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천 거래 의혹’ 전광훈 “50억 필요, 20번까지 된다…낼 만큼 적어라”
제22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 앞 순번 공천을 대가로 금품을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자유통일당 관계자들이 후보자 추천을 통한 정치자금 알선·수수를 모의했다는 사실을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서울북부지검은 지난 8일 전광훈 자유통일당 대표 고문과 김학성 자유통일당 당시 공천관리위원장, 세종시당위원장 A씨 등 9명을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본지가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전 목사는 지난 3월 사랑제일교회에서 비례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이들에게 “자유통일당이 잘 되고 있어 20번까지는 될 것이다. 당에 50억이 필요한데 선관위에선 ‘특별당비로 모으면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발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특별당비를 얼마 냈습니다’라고 여러분이 써내면 그걸 참작해서 등록하겠다. 종이를 나눠줄테니 낼 수 있는 만큼 액수를 적어라'는 취지로 말했다.
김학성 공천관리위원장과 A 위원장 등은 출마 의사를 밝힌 이하영·이정부 부부가 전 목사에게 금품을 제공하도록 알선하고 모의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A씨가 전 목사의 신임을 얻고 있는 한 목사에게 접근해 금품을 제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부탁, 이후 안수기도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받기로 결정했다고 적시했다. A 위원장은 “전 목사에게 기도를 받으면 된다. 내가 ‘비례대표 꼭 들어가고 싶으니까 잘 좀 해달라'고 했다” “7·8번 안으로 들어가려면 이번에 확 지르라고”라며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전 목사는 이하영·이정우 부부로부터 안수기도 명목으로 현금 1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김 전 공관위원장은 “당에 헌신하는 사람이 없다. 후보자가 되기 위해서는 3억 정도면 기본인데, 선순위를 받기 위해선 4억~7억원 정도를 내야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A 위원장은 “전 목사와 상의가 끝났나봐, 아까 얘기한 대로 (비례 순번) 3번으로 진행할테니 돈이 없으면 (아파트를) 빨리 처분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앞서 전 목사 측은 이하영·이정우 부부가 공천 헌금을 지불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법 공천 헌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이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 종암경찰서에 고소했다. 경찰은 “공직선거법상 금지 행위를 바탕으로 한 고소는 형법상 보호 가치가 없으므로 성립되지 않는다”며 지난달 말 이를 무혐의로 판단했다.
전 목사는 공천 거래 의혹이 불거지자 다른 언론사가 자유통일당에 대한 유리한 보도를 작성하게 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피고인은 불리한 보도를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려고 했다”며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와 유튜버들에게 금원을 지급해 유리한 기사를 작성하게 하기로 모의했다”고 적시했다. 이들은 신문사 소속 기자 17명에게 현금 10만원을 각각 지급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외에도 전 목사는 2018년 8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10년간 선거 운동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도 받는다.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공천 관련 금품 요구 의혹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전 목사 측은 “자유통일당 비례대표 공천은 투명하게 진행됐으며, 이 과정은 모두 영상으로 촬영되어 관련 자료를 검사에게 이미 제출한 바 있다”며 “실제로 공천번호 또한 결과에 따라 그대로 결정됐다”고 했다.
전 목사 측은 지난달에도 이번 사건과 관련, “교회와 시민단체의 정당한 활동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무리하게 연결했다”며 “교회의 권리와 자유를 지키기 위한 활동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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