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이랬습니다. 지난 8월 15일 업데이트 된 KBSn스포츠의 강성철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야구 유튜브, '야구라'에서 장성호 해설위원이 LG 트윈스의 60승 선착 이야기를 꺼내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올해를 마치고 내년부터 포스트시즌 제도가 바뀐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정규리그 우승팀이 (코리안 시리즈에) 직행하는 게 없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이야기는 지금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22년 1월 SBS 보도를 잠시 보고 오시죠.
허구연 총재의 취임이 2022년 3월이었으니 이 시기는 정지택 전 총재의 재임 시기입니다. 기사 말미에 인터뷰를 했던 이경호 홍보팀장은 이 당시 인터뷰에서 변화가 임박한 것 같은 어조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후 총재가 바뀌었고 이 이야기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왜 다시 불거져 나온 것일까요?
먼저 KBO 이경호 홍보팀장에게 2022년 1월 인터뷰 당시의 상황을 물었습니다.
"정지택 전 총재가 포스트시즌 제도 개편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했습니다. 만약 정 전 총재가 조금 더 총재직을 수행했다면 구단주들을 설득해서 포스트시즌의 제도를 바꾸려는 노력을 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총재가 바뀐 이후 원점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허구연 총재의 부임 이후 포스트시즌 개편에 대한 이야기는 백지화 됐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허 총재는 포스트시즌의 제도 개편에 대해서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요? 이경호 팀장의 답변입니다.
"아시다시피 허 총재님은 개혁성향이 강하신 분입니다. 단 포스트시즌의 제도를 바꾸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을 해야하는 일이다 보니 팬들의 강력한 요구가 있을 때나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개편을 위한 절차도 쉽지 않습니다.
"이 사안은 10개 구단 모두에게 해당되는 사항이다 보니 10개 구단 전체의 협의사항으로 가야지 이사회의 다수결로 결정될 문제는 아닙니다. 10개 구단 모두가 공감을 해야하는 중요한 사항이라는 거죠."
여기까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확실히 KBO는 총재를 포함해서 포스트시즌 제도의 개편에 대해 유보적인 시각인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나왔던 이야기를 놓고 현 총재하에서의 포스트시즌 제도 개편에 대한 절차를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 팬들의 포스트시즌 개편에 대한 강력한 요구
- 총재의 10개 구단 구단주 설득
- 10개 구단 협의에 따른 의견 만장일치 찬성 후 제도 개편
그렇다면 이 중 첫번째 사항인 팬들의 요구가 어떤지를 알아보기 위해 긴급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설문은 제 트위터 계정에 올렸고, 8월 28일 오후에 8시간 동안 진행했습니다. 사실 이 조사는 전문 조사기관을 통한 설문조사와 같은 신뢰도를 갖지않습니다. 그래도 제 트위터는 팔로워가 10만명이 넘고, 제 스포츠 관련 글에 반응을 보이는 대부분은 야구팬입니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야구팬층의 의견으로 단순 참고의 가치는 있을 걸로 생각합니다.
먼저 KBO 포스트시즌의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보는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881명의 야구팬이 이 설문에 참여해 주셨고, 현행이 좋다는 의견이 77.2%로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바꿀 필요가 있다고 답을 한 야구팬은 22.8%에 불과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을 제게 주신 분들도 많습니다. 현행을 유지하자는 많은 분들은 우리 리그는 단일 리그이기 때문에 현행 계단식 포스트 시즌 제도가 가장 잘 어울린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정규시즌 우승의 의미가 없어진다는 의견이었죠.
반면 메이저리그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Post-season은 말 그대로 시즌 이후의 시즌이 아닌가? 포스트시즌 진출팀들이라면 모두에게 똑같은 우승의 기회가 열려야 하는 것이 옳지 않나?"
아시다시피 메이저리그에서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모든 팀들이 같은 조건은 아닙니다. 양 리그 1위와 2위팀은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최대 3경기까지 치르고 온 팀과 디비전 시리즈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이것이 메이저리그 상위 팀의 혜택이죠.
"우리나라는 페넌트 레이스 우승팀에 너무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
이 이야기들도 아예 틀린 말이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MLB의 페넌트 레이스가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Pennant는 우승기입니다.
우리나라의 페넌트 레이스는 정규시즌입니다. 그 시즌의 페넌트(우승기)를 획득한 팀 한 팀이 코리안 시리즈에 직행을 합니다. 정규시즌 우승팀은 아래 팀들이 올라오는 동안 힘을 비축하면서 온전히 한국시리즈 만을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게 바로 우승팀이 가진 특권입니다.
