응한다. 아우디 잉골슈타트 공장도 전동화 시대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 9월, IAA에서 공개한 Q6 e-트론을 A4와 A5 라인에서 만든다.
아우디 잉골슈타트의 미래, 인캠퍼스

지난 9월 15일, 잉골슈타트의 아우디 포럼에 미래 모빌리티 구축을 위한 ‘인캠퍼스(IN-Campus)’가 문을 열었다. 공공-민간 차원 협력의 결실로, 시설명인 동시에 아우디와 잉골슈타트시의 합작 투자회사 이름이기도 하다. 이날 개소식에 게르노 되들너 아우디 CEO 이외에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 주지사와 크리스티안 샤프 잉골슈타트 시장도 참석한 배경이다.
인캠퍼스에는 차량안전센터(AFZ)와 IT센터, 프로젝트 하우스 등이 자리한다. 이 가운데 1억 유로(약 1,417억 원)를 투자해 만든 차량안전센터의 핵심은 가로와 세로 각각 50m, 높이 20m의 충돌 시험장이다. 길이 250m의 트랙(활주도로)과 이동식 100톤 충돌 블록을 갖추고, 두 차량의 90° 충돌 등 현재 알려진 모든 테스트 시나리오를 소화할 수 있다.

1만㎡ 규모의 건물에 자리한 IT 센터는 첨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한다. 2,400㎡ 면적에 약 800개의 서버와 데이터 저장장치를 갖췄다. 4개 건물로 구성한 프로젝트 하우스에선 폭스바겐 그룹 산하 소프트웨어 자회사 ‘카리아드(CARIAD)’ 소속 직원 2,000여 명이 디지털 운전경험, 자율주행, 기술 플랫폼 및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인캠퍼스는 생태환경 복원의 모범사례이기도 하다. 인캠퍼스 부지는 2008년까지 정유소가 자리해 연료유와 경질 휘발유, 화학물질로 오염된 상태였다. 이후 7년 동안 증기 추출과 세척 등을 통해 토양을 복원했다. 지하수 복원 작업은 2028년까지 이어진다. 현재 인캠퍼스는 녹색 에너지로 운영 중인데, 향후 소비하는 만큼의 에너지를 현장에서 만들 계획이다.

한편, 아우디 포험 잉골슈타트 투어를 마칠 즈음, 구석진 통로의 펜스 손잡이를 정성껏 닦는 청소부가 눈에 띄었다. 가이드 투어 담당에게 원래 저렇게까지 관리하는지 물었다. “그럼요, 청결은 직원의 안전과 환경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니까요.” 이처럼 사소한 작업까지 스며든 ‘완벽주의’야말로, 오늘날의 아우디를 만든 비결이란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