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씨는 죄가 없습니다

이맘때쯤 많이들 즐겨 먹는 참외. 노랗고 동글동글해서 생긴 것도 귀여운데 시원하고 맛까지 좋다. 자, 여기서 한 가지 질문. 우리 집에서 참외 먹는 방식은? ① 통째로 잘라서 씨랑 같이 먹는다 ② 가운데 씨는 발라내고 먹는다.

커뮤니티에선 이를 두고 소소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씨를 제거하고 먹는 분들은 같이 먹으면 배탈이 난 경험이 있어서 그럴거다. 유튜브 댓글로 “참외 먹을 때 씨를 같이 먹으면 배가 아픈 이유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유튜브 커뮤니티에 왱구님들은 참외를 어떻게 깎아 먹는지 질문을 올렸다. 여기에 답해주신 1만 명의 왱구님들 감사. 결과는 씨 있는 채로 먹는다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여기에 달린 댓글 몇 개만 잠깐 살펴보면 ‘동그랗게도 안 깎고 씨도 제거 안 하는뎁쇼’ ‘2번에서 씨까지 같이 먹는뎁쇼?

동그랗게 썰어 먹든 반달 모양으로 썰어 먹든 껍질만 벗겨 통째로 먹든 대체로 씨랑 같이 먹는다는 왱구들이 많았는데, 씨를 제거하고 먹는다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이유는 씨를 먹으면 배탈이 난다는 거였다. 호텔 뷔페에서도 씨 없는 참외가 나온다길래 뷔페 측에 직접 물어봤더니, 참외씨를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할 수 있고, 보기에 지저분해서 제거하고 내보낸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처럼 참외씨가 설사를 유발한다는 이야기를 정설로 믿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과나 살구처럼 씨앗에 독소가 함유된 과일은 씨를 제거하고 먹어야 하지만, 참외의 경우 그런 부류는 아니다. 오히려 참외씨에는 우리 몸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가 풍부하다. 참외씨가 들어있는 참외 속 부분을 ‘태좌’라고 부르는데, 여기에 엽산이 과육 부분보다 5배 많이 들어있단다. 또 참외씨는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변비 개선에 효과가 있고, 칼륨도 많이 들어 있어서 몸 안의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아니 그럼 참외씨는 결백하다는 건데, 도대체 왜 씨 부분을 먹으면 설사한다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 걸까?

[오범조 교수 /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참외씨를 먹으면 설사를 하는 사람들은 애초에 좀 장이 예민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조금 유통기한이 애매했을 때 먹었을 가능성이 높다. 참외씨는 사실 먹어도 무방해요 적어도 그 안에 들어있는 영양물질도 생각하면 꼭 버릴 필요도 없다...”

원래 참외 자체가 수분이 많고, 찬 성질을 띠기 때문에 장이 조금 예민한 사람한텐 안 맞을 수 있다. 또 참외는 수확한 뒤에 익어가는 과일 이걸 후숙 과일이라고 하는데 토마토나 바나나 감도 후숙 과일이다. 참외가 유통 과정에서 과숙되기도 하는데, 이걸 잘못 먹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제일 문제가 되는 건 ‘물찬 참외’인데 다른 말로 발효 참외라고도 한다. 발효가 됐으니 당연히 싱싱할 리가 없는 참외인데 이건 수확시기를 놓치면 껍질이 두꺼워지면서 수분이 밖으로 배출되지 못해 속부터 물이 차오른다고 해서 이름이 이렇게 붙었다. 그러면 맛도 없는 데다 쉽게 상하는데 흔히 싱싱한 참외 감별법으로 물에 띄워보라고 하는 이유가 물찬 참외는 가라앉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은 관리가 잘 돼서 세척 과정에서 걸러내기 때문에 그런 일이 별로 없다고는 하지만 정말 운이 나빠서 물찬 참외를 먹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까 참외 과육이 너무 물렁하거나 뭔가 발효된 거 같은 쎄한 냄새가 나면 안 먹는 게 좋다.

[참외 재배 농민 / 성주참외 한아름]

“옛날에는 참외가 유통이 빨리 안 되다 보니까 과숙 된 게 많이 나갔어요. 또 요즘은 유통이 안 되는데 옛날에는 물찬 참외 그런 것도 있었고 그러다 보니까 아마 설사한다는 그게 뭐 설이 안 나왔겠나.”

추가로 참외에 대한 TMI 몇 가지만 더 풀어보자면, 우리가 즐겨 먹는 이 노란 참외는 우리나라에서만 재배된다고 한다. 드물게 외국에서 재배하는 곳도 있지만 극소수라고. 그러다 보니 영문명도 원래 ‘Oriental Melon’이었는데, 지난 2016년 ‘Korean Melon’으로 바뀌었다.

[경북농업기술원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 관계자]

“외국에서 참외라고 파는 거는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수출이 되는 거라고 보시면 되고요. 우리나라에서만 거의 재배되고 있다 보니까 코리안 멜론으로 등재를 시켜서 국제 명칭으로 채택이 되었습니다”

이 노란 참외도 한 번에 뚝딱 생겨난 건 아니고 개량에 개량을 거듭해 탄생했는데, 1980년대에 들어서야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주로 재배하던 개구리참외, 강서참외는 멜론에 훨씬 가까운 형태였다고.

자, 오늘의 결론. 참외 씨는 죄가 없다. 각자 기호에 맞게 먹으면 된다.

[오범조 교수 /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저는 씨가 다 있는 형태로 먹고요. 또 와이프는 빼고 먹던데”

[참외 재배 농민 / 성주참외 한아름] “전 씨 다 먹습니다. 4등분 해서 먹는 게 최고 맛있더라고요”

속 부분이 더 달고 영양소도 풍부하기 때문에 같이 먹으면 좋지만, 장이 예민한 사람은 덜어내고 먹는 걸 권장한다. 또 조금이라도 냄새가 이상하거나, 참외 속에 물이 많은 것 같다면 상한 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