반면 MLB의 페넌트 레이스는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우승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월드 시리즈란 각 리그의 페넌트를 획득한 팀끼리의 대결입니다. 메이저리그에서 페넌트 레이스란 정규시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페넌트 레이스가 포스트시즌도 들어가 있는 꼴인 겁니다. 따라서 한 시즌에 페넌트를 가진 팀은 두 팀이 나옵니다. 두 팀은 동등한 조건에서 월드 시리즈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우리 리그 포스트시즌의 계단식 시스템이 양대 리그인 MLB와 NPB의 사다리 대진의 포스트시즌 시스템과 다른 것은 단지 단일 리그와 양대 리그에서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차이인 겁니다.
종합해 보겠습니다. 많은 팬들이 현행 제도의 유지를 원하고 있습니다. 현 제도는 단일 리그의 특징을 잘 살린 제도인데다가 1위팀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하나, 종종 벌어지는 업-셋이 포스트시즌의 재미와 감동을 더하기도 합니다.
결론이 이렇다면 오늘의 칼럼은 이대로 끝나게 되는 걸까요?
변수가 있었습니다. 유튜브 '야구라'에서 포스트시즌 개편에 대해 언급했던 장성호 위원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출처 확인 차원이었습니다. 장위원은 의외의 대답을 했습니다.
"출처는 KBO입니다."
즉, KBO 내부에는 제도의 개편을 추진하고 싶어하는 부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되고, 팬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단계라고 해석을 할 수 있겠습니다. 다행히 위에 설문을 실시할 때 제도 개편을 찬성하는 분들도 참고할 만한 설문이 한가지 더 있었습니다.
최초 질문에서 제도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두 가지의 사다리식 대진 중 5강과 6강, 어떤 형식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지를 질문했습니다. 물론 트위터 설문의 특성상 최초 질문에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만 답을 한 것은 아니고, 이 트윗을 접한 분들 중 595분의 야구팬들이 답변을 주셨습니다.
5강과 6강의 사다리 대진은 설문 요청 첫 트윗에 첨부로 달았습니다. 먼저 6강 대진표입니다.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대진과 같은 형식입니다.

6강의 안은 개인적으로 반대입니다. 이유는 10개구단 시대의 기록 때문입니다. KBO리그가 10개구단 체제가 된 2015년 이후 지난 2022년까지 5위팀의 평균 승률은 0.507이었고, 6위팀의 평균 승률은 0.489였습니다.
평균적으로 5할 이하의 승률을 기록하는 팀에게 가을야구 우승의 가능성을 위 표를 기준으로 3,4,5위팀과 동일하게 부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며칠 전, 대니얼 킴의 유튜브 DKTV에서도 포스트시즌 개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5강 안을 예시로 들었습니다.

사다리 대진 중에는 위 형식의 5강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개편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최대 2경기를 치르고 올라오는 와일드 카드 승자와 정규리그 우승팀이 맞붙게 되는 형식인데 만일 우승팀에 혜택이 적다는 생각이 든다면 NPB의 클라이맥스 시리즈처럼 1승을 주고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겁니다.
그런데 이 개편안도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습니다. 만일 잠실을 공동 홈으로 쓰는 LG와 두산이 정규시즌 1,2위를 차지하거나 3위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자가 된다면 플레이오프 때 홈 사용 일정이 같아지면서 잠실에서 하루에 두 경기를 치러야 하거나 혹은 LG와 두산 중 한 팀이 잠실 홈을 양보해야 하는 구단도 팬도 원하지 않는 아주 난감한 상황이 나올 수 있습니다.
진짜 결론을 내보겠습니다.
KBO에는 포스트시즌의 제도를 개편하고 싶은 - 혹은 바꿀 때가 됐다고 생각하는 - 부류도 있고, 현행 유지가 더 좋다고 보는 부류도 있는데 가장 중요한 허구연 총재의 의지는 팬심에 달려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 팬들은 적어도 인터넷 상에서는 압도적으로 현행 유지가 더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 리그가 단일 리그고 현재의 계단식 포스트 시즌 제도가 우승팀에게 가장 적절한 혜택이 돌아간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개편을 한다고 하더라도 두 가지 제약이 있습니다. 먼저 우승팀에 대한 혜택을 어떻게 줄 것인지에 대해서 팬들을 설득해야 하고, 잠실 한 지붕 두 가족 LG와 두산이 동시에 포스트 시즌에 동반 진출해서 같은 날 경기가 잡히게 될 경우를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읽어보신 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
우리 포스트시즌 제도, 꼭 바꿔야하나요?
<SBS스포츠 정우영 캐스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